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 비난하는 북한, "체제통일 계책에 대한 외세 승낙 받자는 역겨운 구걸질"
  • ▲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찾은 리수용 北외무상이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찾은 리수용 北외무상이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우리에게는 미국을 선제 핵타격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美폭스뉴스 보도화면 캡쳐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23일 미국 뉴욕에 도착, 제70차 유엔총회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다.

    22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리수용은 27일 열리는 '2015년 이후 개발 의제 채택을 위한 유엔정상 총회'에서 22번째로 단상에 올라 북한의 입장을 발표한다.

    이어 다음달 1일 유엔총회 제70차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수용의 유엔총회 참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북한 대표단은 6명으로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 있는 유엔 북한인권특사 관련 북측 대표 2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특사 관련 북측 대표들이 총회 대표단에 합류하는 것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지난해처럼 북한 인권 결의안이 상정될 것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은 15년 만에 총회 파견 대표단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리수용을 파견했다. 그러나 지난해 리수용 외무상은 북한 인권 결의안의 상정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리수용은 뉴욕에서 열린 미국, 한국, 일본 외무장관 주도의 북한인권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다.

    이들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0차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뉴욕으로 와서 북한 인권 결의안 상정에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소리(VOA)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국의 통일정책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광범위하게 언급하고 지지를 호소할 방침인 가운데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북핵(北核) 등 한반도 현안들을 놓고 남북 간 외교전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리수용이 유엔총회에서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이 세계평화·안정 유지와 국제적 번영, 인권 창달 등에 기여한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유엔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제70주년(다음달 10일)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4차 핵실험 가능성 등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기조연설 내용도 북한의 추가적 도발행위를 억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핵(北核)·도발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한반도 통일임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 ▲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찾은 리수용 北외무상이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이 가장 예민해 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유엔 북한인권 현장사무소가 지난 6월 서울에 개소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박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외교'를 직접 겨냥해 비난전을 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박 대통령의 '통일 외교'에 대해 "체제통일 계책에 대한 외세의 승낙을 받자는 역겨운 구걸질"이라며 날을 세웠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실린 '불신과 대결을 조장하는 통일외교 놀음'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남조선 당국이 그 무슨 통일외교에 대해 떠들면서 외세와의 공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내용을 문제 삼으며 "해외 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리수용 역시 지난달 6일 "남조선과 그 주변에선 1년에도 몇 차례씩 조선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이 벌어지는데, 미국이 무력 증강을 통해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구실로만 조선(북한)을 이용하려 든다면 제2의 조선전쟁(6.25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 고위급 합의에도 북한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만나는 유엔총회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어떠한 협박성 주장을 내놓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