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미리 알려줬는데" vs. 靑 "분명 반대했잖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접점을 찾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권력자들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현기환) 정무수석이 지난달 26일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했었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날 오전 "(추석 연휴 때 가진) 여야 대표 회동 전 청와대에 미리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성 발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에 이어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김무성 대표가 만난 분은 정무수석으로 26일에 전화가 와서 만났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제를 하겠다며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해서, (정무수석이) 안심번호 공천제는 문제가 많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무성 대표는 회동 종료 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현기환 수석에 알려왔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대의 뜻을 분명히 전했음에도 김무성 대표가 독자적으로 합의한 뒤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무수석은 안심번호 공천제가 당론도 아닌 문제가 많은 제도였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엔 외교일정이 빡빡한 상황임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 전날 오전 귀국 직후 보고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여당 공천에 관여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관여하는 게 아니라 안심번호 공천제가 국민의 선택에 관한 중요한 문제니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를 계기로 불거진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의 갈등이 점차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주도권 전쟁이다. 청와대로서는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반을 탄탄히 하려면 당으로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 개헌 발언부터 유승민 사퇴정국까지 일련의 기싸움에서 밀렸온 김무성 대표는 공천문제 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10여년간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온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관계가 20대 총선 룰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들어간 모습이다.

양측의 전면전은 전략공천 문제를 두고 폭발할 공산이 크다.  전략공천을 통해 대구·경북(TK) 지역에 청와대 참모 등 친박(親朴) 인사들을 안착시키려는 쪽과 공천권을 최대한 이용해 친이(親李) 진영을 재규합하려는 쪽이 맞붙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제2라운드도 조만간 시작된다. 향후 출범할 공천제도 관련 당내 특별기구를 놓고 두 세력 간의 한판 충돌이 예상된다. 공천 기구에 참여할 인사 구성에서부터 관련 논의에 이르기까지, 김무성 대표 측과 청와대 모두 양보 없는 전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