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예산, ‘비밀서약’한 국회의원에게 일부 공개하고, 어기면 ‘의원직 박탈’ 하자
  •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직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실이 배포한 야당 반박자료. ⓒ뉴데일리 DB
    ▲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직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실이 배포한 야당 반박자료. ⓒ뉴데일리 DB


    지난 9월 1일부터 정기국회가 열려야 하지만 파행을 겪고 있다. 원인은 ‘특수활동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특수활동비’가 정부와 정치인의 ‘쌈짓돈’처럼 사용된다며, 그 내역을 모두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수사비용이므로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 번 쯤 들어보기는 했지만 잘 모르는 ‘특수활동비’. 이게 왜 문제인걸까.

    국회 마비시킨 ‘특수활동비’의 정체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가 바로 ‘특수활동비’다.

    2015년 예산에 편성된 정부 부처의 특수활동비는 8,800억 원 가량. 언론들은 정부의 특수활동비가 2014년에 비해 100억 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라며 비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렇게 늘어난 특수활동비 가운데서도 유독 국정원 것만 물고 늘어지며, “정보기관의 ‘나쁜 짓’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편다. 과연 그럴까.

    한국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려 3만여 명의 ‘대남공작요원’으로 각종 공작을 펼치고 있는 북한 김씨 왕조와 대적 중이다.

    북한 정권의 대남공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미인계, 매수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한국 고위층을 포섭, ‘두더지(Mole)’를 심어두는 것은 기본이요, 재계, 학계, 관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에까지 ‘대남공작요원’을 침투시켜,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정보를 빼간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작전에 사용된다.

    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한 뒤 북한 또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남공작 예산이 일부 줄어든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남공작에 필요한 예산은 4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김씨 왕조의 비자금으로 대부분 충당되기 때문이다.

  • 북한 대남공작의 총본산인 평양 3호 청사 일대의 위성사진. 이곳에는 '대남공작 요원' 3만 명 이상이 근무한다고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DB-뉴포커스 제공
    ▲ 북한 대남공작의 총본산인 평양 3호 청사 일대의 위성사진. 이곳에는 '대남공작 요원' 3만 명 이상이 근무한다고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DB-뉴포커스 제공


    한편 북한 정권의 대남공작을 막는 한국의 방패는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국군기무사령부, 경찰청 정보국, 대검찰청 공안부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국정원은 한국으로 침투한 북한 대남공작요원과 그들에게 포섭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정권의 대남공작을 막는 것 이외에도 국제마약조직과 테러조직의 한국 사회 침투, 산업스파이의 기밀유출 등을 막아내는 데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다른 정부부처의 방첩활동과 대북첩보수집 활동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국민의 대다수는 이런 국정원의 예산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른다. 그것이 바로 정부 부처마다 배정돼 있는 ‘특수활동비’다.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의 예산을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다른 부처에다 ‘숨겨놓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들 알고 있는 북한의 대남공작활동을 설명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국정원을 ‘박살’내려면, 먼저 그 조직과 규모, 예산부터 파악해야 한다. 예산을 파악하게 되면 역산(逆算)을 통해 조직 규모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국정원 직원들의 연봉 또한 계산이 가능하다. 그 이후에는 국정원 요원에 대한 역공작, 즉 ‘포섭’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국정원 요원을 포섭, 이중스파이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100만 달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요원의 ‘연봉’을 파악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공작’이 가능해진다. 요원의 가족을 볼모로 삼고 돈으로 회유까지 하면, ‘포섭’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때문에 국정원은 그 예산과 조직, 직원 수, 직원들의 인적사항과 연봉 등을 ‘국가기밀’로 취급하고 있다.

    2015년 특수활동비 ‘불과 8,800억 원’…그 이유는?


    하지만 한국의 언론과 정치인, ‘자칭 시민단체’는 국정원의 예산 규모를 밝히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2년 말 기준으로 4,000억 원의 본 예산, 기획재정부 예비비 명목으로 4,000억 원, ‘특수활동비’로 3,000억 원 가량을 사용했다고 한다.

    즉 현재 새민련이 문제 삼는 ‘특수활동비’ 가운데 국정원이 사용한 것은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것이었다.

    사실 2015년 정부 예산 중 특수활동비가 ‘불과 8,800억 원’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는 정부 전체 예산 375조 원 가운데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 예산의 절반을 '첩보수집'에 사용한다고 볼 때 국정원 등 안보기관이 ‘기본적인 공작활동’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정보기관이 각종 수사와 공작에 사용해야 할 특수활동비가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데는 지난 DJ-盧정권의 문제도 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04년, 정부는 국정원에게 “예산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정원 요원들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비용을 정산해주겠다”는 지침을 내린다. 이에 대부분의 국정원 요원들은 경악했다.

    당시 한국의 온라인 보안은 ‘초갓집 울타리’ 수준. 해외의 해커들이 손쉽게 뚫고 들어올 수 있었다. 금융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정보기관 요원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영수증을 남긴다면 어떻게 될까. 정보기관 요원의 금융기관 계정만 해킹하면, 동선(動線)부터 활동내역,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확인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

    이에 국정원 요원들, 특히 대공수사 요원들은 “정보기관을 호구로 만들거냐”며 반발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정부예산의 투명성’을 내세워 신용카드 사용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국정원 요원들은 활동할 때마다 모두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그 영수증을 제출한다.

  • 1998년 5월 12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現국가정보원)는 청사를 이문동에서 내곡동으로 이전했다. 이전식에 참석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 기록관 홈페이지 캡쳐
    ▲ 1998년 5월 12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現국가정보원)는 청사를 이문동에서 내곡동으로 이전했다. 이전식에 참석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 기록관 홈페이지 캡쳐


    그렇다면 당시 노무현 정권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국정원 예산 투명성’은 더욱 좋아졌을까. 특수활동비는 줄어들었을까.

    2009년 4월 22일 ‘경향신문’의 보도를 보면, 정부 예산으로 책정된 특수활동비는 2000년 4,730억 원이던 것이 2001년 4,954억 원, 2002년 5,487억 원, 2003년 6,015억 원, 2004년 7,137억 원, 2005년 7,479억 원, 2006년 7,876억 원, 2007년 8,128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정권을 잡았던 정당이 어디였을까. 이름을 여러 번 바꿔 그 정체성까지 하늘로 날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여당 주요 인사였던 사람들이 여전히 활동하는 곳이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아닌가. 

    이 기간 중 정부의 ‘특수활동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으련다. 그 내역 가운데 일부를 밝히면,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은 물론 ‘자칭 시민사회단체’의 관계자들은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DJ-盧정권 동안 대폭 증가하던 정부 ‘특수활동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증가세가 크게 줄었다. 좌익 성향 언론과 새민련은 “국정원이 ‘나쁜 짓’을 하는데 사용하는 쓸 수도 있는 특수활동비가 매년 100억 원 넘게 증가했다”며 시비를 걸고 있지만, 2008년 이후 6년이나 지났음에도 10%가 채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은 무슨 뜻이겠는가.

    여당 “국정원 예산 4배로 늘리면 고려” 조건 걸어야


    현재 국정원은 북한의 대남공작 뿐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북한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일본, 미국 등 동맹국, 북한의 ‘핵개발 커넥션’에 연루된 이란, 시리아, 북한의 주요 무기구매처였던 우크라이나, 국제테러조직과 마약조직이 ‘물건’을 공급받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 대해서도 첩보수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명 수준인 국정원 요원 정원은 15년 넘게 제 자리다. 예산이 그대로여서 연봉도 그대로다. 물가 인상률을 생각하면 '마이너스' 수준이다. 

    다른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그 사이 연 3~7%까지 꾸준히 올랐다. 과거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던 국정원 요원들은 이제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 이탈리아 해킹팀의 RCS 프로그램 논란으로 국정원 요원 임 모 과장이 자살했다. 사진은 그의 유서 내용 일부다. 국정원 직원도 사람이다. 이들에게 무조건적 충성심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TV조선 관련 영상 캡쳐
    ▲ 이탈리아 해킹팀의 RCS 프로그램 논란으로 국정원 요원 임 모 과장이 자살했다. 사진은 그의 유서 내용 일부다. 국정원 직원도 사람이다. 이들에게 무조건적 충성심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TV조선 관련 영상 캡쳐


    국정원 요원들이 ‘야성’을 찾고, 국민들이 원하는 첩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턱대고 다그치기 이전에 먼저 제대로 된 대우부터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안보 정당’을 표방하는 여당, 새누리당이 먼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현재 새민련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놓고 ‘시비’를 건다면, 새누리당은 당연히 이런 정도로 대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좋다. 특수활동비를 공개하자. 대신 국정원 예산을 지금의 4배로 늘리자. 지난 15년 동안 대공수사라인이 무너진 것을 복원하지 못한 것도 있고, 한국의 국력이나 국제적 위상도 90년대와는 다르니까, 인원도 보충하고 기존 요원들에 대한 대우도 ‘현실화’ 시켜야 하지 않겠나.”


    새누리당은 또 다른 조건을 내걸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정원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자는 데 대해 “다. 대신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북한과 수사를 제외한 부분’만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언론에 유출한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하자” 말이다.

    국정원 요원들도 사람이다. 그들에게도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욕구가 있다.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침묵만을 강요한다고 ‘국가안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한국이 김씨 왕조가 통치하는 '지옥'은 아니지 않는가.

    새누리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물고 늘어지는 야당을 향해 왜 제대로 된 반박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가.

    사실 지금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할 정부부처는 대통령 비서실, 대통령 경호실, 국회, 법무부, 감사원 같은 곳 아닌가. 이런 곳을 먼저 공개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정원이 자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요구하는 야당에게 새누리당은 “당신네들이 망쳐놓은 국정원부터 먼저 제대로 고쳐놓고 논의해보자”는 말을 하는 의원이 왜 단 한 명도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