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당 안정' '혁신 성공' "계파패권주의 없어져" 발언에 김한길 "현실 직시하라"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 가운데)가 지난달 31일 당이 안정되고 계파패권주의가 없어졌으며 혁신이 잘 돼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한데 대해, 박주선 의원(사진 맨 오른쪽)은 1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와 박주선 의원 사이는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 가운데)가 지난달 31일 당이 안정되고 계파패권주의가 없어졌으며 혁신이 잘 돼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한데 대해, 박주선 의원(사진 맨 오른쪽)은 1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와 박주선 의원 사이는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이 안정되고 계파패권주의가 없어졌다고 자화자찬한 것에 대해, 박주선 의원이 "착각과 오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한길 전 대표도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여주 썬밸리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지역 구의원 연수회에서 "우리 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당내에서 우리 당을 스스로 무너뜨렸던 일들도 거의 없어졌다"고 단언했다.

    이어 "어느덧 계파패권주의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았느냐"며 "혁신도 잘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혁신 방안이 당무위·중앙위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며 "혁신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은 것처럼 언론에서 다루지만 결과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문재인 대표의 자화자찬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볼멘 소리가 당장 당내 비노(非盧·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추진한 혁신안에 대해서는 많은 불만들이 있으나, 당무위·중앙위에서 부결되면 당 전체가 '반(反)혁신 집단'으로 매도될 것을 우려해 선당(先黨)의 정신으로 통과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당무위·중앙위의 결과도 압도적인 지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더 민감한 혁신안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일단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지켜 본 당무위원과 중앙위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혁신안 자체가 당을 수습하고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초북행(至楚北行)이라는 말 그대로다. 남쪽에 있는 초나라로 가는데 북행이 잘 될수록 오히려 목적지와는 점점 멀어지듯이, 혁신안이 의결되는 것과 당이 살아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은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고 국민의 지지를 되찾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혁신위가 당내 선거·공천 관련 이슈에 매몰돼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지엽말단적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내에서 우리 당을 스스로 무너뜨렸던 일들'이란 정청래 의원의 '공갈 발언' 파문, 김경협 전 수석사무부총장의 '비노 세작' 막말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노를 향한 친노의 무분별한 막말만 잦아들었을 뿐, 친노의 당을 망치는 행각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의 처신에도 친노·비노 사이의 잣대가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노 한명숙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떨어졌음에도, 문재인 대표가 '판결 불복' 논란까지 무릅쓰면서 직접 감싸안은 반면, 비노 박기춘 의원은 혐의 사실로 기소됐을 뿐인데도 냉정하게 체포동의안 표결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사진 왼쪽)는 1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오른쪽)가 주최한 좌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역시 문재인 대표의 전날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사진 왼쪽)는 1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오른쪽)가 주최한 좌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역시 문재인 대표의 전날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친노패권주의는 여전히 공고하며, 당은 전혀 안정되지 못하고 '폭풍 전의 고요'와 같은 모양새다.

    의원들이 전하는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은 "광주 민심이 여전히 나쁘다"고 했으며, 호남 지역 최다선(4선) 의원인 김성곤 전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호남에서 신당·분당 바람이 많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지나친 낙관론를 펼쳐, 그 발언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같은 당의 박주선 의원은 1일 "침몰 직전인 당의 상황을 아전인수 식으로 호도하는 친노 수장다운 착각과 오만"이라며 "최고의 혁신 과제인 친노패권주의 청산은 포기한 채 혁신위의 뒤에 숨어 선거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보여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혁신이 잘 돼가고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를 묵살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것은 위선에 가득 찬 계파 패권주의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는 문재인 대표가 지난 23일 주승용 최고위원과의 오찬에서 "당이 4월 재보선 패배 이후에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과 당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절감한다"고 합의했고, 이러한 합의를 기반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복귀했음에도 이후 "혁신이 잘 돼가고 있다"며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부분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주선 의원은 "지금 당은 2012년 총선·대선 패배의 전철을 그대로 다시 밟아가고 있다"며 친노 책임론을 거론했다. 2012년 4·11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친노 한명숙 전 대표가 물러났으나, 친노 이해찬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당선돼 친노가 다시 대선을 주도해 또 패배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박주선 의원은 "똑같은 오류를 범해 더 큰 패배를 가져왔던 것처럼, 2012년 대선 패배의 주역이 또다시 총선과 대선을 주도하려 하면서 똑같은 패배의 길을 가고 있다"고 돌직구를 꽂았다.

    나아가 "친노패권주의와 혁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친노 패권주의가 청산되지 않는 한 당에서 함께 동거할 수 없다"며 "당의 진정한 혁신과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친노 계파의 해체를 요구한다"고 천명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같은 날 오전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축사를 통해 "우리 당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며 "제1야당인 우리 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보선 패배 이후에 지도부와 혁신위가 많은 애를 쓰긴 했지만, 그 성과가 국민들의 희망을 자아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고 물었다.

    '더 큰 변화와 결단'이라는 단어가 많은 정치적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김한길 전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의원들이 요즘엔 몇 명만 모여도 '이대로 총선 치를 수 있겠느냐'는 걱정들을 많이 한다"며 "우리가 큰 선거를 연이어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표의 전날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