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PR에, 농담에… 진정성 있는 병문안 아쉬워
  • ▲ 철책을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들. 이들의 2년간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안녕이 지켜지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철책을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들. 이들의 2년간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안녕이 지켜지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시종일간 반말, 부하 병사 다루는 듯한 하대(下待).

    국민과 국가를 목숨으로 지킨 장병에 대한 존경은 찾기 어렵다. 아니 국민의 시종(侍從)이라 자처하는 국회의원이 국민 한사람을 대할 때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예상치도 못한 북한의 지뢰 공격에 꽃다운 청춘 두 사람이 불구가 됐다.

    누구의 책임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1차적으로는 김정은의 북한이라고 해야할테지만, 같은 도발이 반복된 것은 그간 단호하지 못한 대응을 해온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8.25 남북 합의를 통해 우리는 단호한 대응을 통해서도 북한과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햇볕정책이 아니라도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비록 믿기지 않는 약속일지언정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 부장이 "약속을 어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정치권이 긴장완화와 대화를 외치는 동안 애꿎은 장병들만 희생된 셈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들인 정치권의 당 대표들은 문병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아마도 "당연히 당신들이 있어 우리가 편히 있을 수 있어 고맙다"며 "정치권이 더 잘 해서 다시는 당신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 미안하다"고 해야하는게 아닐까.

    그러나 현재 정치권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정작 냈어야 할 목소리는 망각한 듯 했다.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깊은 사과 대신, 자기 자랑에 바빴고 실 없는 농담만 늘어놨다.

    저마다 소속상임위, 출신부대를 내세웠다. "내가 너에 대해 잘 아는데…"로 시작하는 허세와 뭐가 다른지 알 길이 없다.

  • ▲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달 11일 목함지뢰 도발에 부상당한 장병을 병문안 간 자리에서 '국방위원회 소속'임을 강조했다. 그는 평상시에도 특전사 출신임을 강조해왔다. 사진은 1공수여단을 방문한 문재인 대표. (왼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달 11일 목함지뢰 도발에 부상당한 장병을 병문안 간 자리에서 '국방위원회 소속'임을 강조했다. 그는 평상시에도 특전사 출신임을 강조해왔다. 사진은 1공수여단을 방문한 문재인 대표. (왼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앞서 11일에 병문안을 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부상당한 상황 속에서 그렇게 해준게 고마운 일이다, 군인답게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했지만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나 정치권 속 자성의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어 "나도 소속이 국방위다. 아까 말씀하신분들이 노고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심지어는 "팀원 걱정 부대 걱정 이런거 말고 개인적으로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다던지 그런 소망 없느냐"는 질문을 던져 논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표에 비해 20일 늦은 지난 달 31일 병문안 일정을 잡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심정은 바로 쫓아와서 병사들을 보고 싶었지만, 다리가 절단되는 엄청난 고통속에 있을 부상당한 장병을 보고 사진찍는게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장병들을 한번 더 생각해 안정되길 기다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와 비교했을 때 문병의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내가 1사단 출신이다. 우리 전진부대 화이팅!"이라며 자기 어필을 시도했고, 김학용 비서실장은 "경기도 안성, 내가 너 평생 포도 책임질게"라며 농담을 건넸다. 20일 전 문재인 대표의 '짜장면' 발언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가기에 충분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부상장병 병문안을 마치고 "병원장에게 환자가 고통속에 있는데 정치권과 상급기관이 면회하겠다고 허용해준 것은 당신 잘못이라고 말했다"며 "병원장으로서 면회가 안되는 상황이면 안된다고 당당하게 자기 입장을 밝히는 문화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상갔을 때도 언론 보도 경쟁 때문에 수많은 카메라들이 엉켜서 슬픔에 젖어있는 상주들에게 너무나 큰 결례를 많이 범하는게 그간 우리의 정치문화"라면서 "그런것은 바뀔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새누리당은 그런 문화를 바꾸는데 나서겠다"고 밝혔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무슨 일이 터지면 정치인들이 먼저 사진찍으러 가는데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병문안을 가서 보여준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무슨 일이 터지면 정치인들이 먼저 사진찍으러 가는데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병문안을 가서 보여준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물론 이같은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마음먹은 것은 박수쳐줄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문상 행태, 그 자체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든든하기로 치면 국회의원 300명이 군인 1명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국회가 더 많은 국방 예산을 지원해 북한이 이같은 테러를 자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어야 했다. 더 단호한 대응을 외쳐줬어야 했고, 더 강력한 대북 심리전을 지원해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었어야 했다. 우리 피끓는 청춘들의 무고한 희생을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단호한 대응을 외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와 대화를 외치면서 북한의 화전 양면 전술에 순순히 응해줬다. 찰나뿐인 거짓 평화가 거듭되면서 몇 년을 주기로 장병들이 꾸준히 희생됐다. 그렇기에 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했다. 국민들이 피로 나라를 지킨 군인에게 하고 싶었던 말, 해야 할 말을 전했어야 했다.

    당신들로 인해 우리들의 안전이 공고해졌으며, 당신들 덕에 발 뻗고 잘 수 있음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고.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또 이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반드시 정책으로 보여주겠다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병문안은 치밀하면서도 확고한 대북정책을 짜는 일이다. 북한의 도발을 막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관된 기조를 정하는 일이다.

    100번을 찾아가던 1000번을 찾아가던, 아무리 진지하게 병문안을 한다 한들,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다. 나약한 대북정책으로 북괴가 또 다시 도발을 하고, 그로 인해 희생자가 또 나온다면 설령 아무리 진정성 있는 병문안이라고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