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통일, 訪中 성과 외교에 접목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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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병식이 열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병식이 열리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최신무기를 대거 공개한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閱兵式).

    열병식이 열린 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인민군 병력 1만2,000여명과 각종 무기장비 40여종 500여대, 군용기 20여종 200여대를 동원해 사상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를 벌이는 내내 박근혜 대통령은 천안문(天安門) 성루에서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글라스를 끼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다가, 성루를 벗어나 종종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한참을 기립해 열병식을 지켜보는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과 대립 중인 미국과 일본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중국 열병식에 대해 일본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서방 국가들도 군사굴기(軍事堀起)를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3일 "행사에서 반일(反日)이 아닌 화해의 요소를 담길 바란다는 내용을 전달했는데 이런 요소가 보이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불행한 역사에 집중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가 직면한 공통 과제에 미래지향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스가 장관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열심식 참석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유엔에 강하게 제기해왔는데 극도로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 열병식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열병식은 시진핑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열병식은 대내적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권을 강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WP는 "미국, 영국, 프랑스 대통령 등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참석 시 또 다른 우방인 일본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이 전달하는 평화 메시지와 열병식을 통해 선보인 전쟁무기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방중(訪中) 기간 중 시진핑 주석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중-러 정상과 나란히 선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강렬했다.

    전승절 전후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은 '퍄오다제'(朴大姐)'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퍄오다제란 '박(朴) 큰 누나'라는 표현이다. 시진평 주석의 애칭이 '시다다(習大大)'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친밀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분이며 특별히 잘 모셔라"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하오펑요우(好朋友·좋은 친구)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은 좋은 관계를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미-일 양국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박 대통령이 내디딘 신(新)외교 앞에 또 다른 '한-미-일(韓美日)' 과제가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숙제는 현명한 균형외교다.

    '북핵 억지→자유 통일'로 이어지는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중-일(美中日) 3국의 도움과 협력이 모두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한-미-일 3각 외교에 접목, 대북(對北) 문제에서 결실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계획 역시 일본 정부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이는 실질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이 관측도 많다. 일본과의 해묵은 감정을 풀지 못하면 미국과의 관계도 애매해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설득과 포용이다. 다행히 이번 방중을 통해 그동안 경색됐던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마련됐다. 미국도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입장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결코 어설퍼서는 안 된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열리게 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가 제대로 된 설득외교를 준비한다면 '한-중-일' 3국을 넘어 '한-미-중-일(韓美中日)' 4국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