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터키 여권 지닌 ‘아뎀 카라다그’…태국 경찰 “터키인 또는 위구르인 추정”
  • ▲ 지난 29일 오후 1시 30분경(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무슬림 집단 거주지에서 체포된 방콕 테러 용의자 '아뎀 카라다그'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9일 오후 1시 30분경(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무슬림 집단 거주지에서 체포된 방콕 테러 용의자 '아뎀 카라다그'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유명 관광지 에라완 사원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 용의자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태국 경찰은 용의자의 국적 등 신상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군부와 시민들로부터 힐난을 받고 있다.

    태국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1시 30분경(현지시간), 방콕 동쪽의 무슬림 밀집 거주지인 농촉 지구의 한 아파트를 급습해 ‘아뎀 카라다그’라는 28세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아뎀 카라다그’는 체포 당시 위조된 터키 여권을 갖고 있었고, 그의 아파트에는 폭탄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에라완 사원 폭탄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0.5mm 크기의 쇠구슬(베어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태국 경찰은 용의자를 검거한 뒤 지금까지 그의 구체적인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언론들도 ‘아뎀 카라다그’가 위조된 터키 여권을 갖고 있었으니까 터키 국적 또는 위구르계 중국인이라고 추정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아파트에는 다른 나라 여권들도 여러 개 발견돼 터키인이라고 단정 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용의자를 검거한 뒤 솜욧 뿜빤무앙 태국 경찰청장은 언론에 “용의자가 국제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자신의 동료와 관련된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英텔레그라프는 ‘아뎀 카라다그’가 터키의 무슬림 테러조직인 ‘회색늑대들’의 조직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 ▲ 태국 경찰이 방콕 테러 이후 전 세계에 공개한 테러범의 몽타쥬. 검거된 용의자와 매우 닮았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 태국 경찰이 방콕 테러 이후 전 세계에 공개한 테러범의 몽타쥬. 검거된 용의자와 매우 닮았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태국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한 뒤에도 그의 신원조차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고, '폭탄테러'를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라고 밝히자, 시민들은 경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군부 또한 경찰에게 경고를 던졌다.

    지난 30일 우도메데즈 시타부트르 태국 국방차관 겸 육군참모총장은 “방콕 에라완 사원 폭탄테러의 용의자를 체포했음에도 수사가 너무 더디다”며 경찰에게 쓴 소리를 했다.

    우도메데즈 시타부트르 육군참모총장은 “현재 방콕 테러 수사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것은 용의자가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찰은) 용의자가 좀 더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그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심문을 하라”고 주문했다.

    태국 군부 지도층이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이처럼 질책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20명의 사망자와 13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방콕 테러는 피해자 가운데 외국인들이 많은 탓에 국제적인 이목이 쏠려있다 보니 태국 군부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경찰 수사에 분통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태국 국민의 다수는 방콕 테러의 용의자가 검거되었으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소식 보다는 탁신 치나왓 前총리와 태국 정부, 익명의 독지가가 내건 ‘현상금’을 과연 지급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태국 방콕 테러 이후 태국 정부와 익명의 독지가, 탁신 치나왓 前총리가 내건 현상금은 모두 1,000만 바트(한화 3억 3,000만 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