文 "安이 모르고 한 말" 일축… "이유 없는 감싸기에 국민 어리둥절할 것"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8월 20일 한명숙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당대표회의실에서 한명숙 전 대표와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8월 20일 한명숙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당대표회의실에서 한명숙 전 대표와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거듭된 '부패 척결' 요구에도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독자적인 혁신안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중 '부패 척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는 우리 당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정서에 비춰볼 때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윤리 의식은 부족하고 온정주의가 넘친다"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 편이라고 감싸주고 비호하면 당사자들은 잠시 위기를 모면할지 모르지만, 당의 미래가 없다"며 "부패에 대해 온정주의를 가진 정당이 집권한다면 어떻게 권력형 부패를 끊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부패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지만 당 지도부는 거꾸로 감싸는 행동을 보여줬다"며 "부패 혐의로 최종 유죄가 확정된 당원은 즉시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튿날인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부분(한명숙 전 대표의 건)을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며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정말로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었다는 것은 우리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대꾸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한명숙 전 대표 제명 촉구에 대해서도 "안철수 대표가 (당에) 들어온 시기가 그 뒤이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며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한 말씀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이렇듯 일축한 뒤로는 묵묵무답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로부터) 아직 답을 못들었다"며 "(추석까지 문재인 대표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문재인 대표가) 답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메아리가 돌아올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달 20일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패 척결과 관련해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요구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달 20일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패 척결과 관련해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요구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명숙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 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지난 8월 24일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 2년의 형을 마친 뒤에도 향후 10년 간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정치 활동이 금지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정치 생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 없어, 당에서 제명을 하더라도 큰 상관이 없다. 밤낮없이 안철수 전 대표와의 관계 유지와 개선을 모색하는 문재인 대표가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만은 못 들어주겠다고 버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지어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무슨 정치적 함의가 있고 계산이 있고… 그런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온정주의라고 하겠느냐"며 "다른 이유가 없으니 온정주의"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기 편이니까 대법원 판결도 못 믿겠고 무조건 감싸고 도는 것"이라며 "자기가 아는 사람의 억울한 사정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도 못 믿겠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온정주의고 패권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사사로운 사람들끼리야 그래도 되지만, 제1야당 대표고 대통령되겠다는 사람이 이래서 되겠느냐"며 "나중에 대통령이 된다면 측근 비리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와도 대법원 판결을 못 믿겠다고 할텐데, 그럼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의 이러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온정주의적 태도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것도 아니고, 나름 억울한 사정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돈 받고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온정주의로 감싸는 것을 국민이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느냐"며 "돈 문제로 교도소 들어가는 걸 당대표가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라고 한심해 했다.

    아울러 "안철수 전 대표가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중 1차로 내세운 것인데 어려운 것도 아닌 걸 못 들어주니 국민들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중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느냐"면서도 "문재인 대표는 요즘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당내만 바라보더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