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계 5015와 '참수(斬首) 작전'

    북한의 최대 약점은 김정은 본인과 그 주변의 안전이다.

  • 따라서 유사시, 최종적인 전쟁 결과와 무관하게 김정은 일가는 물론
    최소한 황병서 등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 전쟁 억지력이 생긴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북한군은 지난 8월 28일 평시 수준의 대비 태세로 전환했다.
준전시 상태는 8·25 합의로 해제했지만,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으로 강화된 경계태세를 유지하다가,
UFG가 끝나자 특별 경계 근무령을 해제한 것이다.
현재 국군은 이번 지뢰 도발 사태의 복기(復棋)를 통해, 북한군의 전력과 전략을 재평가하고,
대응전략을 마련 중이다.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잠수함·특수전 전력은 예상보다 높은 동원 능력을 보여줬으나,
항공·전차 전력은 거의 가동하지 못하는 등 전면전 능력은 떨어졌다.
이는 ‘기습에 의한 속결전’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전방 지역에서만 준전시 상태가 발령되는 등, 일부 전력만 투입했기에
북한군의 전체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번 도발을 십분 ‘활용’했다.
UFG가 진행되는 도중 북한군이 동원·전개되는 바람에, 이에 맞춰 훈련을 실전처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기존의 작계(작전계획) 5027을 대체하는 ‘작계 5015’를 만들어 이를 적용하는 훈련을 처음 시도하고 있었다.
미 공군은 B-2 폭격기 3대와 운용요원 225명을 8월 7일 괌의 앤더슨 기지에 순환 배치하는 등, 작계 5015에 맞춰 B-2, B-52, F-22 등의 ‘전략자산’을 동원해 선제타격하는 계획과 훈련을
했다. 그런데 때맞춰 북한군이 기동해 준 것이다.

작계 5027은 남침하면 최대한 버티다가 미 증원군이 도착하면 총력 반격한다는 개념으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선공’을 감수한다는 점이다.
핵과 방사포를 고려할 경우, 선제공격에 의한 피해를 감내하기 힘들다.
둘째, 병력 69만 명, 항공모함 5척, 함정 260척, 항공기 2500대라는 미 증원군은 비현실적이다. 현재 미 육군은 58만 명 수준이며, 계속 줄어들고 있다. 69만 명을 동원하려면, 예비군 소집령이 떨어져야 가능하다. 이에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작계 5015를 수립하기로 합의하고 6월 완성했다.

작계 5015의 핵심은 ‘맞춤형 억제전략(TDA)’과 ‘4D 전략’이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포괄적 억제와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전 탐지(detect)와 방어(defence)·교란(disturb), 파괴(destruction) 능력을 강화하고,
북한군의 공격 징후가 뚜렷할 경우 예방적 선제공격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정밀타격무기를 이용해 적 수뇌부를 무력화시키는 ‘참수(decapitation) 작전’도 마련하고 있다. 북핵에 대비,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론 북핵을 100% 방어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 것처럼, 북한의 최대 약점은 김정은 본인과 그 주변의 안전이다.
따라서 유사시, 최종적인 전쟁 결과와 무관하게 김정은 일가는 물론
최소한 황병서 등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은 반드시 죽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때,
전쟁 억지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번 도발 사태의 최대 교훈은,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맞설 때에는 작계 5015보다 훨씬 이전 단계에서 도발을 억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예방적 공격 개념은 국민적 합의와 결연한 의지를 전제로 한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 sjhwang@munhwa.com

[문화일보 칼럼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