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시장 최근 非盧 행보가 배경이란 분석 있어
  • ▲ MBC가 지난 1일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과 고발에 대한 보도를 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 MBC를 맹폭했다. 사진은 MBC 보도 중 박원순 시장 측의 병역 의혹 반박에 관한 부분. ⓒMBC 뉴스데스크 캡쳐
    ▲ MBC가 지난 1일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과 고발에 대한 보도를 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 MBC를 맹폭했다. 사진은 MBC 보도 중 박원순 시장 측의 병역 의혹 반박에 관한 부분. ⓒMBC 뉴스데스크 캡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공개 발언을 통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을 보도한 MBC를 맹폭하고 나서, 그 정치적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액면 그대로 '박원순 감싸기'라는 해석과 함께, 새정치연합의 내홍 상황과 잠재적인 대권 구도를 둘러싼 보다 복잡한 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편으로 새정치연합이 이 문제를 공론화함에 따라 새누리당에도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을 MBC가 다시 꺼내 왜곡·편파 보도했다"며 "서울의 내년 총선은 박원순 시장과의 싸움이라고 새누리당 (서울시당)이 선언한지 단 하루 만의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아들 문제를 다시 수사한다는 검찰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2013년 5월에 검찰 자신이 무혐의 처분을 했는데 또 무슨 수사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러니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점차 노골화되는 박원순 죽이기와 야당 탄압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오영식 최고위원도 이날 "지난 1일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 병역 면탈 의혹에 관한) MBC 뉴스의 방송은 한마디로 일방적인 편파·왜곡 보도"라며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의 왜곡된 주장을 여과없이 일방적으로 편파 방송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2013년 5월 28일) △서울중앙지법이 허위사실 유포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2014년 4월 21일) △피고인들은 허위사실 유포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올해 7월 17일) 등을 거론하며 "병역법 위반 무혐의는 보도하지도 않고, 마치 새로운 사실처럼 방송을 내보내 시청자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만든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핏대를 세웠다.

    아울러 "우리 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검찰과 MBC의 박원순 시장 죽이기라는 불순한 의도를 철저히 따지겠다"며 "보수 시민단체의 고발~검찰 수사~종편 받아치기로 반복되는 악의적인 방송 보도의 행태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하고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 ▲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에 대한 MBC의 보도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에 대한 MBC의 보도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간 〈뉴데일리〉가 수차에 걸쳐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과 관련한 재판 과정을 보도할 때에는 전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던 새정치연합이, 공개 회의 석상에서의 모두발언을 통해 새삼 총공세에 나선 것은 의아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비록 MBC가 한 차례 보도에 나섰다 하나 아직은 상당수 국민들이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이 재점화됐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의 총공세가 보도됨으로써 오히려 해당 의혹도 함께 알려지는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새정치연합의 총공세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우선은 액면 그대로 '박원순 시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새누리당 서울시당이 천명한대로 내년 서울 지역 총선은 '박원순과의 싸움' 구도로 진행될 공산이 높은 상황에서, MBC의 보도로 인해 박원순 시장의 도덕성에 다시금 흠집이 나는 것을 참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오영식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이러한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서울 강북갑이 지역구로, 2013~2014년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전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박원순 시장 감싸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문재인 대표의 발언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는 견해도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비노(非盧·비노무현) 측 인사들의 행사에 곧잘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일에도 안철수 전 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이 국회에서 주최한 좌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안철수·박원순·박영선 손잡다, 맞느냐"고 농반진반의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축사를 통해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 자리였다.

    비노 계파가 결집하고 당권이 흔들리는 자초위난(自招危難)의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로서는 박원순 시장의 이러한 행보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의 대표인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이 사건이 공론화되고 불씨가 더 큰 불꽃이 돼 활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유례 없이 강한 어조로 박원순 감싸기에 나선 것은 오히려 박원순 시장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에 대한 MBC의 보도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에 대한 MBC의 보도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에 대한 검찰 고발을 환기하면서, 중앙당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는 미흡한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당내 비주류의 유력 인사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재판 과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의 일이 겹쳐, 당권을 그럭저럭 유지해 나가면서 분당을 막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성완종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저녁 서울시내 모 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한 사실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응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로비 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며 유죄 선고가 떨어지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 이들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평소와 같았더라면 문재인 대표 체제는 벌써 무너졌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박원순 시장에게도 아들 주신 씨가 검찰 고발이 된 만큼, 중앙당의 조력을 받아야 할 상황임을 넌지시 상기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다만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MBC의 왜곡·편파 보도에 항의하는 액면 그대로의 발언으로 다른 정치적인 의도는 없을 것"며 "(박원순 시장에 대한 견제구 운운은) 완전한 상상의 영역으로 너무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새정치연합 회의에서 공개 발언이 나온 것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 면탈 의혹과 거리를 두고 있던 새누리당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이 '정치검찰' '왜곡·편파보도'까지 운운하며 핏대를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으로서 원내외에서 적절한 수위의 대응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올해 1월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로 내정되며 당에서 총리를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을 때, 취재진의 다소 무리하다싶은 거듭된 요구에 모두 응해 이완구 총리 내정자의 차남 병역 면탈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한 바 있다.

    그 누구보다 이 문제에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MBC의 보도는 공인인 서울특별시장의 직계비속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의 정당한 보도라는 인식을 갖고 이번 사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 사안을 여야 간의 정쟁으로 번지게 하지 않으면서, 가장 명쾌하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 때에 그랬듯이 재차 공개 검증을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소리에 결국 새누리당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