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정위 결정하면 뒤집기 쉽지 않아, 막판 대승적 합의 여부에 촉각
  • ▲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일 저녁 20대 총선에 적용될 지역구 선거구 정수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일 저녁 20대 총선에 적용될 지역구 선거구 정수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의원 지역구·비례대표 정수 조정 문제가 결국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가운데, 2일 저녁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최종 확정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의원들이 막판 행동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서울 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0대 총선에 적용될 지역구 정수를 결정한다. 현재로서는 19대 총선 때의 246석을 현행 유지하는 방안과, 지역구를 3석 늘리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여 249석으로 하는 방안 두 가지가 최종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지역구 정수를 최종 결정하면 그에 따라 전국의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법정시한인 13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에 대해 정개특위는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다만 가부만을 결정할 수 있다. 재획정을 요청하는 부결도 한 차례에 한해서만 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도 획정안에 대해서는 수정안을 낼 수 없도록 돼 있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 산하가 아닌, 독립기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의 위상을 감안하면 정개특위나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부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역구 정수가 결정되면 인구 상하한에 따라 선거구의 경계를 획정하는 것은 기술적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2일 저녁의 지역구 정수 결정으로 20대 총선의 밑그림은 다 그려진다고 볼 수 있다.

    이대로는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이 사멸된다고 민심이 아우성인데도 여야 정치권이 미적거리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지난해 7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인구 상하한을 종래의 3대1에서 2대1로 하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 이미 예견됐던 사안임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회는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지키기 위해 뭘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선거공학적 판단에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새정치연합의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문재인 대표가 당리당략에 얽매여 300만 농민을 외면했기에 일이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親盧) 계파의 입장에서는 호남 의석이 줄어들수록 당내 패권 장악에 유리하며, 특히 자기 계파를 제한없이 내리꽂아 넣을 수 있는 비례대표가 줄어들어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의 "비례대표는 한 석이라도 절대 줄일 수 없다"는 비타협적 자세의 밑바닥에는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1일 국감대책회의에서도 농어촌 선거구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주관한 현역 국회의원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는 이윤석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1일 국감대책회의에서도 농어촌 선거구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주관한 현역 국회의원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는 이윤석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표의 교조적인 태도에 따라,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2일 지역구 정수가 246~249석 사이에서 결정되고, 이 획정안이 13일 정개특위로 넘어오면 300만 농민의 대의대표를 희생시킨 채 끝까지 고집을 부린 문재인 대표만 웃는 '친노, 그들만의 승리'로 이 사태는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부터 국회 로텐다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 모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같은 사태를 가리켜 "어떤 특정인 한 분만 결단하면 되는데…"라며 "야당 의원들 중에서도 (지역구 증원·비례대표 축소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마치 대표에 항명하는 느낌처럼 돼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겠다고 하더라"고 답답해 했다.

    하지만 그간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오던 새정치연합에서도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막판 압박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된다.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정치연합 전남·북 의원들은 지난달 18일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선거구 획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2일 오후에는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단체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황주홍·유성엽 위원장은 이전부터 "비례대표는 (지역구의) 보조적인 제도"라며 농어촌 지역대표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할 경우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일정 정도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것이 궁여지책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이날 단체 면담에서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살리기 위한 여야 정치권의 극적인 막판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300만 농민을 대변하는 농어촌 지방 의원들의 호소는 마지막 순간까지 끊이지 않고 절절히 계속됐다.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 모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1일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인구비례만을 따르는 선거구 획정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과 지역균형 발전을 훼손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윤석 의원은 "전남 무안·신안은 행정면적 단위로 봤을 때, 서울시의 24배에 달하지만, 서울의 국회의원은 48명인 반면 무안·신안의 국회의원은 단 1석이고, 이 1석마저 두고보지 못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이 국민을 위한다는 국가의 운영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SOC 사업·의료·교육 등 국가의 손길이 가장 미쳐야 할 지역은 소외받는 농어촌 지역이고, 이들 지역의 선거구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농어촌 주민의 권리를 지켜주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