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권성민 피디 해고 조치는 무효"..원고 승소 판결언론노조 MBC본부 "후배지만 자랑스럽다" 해사 행위한 피디 두둔
  • 엠병신을 욕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마음껏 욕해주세요. 더 먹어야 합니다. 사실 욕은 저희들이 제일 많이 합니다. 불매운동도 좋습니다. 뉴스도 이미 안 보시겠지만, 주변에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런 상황임을 알려드리고 보지 말라고 해주세요.


    자사를 '병신'이라 조롱하고 파업을 조장하는 해사(害社) 행위를 수차례 반복한 직원에게 끝까지 관용을 베풀라는 자비로운(?)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한성)는 24일 권성민 MBC 전 피디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 및 해고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권성민 피디)에 대한 징계 사유는 일부 인정되나, 사유에 비해 정직 6개월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피고(MBC)가 지난해 6월 10일 원고에게 내린 정직 6월의 징계는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가 지난해 12월 11일 원고를 경인지사로 전보 발령한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도 아니고, 전보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이 크다"면서 "신의칙(信義則)상 피고의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 1월 21일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것 역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피고가 원고에게 내린 정직 6월은 위법이며, 정직 기간이 끝난 후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전보 발령하고 원고를 해고한 것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합니다.


    "용서하고, 또 용서하라.."
    너그러운 판결에 MBC만 어리둥절


    MBC를 상대로 소송戰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은 지난 2012년 예능국 피디로 입사한 권성민 전 피디.

    권 전 피디는 입사 3년차인 지난해 5월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에 MBC뉴스의 세월호 보도 행태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적발돼 6월 10일 '정직 6월'의 징계를 받았다.

    MBC는 6월 18일 개최한 인사위 재심에서도 권 전 피디에게 '취업규칙 중 품위유지의무 및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 위반' 혐의를 적용,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확정했다.

    당시 MBC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권 피디의 글은 회사의 명예와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같은 징계가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권 전 피디는 '엠병신 PD입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회사와 구성원을 '마봉춘'과 '엠병신'으로 구분 지은 뒤, 회사의 기본 업무활동 가운데 하나인 보도행위를 '엠병신의 뉴스'라고 조롱하는 말을 남겨 파문을 일으켰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믿기지 않지만, '마봉춘'은 '엠병신'과 꽤 열심히 싸웠습니다. 가정이 있는 분들에게는 훨씬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MBC 보도는 보도 그 자체조차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보도가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떠들었습니다.

    기사의 질이나 완성도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방송되고 있는 엠병신의 뉴스입니다.


    이 글에서 권 전 피디는 "불매운동도 좋다"면서 "MBC뉴스를 보지 말라고 주위에 말해달라"는가 하면, "MBC는 그냥 영원히 '엠병신'으로 망하게 놔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막말을 퍼붓기까지했다.

    MBC는 그냥 영원히 엠병신으로 망하게 놔두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새로운 언론을 형성하면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참은 쉬이 망하진 않을 겁니다. 계속해서 쇠퇴하는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큽니다.


    권 전 피디는 이처럼 회사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말도 모자라, MBC뉴스를 시청하는 시청자들까지 싸잡아 힐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분별없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입니다. MBC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와 뜻을 모아 새로운 언론을 만든다 한들, 지상파 전파를 타는 것은 여전히 MBC입니다.


    또한 권 전 피디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노조에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까지 참고 있다"며 파업을 유도하고 종용하는 듯한 말도 서슴치 않았다.

    계속해서 싸워온, 원래의 마봉춘을 자랑스러워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시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독을 차고 있습니다. 혹은, 노조에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까지 참고 있습니다.

    지금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지만, 그 화를 못 이겨 똑같이 싸웠다가는 또 똑같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 자리를 지키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입니다.


    권 전 피디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무력한 싸움들을 하고 있다"며 "아이템을 거부할 수 없다면, 리포트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바꿔가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할 때는 싸우는 이들과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고자 함입니다. 최근 KBS와 MBC의 보도국장들과 관련하여, 노조와 기자협회 등에서 성명서를 내고 발언을 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차가운 반응들을 봅니다.

    엠병신의 직원들이라고 해서 모두 엠병신에 적극적으로 충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기다리고 있고, 그 승패는 뜻을 같이 하는 국민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부디,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는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확정된 아이템을 거부하고, 데스크에서 지시한 문장을 임의로 바꾼다는 것은, '뉴스 보도'가 주된 업무인 기업 입장에선, 해당 직원을 '불필요한 존재'로 밖에 인식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게다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기다리고 있다"며 향후 내부 갈등이 표면화될 때 밖에서 지지와 성원을 보내달라는 식의 발언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해사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어느 회사가 ▲회사의 존립을 부정하고 ▲파업을 준비하고 ▲'외부 세력'의 개입과 지지를 요청하는 직원을 가만 놔두겠는가?

    권 전 피디에 대한 MBC의 인사 조치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매우 합당한 징계였다. 그러나 권 전 피디는 정직 처분을 받은지 8일 만에 유사한 행위를 반복했고, 같은해 12월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은 자신의 상황을 '유배'에 비유하는 웹툰(예능국 이야기)을 올려 자사와 동료들을 조롱하는 행위를 지속했다.

    회사로부터 받은 징계 조치를 반성의 계기로 삼기는 커녕, 자신을 '유배자'로 표현하며 동정심을 유발하고, 가해자인 자신과 피해를 입은 회사의 입장을 뒤바꾸는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인 것.

    결국 MBC는 권 전 피디의 맹목적인 해사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 관련 사규와 절차에 따라 지난 1월 21일 해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권 전 피디는 이같은 인사 조치에 반발, 지난 2월 MBC를 상대로 정직 및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 ▲ 상암MBC 신사옥  ⓒ 뉴데일리DB
    ▲ 상암MBC 신사옥 ⓒ 뉴데일리DB



    언론노조 "사법부 판결 환영"
    MBC "건전한 일터 만들기 위해 항소"


    1심에서 '전보 발령'과 '해고 조치'가 모두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든 권 전 피디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것을 재판을 통해서만 확인받아야 된다는 게 씁쓸하다. 올바르게 판단해 주신 사법부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추석을 앞두고 권성민 PD와 가족분들, 성원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축하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외견'만 보면 권 전 피디 측의 완승으로 보인다.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었다"는 권 전 피디의 말은 마치 '개선장군'이 내뱉는 승전 소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같은 재판부의 판결은 또 다른 '불씨'를 예고하고 있다. 선고 공판 직후 "회사를 비방하고 시청자를 모욕한 미성숙한 행위는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MBC의 결연한 입장이 나왔기 때문.

    MBC는 "자성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사와 동료를 조롱하고 비웃은 권성민에 대해 문화방송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처는 해고였다"며 "당시의 인사 조치는 지극히 정당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청자에 대한 봉사 정신과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배우고 익혀야 할 방송사 직원이 오히려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정당하다는 미성숙함과 오만에 빠져 상대가 누구든 닥치는 대로 비난하고 모욕을 주었습니다.

    문화방송은 지난 1월 이 같은 반복적이고 맹목적인 해사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련 사규와 절차에 따라 해고를 결정했습니다. 문화방송은 이와 같은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서울서부지법의 원고 승소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MBC는 권 전 피디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명확히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MBC의 호소가 과연 재판부의 무뎌진(?) 이성을 일깨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방송은 이와 같은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것이 계기가 돼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구성원들의 업무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회사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행위가 재발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방송사를 정치와 이념의 투쟁장으로 변질시키려 하는 행위나 의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되거나 묵과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인정받는 건전한 일터와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사업장에 미칠 사회적 악영향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상급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