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김정일 직통전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직통전화를 매개로
    수시로 연락하는 등 비밀스러운 통로를 유지했었다고 털어놓았다가
    그게 말썽이 되자 금방 말을 바꾸어 부인했다. 
     
     한 마디로, 김만복 그 사람 지금 누구하고 장난하자는 건가?
    그러나 장난치곤 사안(事案)이 너무 위중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공안 공무원은 공직을 맡았을 때 취득한 비밀을 발설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국정원이 이미 고소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고 하니
    이런 측면의 문제점은 당국의 조치에 맡기기로 한다.
     
 문제는 김만복 발설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다시 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로
국민과 온 세상이 모르는 사이
국정원을 통해 김정일과 수시로 전화연락을 하면서
그쪽의 불평을 듣고 이쪽에선 해명을 하고 어쩌고 했다는 게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그거야말로 이왕 불거진 마당에
철저히 알아봐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양쪽의 최고위층이 나눈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건
그 나름의 문제점이 있는 것이기는 하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말한 것처럼
만약 저쪽에선 항의를 하고 이쪽에선 해명하기 바빴던 게 사실이라면
 그 때 그 시절의 남북관계 방식이 안고 있던 '일방통행'의 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라도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불러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비공개로 물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김정일이 툭하면 고압적인 자세로 "너희들 그러기냐?"고 시비하면
 이쪽에선 김정일 비위 상할라 "그건 오해다. 사실은 이러이러하니 오해를 풀어 달라"고
하는 식으로, 매사에 그저 당근 주스만 주려고 급급했던 게 사실일 경우
그거야말로 '저자세'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전모가 드러나기 전에는 물론 단정할 바는 아니다.
그러기에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뭔가?

한반도와 한반도인(人)들의 운명을 전체주의, 세습 절대군주제, 인권압살, 정치범수용소,
쇄국주의, 사이비 종교적인 신정(神政) 체제, 구조적 절대빈곤, 계층적 불평등, 등
모든 종류의 악(惡)이란 악은 모조리 다 집약하고 있는 정권에게 맞길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존엄성, 인권, 자유, 시장, 세계화, 민주공화제, 다양성의 체제에
맡길 것인가의 사활을 건 싸움이다.

서방 문명권이 히틀러와 싸운 것과 똑같은 싸움이다.

그런 악과 대치할 때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이걸 몰각하고 김정일을 향해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단호한
인륜(人倫)적 원칙의 마지노선은 천명하지 못한 채
단지 그 심기를 건드릴까 고심하는 식의 대북정책일랑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북한 인권을 거론한 것은 적절했다. 
 
 남북 간의 대화, 교섭, 협상...다 좋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가 그걸 추구했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존재이유(raison d'etre)와 국가이성(raison d'etat)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自尊)에 입각해 당당하고 명예롭고 상호(相互)주의적이며
떳떳한 대북정책과 대북자세를 단 한 순간도 놓쳐선 안 될 일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