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군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셋째 아들 정운의 후계구도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과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 등 북한 핵심 권력기관들 사이에서 정운에 대한 '충성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이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교시'에 따라 후계자로 내정된 후 북한 군부는 정운의 후견인이자 김 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의 지휘아래 정운의 후계구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정운은 4월9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 개최 수일전 국방위원회의 말단인 지도원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다.

    정운은 특히 핵심 공안기관인 보위부 장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위부 간부들은 정운에 대한 충성 경쟁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의 국가정보원격인 보위부는 현재 부장과 제1부부장은 공석이며, 우동측 수석 부부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원으로 선임됐고 상장(중장)으로 진급했다.

    3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정운은 이달초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 만경대구역 룡악산 인근의 보위부대학 시찰 때 우 부부장 등과 함께 수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6일자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시찰했다고 밝힌 북한군 제10215부대가 보위부 요원들을 양성하는 보위부대학이다.

    `열린북한방송'이 만드는 대북 소식지도 보위부내 `군사관리소 외화벌이 근무자'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 김정운의 후계자 내정을 계기로 "요즘 보위부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보위부의 위상이 더 높아지게 될 것에 대해 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위부는 김 위원장과 정운이 평양 대성구역 아미산에 있는 보위부 청사에 대한 현지지도를 '유치'하기 위해 청사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보위부가 이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중국 각지를 비롯해 해외에 나가 있는 보위부 요원들과 대사관 안전대표들에게 강요해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보위부 간부들은 산하 연락소들이 중국 등 제3국에서 마약불법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거액의 자금을 정운에게 직접 상납하기도 하며, 이 때문에 보위부 연락소 마약상들이 중국 단둥의 공안에 연행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위부는 또 국가기밀 유출과 외부문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 등 감시와 처벌을 더욱 강화하는 등 실적쌓기에 진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 양산 등에 대한 우려가 북한 당국 내에서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도 충성경쟁에 뛰어들어, 조직지도부의 지휘아래 일부 당세포들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후계자를 하루빨리 정해달라는 청원편지를 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은 "정운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세습에 대한 국제사회와 북한 내부의 비난을 의식해 맨 아래 당원들로부터 청원편지를 받아 후계자를 추대한다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어린 아들로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국방위원회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당의 위상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당이 기층조직을 활용해 후계자 옹립에 적극 나서면서 '과거의 영광'을 일부라도 되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들은 "군부가 정운의 후계구도를 주도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시절 권력장악의 중심에 섰던 노동당도 정운에 대한 줄서기 경쟁에 나선 형국"이라고 전했다.

    문예부문에서는 정운을 찬양하는 '발걸음'이라는 제목의 노래도 만들어 주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래는 후계자 정운에 대한 첫 찬양가요로 북한 최고의 작곡가라는 보천보전자악단의 이종오가 작사 작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 속에 북한 권력기관들이 후계구도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섬으로써 사회 전반에도 승계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 떠오르는 권력인 김정운에 대한 충성경쟁은 각급 기관별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