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朴, 習 북한 도발에 '무관용 엄중 대응' 전략적 협력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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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2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핵 불용!"

    메시지는 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유통일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비록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제언처럼 '통일 국경(統一 國境)'을 직접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일 북한에 대한 비핵화(Nuclear disarmament)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北核)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 협조를 이끌어내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한-중-일(韓中日) 3국 정상회담 개최의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 상당부분 유효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자 시진핑 주석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이날 베이징(北京)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양측은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발표한 한-중(韓中) 정상회담 결과는 다음과 같다.

     

    #. 한반도 정세, 흐름의 변화

     

    "양측은 최근 한반도에서 조성됐던 긴장 상태가 남북 간 협의를 통해 완화된 것을 평가하고, 금번 합의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행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속화되기를 희망했다.

    이와 관련, 양측은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한반도 정세 발전을 포함해 이 지역 및 국제문제에 대해 의사소통 및 협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양측은 이미 여러차례 천명한 바 있는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최근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으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음에 주목하면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측은 한반도가 분단 70년을 맞아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중국측은 한반도가 장래에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했다."

     

     

    [9.19 공동성명]은 2005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이 채택한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선언문에는 '조선(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이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보장·감독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러한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도발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北核) 억지 노력은 선결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양국 정상은 향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 등 추가도발을 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할 수 있도록 6자회담을 실질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對北) 압박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대북 공조체제 강화' 목표는 한 가지다.

    [자유평화통일] 그 이상도 이하일 수도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심, 시진핑 주석의 물밑 협조, 러시아의 경제 위기 고조.

    북한의 고립화를 통해 우리가 대북 주도권을 확보하는 대내외 환경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베이징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북핵 불용과 통일에 대한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양국 관계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 ▲ 2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2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韓-日-中 3국, 대북 압박의 서막 

     

    "양측은 한-중-일 3국 협력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서 계속 유지·발전돼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금년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포함한 상호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은 그간 박근혜 대통령께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3국 협력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오신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우리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역내 신뢰와 협력 구축이라는 공동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매우 유용한 틀로서 이를 구체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이를 위한 '제2차 동북아평화협력회의'의 성공적 개최 및 원자력 안전, 재난관리, 에너지 안보,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 다음은 일본이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매년 개최돼 왔으나 지난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한 뒤 양국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단됐다.

    지난 3월 21일 3국의 외교장관은 "모두가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제 3국 정상회의 재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동북아 정상외교]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고리를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마련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이끌어냈다는 것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가 역내 외교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잡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우리가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곧 3국의 대북(對北) 압박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중(北中) 혈맹관계'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는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까지 참석했는데도 왜 중국이 눈에 띄는 초강경 공조안을 내놓지 않았냐"는 반응이 있다.

    이에 대해 한-중 정상회담의 실무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중국이 한반도의 조기평화통일을 강조한 점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큰 다자행사를 진행하는 와중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와 같이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그것도 한반도 정세가 복잡한 가운데 양국 정상이 심도 있는 논의를 갖고 이러한 발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과거에는 이러한 내용을 생산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양국 정상간 신뢰가 있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진핑 주석이 14분을 초과하면서 진행한 정상회담(34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마련된 특별오찬(64분).

    이날 오찬 테이블에 올려둔 메뉴판에는 양국 정상의 사진 아래 네 개의 사자성어가 한글과 한자로 적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이심전심(以心傳心)'과 '무신불립'(無信不立), 시진핑 주석 사진 밑에는 '번영창조'(繁榮創造) '미래개척'(未來開拓).

    상당히 의미심장한 글귀들이다. '시황제(習皇帝·Emperor Xi)'라 불릴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시진핑 주석의 번영창조(경제)와 미래개척(군사). 미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를 움켜쥐려는 시진핑 주석의 야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우리의 진정한 염원인 '평화통일(平和統一)'이 적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시진핑 주석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조금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함도 있다

    그래도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남아 있다. 시진핑 주석이 남긴 이 의미 있는 메시지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