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함(名銜)은 북한 주민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

    북한 내 개인은 오직 '수령' 하나뿐.
     "하루 벌어 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명함을 쓸 일이 없다.
    명함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회"

    신준식(뉴포커스)   

    2013년 탈북한 박진수 씨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명함을 받고 특별한 반응을 보였다.
    하나원을 갓 나온 박 씨는 명함을 보면서 "이게 명함이라는 것입니까. 한국에 와서 처음 받아
    봅니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북한에는 개인이 명함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는 명함이 없다.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선전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 내 개인은 오직 '수령' 하나뿐이다.
    그는 이어 "하루 벌어 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명함을 쓸 일이 없다. 명함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탈북한 고위층 출신 탈북민은 뉴포커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명함 대신 신분증을 사용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증명할 때는 당원증을 꺼내 보인다. 그외 따로 디자인을 제작해서 명함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아무리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도 명함을 사용하지 않는다. 명함을 사용하는 문화가 없을 뿐더러,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개인 우상화 염려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명함에는 직장명과 직위가 표기된다. 그는 "오직 수령만을 중시하는 북한 사회에서는 개인의 직장과 직위는 '말로 해도 충분한 것'으로 통용된다. 개인이 어떤 직책을 가지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탈북한 김정화 씨는 '명함'이라는 단어는 오직 김일성 선물로 받은 시계에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이름이 적힌 시계를 명함 시계라고 부른다. 
      
      김정화 씨는 "명함이라는 것 자체가 북한에서는 '김 씨 일가의 이름'이라는 뜻이다. 남한에 와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명함을 서로 주고 받는데,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한 정착 당시 있었던 일화를 전했다. 취업 후 명함을 만드는데 전화번호를 명시하는 점이 영 탐탁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에도 전화번호책이 있다. 단, '대외에 내보내지 말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만약 유출이 되어 전화번호 체계가 드러나면 통신정보망이 들통난다고 교육을 받았다."
      
      김정화 씨는 "비밀스러운 북한에서 살다가 자유로운 남한에 오니까 전화번호를 공개한다는 것이 마치 내 모든 걸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개인정보를 함부로 알려주는 것도 왠지 꺼림칙했다"고 말했다. 
      
      김정화 씨는 이제는 누군가 만나면 자신 있게 명함을 내민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나를 소개할 수 없었는데 남한에 와서야 비로소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