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박 대통령 역사관 잘못" 비난北 "사과 안했다" 발뺌에도… " 협력공동사무국 설치 해야"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의 정책을 비판 일색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역사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으며, 경제 개혁 등에 대해서도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오전 본회의에서 단상에 올랐다. 지난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에 이어 이날은 야당의 대표연설 순서였다.

    이 원내대표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대한민국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국민의 삶은 한 마디로 팍팍하다"며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 △학생들이 사교육과 입시교육에 지쳐 웃음을 잃은 나라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애도 낳고 싶지 않고 살고 싶지 않은 나라…" 등 11개의 비관적인 주장을 언급한 후 "지금 이 나라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안에 시달리는 나라"라고 정리했다.

    이 원내대표는 현실에 대한 문제 지적은 수 가지를 나열했음에도, 구체적인 해결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더 힘들었던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며 "다시 도약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그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해를 건국 67주년이라고 말했다"며 "1910년 일제의 주권침탈 이래 36년 동안 전개됐던 우리 민족의 치열한 항일투쟁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이자,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훼손하는 잘못된 역사 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경제권 개혁 문제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실제로 연설 중 노동 개혁과 교과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는)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노동개혁은 포기하고, 청년·비정규직 일자리 해결에 힘을 모으자"며 "청년 일자리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각계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일자리 늘리기 △재벌 대기업은 500조 원 넘게 보유한 사내유보금의 일부를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기 △공공부문과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기 △비정규직 4대 사회보험 적용률 높이기 등을 제안했다.

    경제 정책에 대해 발언하던 이 원내대표는 갑자기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국방, 민생, 백성과의 신의라고 답했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신의라고 했다"며 "그간 우리 정치와 정당이 제대로 서지 못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일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는 편향된 역사관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시키는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아직도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검정파동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와 보수 사이에 역사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 독재나 인권유린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연설은 김무성 대표가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앞서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역사적 사실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사실왜곡이나 특정 사건과 인물에 대한 과대포장은 철저히 배격해야 하지만 역사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미에서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남북 문제에 대한 자신의 대북 정책도 가감없이 밝혔다. 그는 남북이 평화를 위해 합의서를 체결하고 협력공동사무국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남북합의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며 "이산가족상봉을 정례화 하고 규모도 키워야 하며, 남북간 민간교류협력사업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고 북방 경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북방 경제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며 "장관급회담이건 통통라인이건 남북고위급회담의 채널이 정해지면 대화의 정례화와 상설화를 위한 ‘회담에 관한 남북합의서’를 체결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개성에 가칭 ‘남북협력공동사무국’ 설치를 제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남북관련 연설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번 남북 합의가 북한의 무력 도발에 따라 발생했음에도, 북한의 이렇다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감을 표했던 북한은 최근 "유감표명은 사과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오는 10월 북한의 무력 도발이 또 다시 예상되는 시점에서 협력공동사무국이나 합의서 체결 등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이종걸 원내대표의 연설이 앞서 김무성 대표와의 연설 내용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만큼, 향후 여야가 4대 개혁과 북한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등에서 협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