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가도로 위험성 강조하며 경찰 압박..경찰 "서울시 언론플레이"
  • ▲ 서울 중림동 한마음회 회원들이 서울시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을 반대하며 걸어놓은 현수막.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중림동 한마음회 회원들이 서울시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을 반대하며 걸어놓은 현수막.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경찰의 교통안전시설 심의 보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직권으로 11월부터 고가도로 차량통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는 경찰의 두 차례 심의 보류에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을 빚고 있다.

    이제원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7일 개최된 제8차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서울시가 계획한 서울역고가 주변 교차로 개선계획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며, "교통안전심의 보류 결정으로 (서울시의) 정상적 사업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빚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제원 부시장은 서울시와 경찰청이 수십 차례 실무적 협의와 의견교환을 거쳤고, 경찰 측이 제시한 보완의견을 수용했는데도, 경찰이 심의보류 결정을 내린 사실에 불만을 드러내며, "도로로서 수명을 다한 서울역 고가의 위험성과 시민 안전 최우선 원칙에 따라 직권으로 연내 서울역 고가도로의 차량통행 금지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 서울역 고가도로.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역 고가도로.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제원 부시장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의 심의보류) 결정이 유감인 것은 '서울역7017프로젝트'가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시정 공약 첫 페이지에 '안전한 도시-안심특별시 서울'이라는 말이 적혀있을 정도로 서울시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의 안녕과 시민 안전 확보"라며,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역시 시민의 안전에서부터 시작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시장은 "서울역 고가는 1970년 완공 후 45년 간 서울역의 동서를 잇는 혈관 역할을 해왔으나,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으며 차량이 다니는 도로로서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원 부시장은 "금년 말까지는 시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철거해야 하는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시장은 "서울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교통개선심의 재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결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시민의 안전을 위해 금년 11월부터 직권으로 서울역 고가의 차량통행 금지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시민 안전에 있어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서울경찰청은) 시민안전을 위한 이번 프로젝트의 당위성에 공감해, 서울시의 교통개선계획 재상정과 결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시의 교통안전개선안을 경찰이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이제원 부시장의 ‘호소’로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갑자기 서울시 대변인이 경찰 측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 ▲ 서울경찰청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 관련 심의를 두 차례나 보류한 데 대해, 서울시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기자회견 뒤 서울시관계자와 출입기자들이  서울역 고가도로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경찰청이 서울역 고가 공원화사업 관련 심의를 두 차례나 보류한 데 대해, 서울시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기자회견 뒤 서울시관계자와 출입기자들이 서울역 고가도로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 서울역 고가도로.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역 고가도로.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경찰은 사전 실무협의를 통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신호체계나 차로운영 등 지극히 기술적 사안만을 가지고 두 차례나 문제를 삼았다"며, "서울경찰청이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보류 결정을 내린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경찰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교통안전에 대한 실무를 판단하는 교통심의위원회가 남대문시장 상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한 것은 월권행위라는 것이 김 대변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인철 대변인은 "법에 따라 교통과 관련된 문제만 심의해야 할 경찰이 인근 주민의 객관적인 의견까지 제시하라고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나아가 김인철 대변인은 서울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직위가 과장급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장급도 아닌 과장이 서울시 사업을 두 번이나 반대한 것은 월권이자 모종의 정치적 함의를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 ▲ 경찰 로고. ⓒ뉴데일리DB
    ▲ 경찰 로고. ⓒ뉴데일리DB

    서울시의 이런 주장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심의 보류에는 정치적인 함의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의 보류 결정은 교통안전과 소통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서울시가 개선책을 마련해 재심의를 요청할 경우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의 기자회견 내용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서울시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면서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서울시 부시장이 기자회견 내내 서울역 고가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유감을 표하는 모습은, 경찰이 시민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고가를 방치하는 것처럼 비춰지기에 충분했다"며, "어떤 경찰도 시민들이 위험한 도로를 이용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경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 위원장이 과장급 인사라는 (서울시)대변인의 발언은, 경찰 전체를 무시하고 깔보는 발언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7월 28일과 8월 27일, 7차·8차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중심부 교통량 분산을 위한 대체고가 계획 구체화가 필요하며, 남대문시장 상인 및 만리동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와 관련돼 객관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