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른쪽 두번째 자리서 열병식 참관, 북한 대표한다는 최룡해는 구석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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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전승절 행사의 메인 이벤트, 열병식(閱兵式).

    3일 오전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堀起: 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였다.

    중국군(軍) 병력 1만2,000여명과 각종 무기장비 40여종 500여대, 군용기 20여종 200대가 총동원됐다.

    그야말로 역대 최대 규모. 시진핑 주석의 '황제(習皇帝·Emperor) 등극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70발의 예포 발사와 함께 행사의 막이 올랐다. 50여명의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과 함께 천안문 성루에 오른 시진핑 주석은 기념 연설에서 이번 열병식이 중국 정부의 정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며, 중국의 부흥과 세계 평화 발전에 매우 깊은 뜻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열병식은 평화의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2차 대전 종전의 의미와 교훈을 되새겨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두에 서서 계단을 올랐다. 그 뒤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다른 인사들이 뒤따랐다. 박 대통령은 이동 중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 미소를 지으며 종종 대화를 나눴다.

    성루 참관석에는 시진핑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외국 정상이, 왼쪽으로는 중국 고위인사가 자리했다. 시진핑 주석 바로 오른쪽 옆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착석했으며, 그 옆이 박근혜 대통령 자리였다. 반기문 총장 내외는 오른편 5~6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맨 끝에 자리잡았다. 이는 최근 냉랭해진 북-중(北中)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열병식을 차분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열병식이 진행되는 내내 특별한 표정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의 심경은 상당히 복잡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방중(訪中) 1주일 전까지도 결정을 짓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한 난제 중의 난제였다.

    시진핑 주석의 야욕을 꿰뚫어 본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서방 주요 정상들의 불참이 일찌감치 확정된 것은 물론, 65년 전 북한을 도와 우리 국군을 무참히 학살한 중국 인민군 열병식에 한국의 지도자가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 대규모 열병식을 참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에 국내는 물론 해외 정상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일(韓中日) 3국 회담 약속을 이끌어내며 마음의 큰 짐을 덜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3국 정상회담의 개략적인 일정에 한-중 정상이 합의한데 대해 "일본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조기 개최를 위해 협력할 뜻을 밝혔다. 일본의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도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긍정 평가하며 "역내 국가들의 좋은 관계는 미국의 이익과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과거 중국의 만행과 관련해선 국내에서 "최근 도발을 일삼은 북한의 핵(核) 억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여론이 조성돼 청와대의 숨통이 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일정을 마치고 상하이로 이동한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 상하이 동포 간담회,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차례로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전날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행사와 시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주재하는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뒤 오후 서우두국제공항을 거쳐 상하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은 박 대통령 등 양국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한-중 공동으로 개최되며 중국 측에서는 상하이시 측 고위인사들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