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의 메시지 "한-중 정상회담 때 '통일한국' 국경 논의해야"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중국 전승절 열병식(閱兵式)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北核) 억지를 위한 한-중 공조전략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韓中)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3일 오전에는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의 논란은 여전하다.

    즉각적인 군사개입이 전제된 북중동맹(조중동맹)은 상당히 끈끈했다. 1950년 10월, 북한 김일성과 손을 잡은 중공군(中共軍)의 대대적인 침략은 남한 주도의 북진(北進) 통일을 좌절시키고, 흥남철수와 이산가족 등의 비극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유엔(UN) 총회는 세계평화를 위협한 중국을 침략자로 규정했다.

    일제(日帝)의 식민 지배에 못지 않는 악행(惡行)을 저지른 중국 공산당이다. 우리 국군과 유엔 연합군을 학살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중공군의 열병식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손을 흔들게 된다.

    대한민국 가치와 분열, 거대 이념의 모순이다.

    중국 측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데 대해 한마디 사과를 한 적도 없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은 6.25에 대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전쟁이자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뺨치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열병식에 참가하는 부대 가운데 북한 김일성이 활동했던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열병식에 참가할 예정인 부대와 관련해 "팔로군 115사단, 진찰기(晋察冀) 군구, 동북항일연군교도여단, 신사군 1사단, 신사군 1지대, 팔로군 129사단, 팔로군 120사단, 경애(瓊崖) 종대, 산동 군구, 섬감녕진수(陝甘寧晋綏) 연방군 등 10개 항일 부대의 깃발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가하는 이들 부대는 모두 일본군과 싸웠던 공산당 주력 부대다.

    문제는 동북항일연군과 북한 정권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실제 북한은 정권 정통성의 뿌리를 김일성의 항일 유격 활동에서 찾는다. 그 가운데서도 북한이 자랑하는 것이 바로 보천보 전투다. 1937년 6월 4일 밤 김일성과 일행이 함남 갑산군 내 보천보 주재소 등을 습격, 일본인 경찰 등 2~7명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일성과 일행이 속했던 부대가 바로 동북항일연군이다.

    북한은 이 보천보 전투를 일제가 지배하던 한반도를 탈환하기 위해 조선반도로 진격한 전투였다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왕조를 대내외에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열병식에 참여하는 동북항일연군에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체제 선전을 위해 보천보 전투의 전과가 터무니없이 과장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 ▲ 휴전 뒤로 추정되는 중공군 환송식에 섞여 있는 김일성 모습 ⓒ조선일보(중국 측 자료 사진).
    ▲ 휴전 뒤로 추정되는 중공군 환송식에 섞여 있는 김일성 모습 ⓒ조선일보(중국 측 자료 사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열병식에 참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60년 전 김일성의 자리를 꿰찰 만큼 중국 측으로부터 최고 대우(Greatest Treatment)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열병식 당일 천안문 망루에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개국 지도자와 정부 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 10명 등 정상급 외빈들이 함께 선다.

    천안문 망루는 중국 입장에서는 외빈에게 최고 예우를 한다는 의미로, 북한 김일성이 1954년과 1959년 열병식 당시 섰던 곳이다. 중국이 김일성을 혈맹국가 지도자로 대접한 것이다.

    그리고 60년이 지나 김일성이 섰던 자리를 고스란히 박근혜 대통령이 차지하게 됐다.

    현재 외교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 초대된 외국 지도자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바로 왼쪽에 서고,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설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중앙에 위치하지 못하거나 뒷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일각에서는 전승절을 앞두고 한국을 항일전쟁(抗日戰爭)에서 피를 나눈 동지로 보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국의 대표적 관영매체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5일 "(한국은) 일제의 침략을 받아 어려움을 함께 겪은 전우로 중국의 항일전쟁을 위해 힘쓰고 피를 흘렸으니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당연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홍콩 밍(明)보와의 인터뷰에서 "중한관계가 중조관계보다 좋고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중조관계가 벌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리, 한-중 협력관계가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訪中)에서 북핵 억지를 위한 중국과의 대북공조 전략을 구축하는 동시에, 실질적이고 발전적인 협력강화로 경제 실익을 챙길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중동맹(朝中同盟)을 뛰어넘을 한-중(韓中) 협력의 기틀을 마련, 국내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를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요지는 이렇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열병식에 참석하는 이상,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북핵(北核)을 억지할 수 있는 유효한 지렛대를 약속받아야 한다. 또한 그 성과를 미국과 일본 등 중국의 패권주의(覇權主義)를 경계하는 주변국에 확실히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순방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DB
    ▲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DB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내부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 우리의 역내 외교 주도권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많다. 먼저 한-중-일 간 외교전에서 '한국 소외론'을 해소시키는 측면이 있다.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면서 우리나라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이번 방중을 통해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제안했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낼 경우, 동북아 외교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가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곧 대북(對北) 압박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하반기 한-미-중-일(韓美中日) 4개국 연쇄 정상회동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정상외교'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선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고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핵(北核)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주한 미국대사는 27일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북한의 엔드게임(endgame·최종단계)'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논의할 의제가 꽉 차있겠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이 보여주는 최악의 리더십을 감안하면 '통일한국'과의 궁극적 국경문제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시간을 내서 대화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다."

    "북한이 일정시점에 가면 어떤 형태로든지 국가로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며, 한국이 뒤를 이어받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북한 인구를 흡수할 책임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지만 한국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통일의 과제는 중대하다. 통독의 최근 사례가 일정한 지침이 될 수 있으나 한국은 스스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는 튼튼한 통일계획은 물론이고 우방과 동맹, 협력의 파트너가 필요하다."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주한 미국대사의 분석처럼, 북한의 급변 조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정세와 국제적 환경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격동(激動) 직전인 '태풍의 눈'을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다. 박 대통령이 믿어야 할 것은 바로 하나다. 바로 우리 국민들의 자유통일의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당당히 외쳐야 한다.

    "한국인은 자유통일의지를 굳혔다.
    대한민국이 이끄는 통일 한반도는 중국의 홍복이다.
    우리 두 나라의 국민이 함께 번영하자!

    We Koreans have consolidated the will to free unification.
    Korean peninsula led by ROK is the greatest bliss for China.
    Let us two people prosper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