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환-강규형-조우석.. '방송장악' 아닌 '방송개혁' 위해 뭉쳤다

  • 지난 7월 8일 오후 3시 50분경 여의도 KBS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자그마한 체구의 노년(老年)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자 일련의 남성들이 이를 가로 막고 나선 것. 팽팽한 긴장감 속에 양측의 대치는 약 15분간 계속됐다.

    겨우 인의장막을 뚫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여성은 곧장 6층 대회의실로 향했다. 이곳에는 나머지 10명의 이사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이곳에선 제 821차 KBS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KBS 2층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제2노조)의 육탄방어를 제치고 올라온 여성은 이인호 KBS 이사장이었다.

    48시간 전 '이승만 정부 일본망명 요청설' 보도로 불거진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이인호 이사장은 이날 오전까지 '이사회 개회'를 반대하는 숱한 반대에 직면해야 했다.

    제 2노조는 성명을 발표, "본색 드러낸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고, 개회 직전엔 임시이사회 소집에 반대하는 피켓시위까지 벌어졌다.

    바깥에선 언론보도로, 피켓시위로 '이사회 개회'를 저지·비난하고, 안에선 물리적으로 이사장의 출입을 막는 전방위적인 압박이 펼쳐진 것.

    이들이 이처럼 '이사회 개회'를 기를 쓰고 막으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의 조작보도 만행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 "고름이 터져나오는 순간에도 못본 척 외면"

    KBS 뉴스9는 6.25 전쟁 발발 65주년을 하루 앞둔 6월 24일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요청설'은 사실이었다"는 왜곡된 사실을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일본의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가 한국전쟁 발생 이틀 뒤인 1950년 6월 27일,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전보를 받았다는 게 이 보도의 골자였다.

    이같은 보도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전쟁 발발 이틀 만에 일본으로 도망치려한 '비겁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이 보도가 인용한 야마구치현 현사(縣史)에는 다나카 지사가 6월 27일 외무성 전보를 받았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원문에 나오는 외무성 전보의 시점은 북한군이 부산을 위협할 당시인 1950년 8~9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KBS 뉴스9는 원문에는 있지도 않은 '6월 27일'이란 날짜까지 집어넣어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 현에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는 번역 문구를 방송에 내보냈다.

    이는 6.25 하루 전날,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이 사실"이라는 방송을 내보내, 과거 대한민국 정부와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가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왜곡·선동 보도였다.

    자국의 역사를 심하게 비틀어 왜곡한 내용이 공영방송의 정규 뉴스로 방영됐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는 공영방송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대부분 가장 신뢰 받는 방송으로 인정 받고 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공영방송에서 전하는 각종 뉴스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국민의 세금이나 수신료 등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설마 왜곡된 사실을 내보내겠느냐는 강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24일 방송된 KBS 뉴스9는 공영방송에 대한 이같은 신뢰를 산산히 부서뜨리는 계기가 됐다. 공영방송에서 내보낸 뉴스가 알고보니 역사를 왜곡한 '날조 방송'이었다는 사실은 KBS의 방향성이 크게 엇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곪아 터지는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그 상처는 썩어버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악재가 되고 만다.

    KBS의 보도 시스템에 하자(瑕疵)가 발생했다면 이를 씻어내고 수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응당 KBS 이사회의 몫일 터.

    KBS가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이사들을 선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KBS가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정하고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이사회가 행해야할 너무나 당연한 임무들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내부 고름이 터져나오는 순간에도 이를 도려내고자 노력하는 이사는 단지 몇 명에 불과했다. 문제를 보고도 못본 척, 아니 문제를 문제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고 곡해하는 이사들이 대부분이었다.

  • ◆상단 5인(좌측부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주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회장 △전영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이사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이사) △강규형 명지대 교수 ◆중단 5인(좌측부터) △김경민 한양대 교수(KBS 객원해설위원) △변석찬 KBS비즈니스 고문(전 KBS라디오센터장) △이인호 현 KBS 이사장(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원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차기환 이사(변호사) ◆하단 1인 △조우석 전 중앙일보·문화일보 기자 ⓒ 뉴데일리
    ▲ ◆상단 5인(좌측부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주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회장 △전영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이사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이사) △강규형 명지대 교수 ◆중단 5인(좌측부터) △김경민 한양대 교수(KBS 객원해설위원) △변석찬 KBS비즈니스 고문(전 KBS라디오센터장) △이인호 현 KBS 이사장(전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원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차기환 이사(변호사) ◆하단 1인 △조우석 전 중앙일보·문화일보 기자 ⓒ 뉴데일리



    공영방송 이사회 교체는 천우신조?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설을 기정사실화 한 뉴스가 어떻게 게이트키핑을 통과해 방영될 수 있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임시이사회'는 오로지 이인호 이사장 개인의 의지로 소집된 자리였다.

    여야 추천 7대 4 구조로 이뤄진 이사회였지만 이인호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이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이병혜 이사 등을 제외하곤)여당 추천 이사들은 대부분 소극적인 동조를 보이는 것에 그쳐왔다.

    "KBS 이사장이 이승만 보도로 인해 전례없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방송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라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발언이 언론노조 성명에 담겨 배포되는 상황에도 여당 추천 이사들은 '꿀먹은 벙어리'인냥 침묵을 지키는 한심한 작태를 보였다.

    이인호 이사장 혼자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속안의 고름이 터져 다른 곳까지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목전에 이른 순간, 이사회의 전면 개편이 이뤄졌다.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제 41차 전체회의를 열고, KBS의 차기 이사 11명과 MBC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때마침 우군(友軍)이 방송사 이사회에 대거 합류한 것은 천우신조(天佑神助)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김경민 한양대 교수 △변석찬 KBS비즈니스 고문 △이원일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 △조우석 전 중앙일보 기자 등 새롭게 KBS의 이사로 등극한 이들은 하나같이 오랜 기간 애국 활동을 벌여온 쟁쟁한 인사들이다.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강규형 이사는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이자 한국현대사학회의 창립준비위원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인물. 임수경 의원과 이념공방을 벌이고 문창극 총리 후보의 공개지지에도 앞장섰던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 변호사인 이원일 이사는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오랜기간 애국 활동에 일조해 왔다.

    중앙일보 문화부장 출신인 조우석 이사는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장이 "문화언론 영역에서 현재로서 가장 센 투사"라고 평가할 정도로, 보수우파운동의 최일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각종 칼럼을 통해 왜곡된 문화계 실태를 조목조목 비판해온 조우석 이사는 특히 KBS 비판 칼럼으로 좌파 진영에서 악명(?)을 떨쳐왔다.

    차기환 변호사는 KBS 이사 중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의혹 사건에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며 명성이 높아진 케이스. 현재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공직선거밥 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피소된 양승오 박사의 법적대리인을 맡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사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야권의 반대를 가장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 ◆상단 5인(좌측부터) △유기철 전 대전MBC 사장(현 우송대 초빙교수)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전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최강욱 현 방문진 이사(변호사)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구 방송위원회 출신)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중단 5인(좌측부터) △이인철 변호사(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변호사) △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전 목원대 총장) △김광동 현 방문진 이사(나라정책연구원 원장) △한균태 경희대 부총장(감사 · 전 한국언론학회 회장) ⓒ 뉴데일리
    ▲ ◆상단 5인(좌측부터) △유기철 전 대전MBC 사장(현 우송대 초빙교수)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전 미디어오늘 대표이사) △최강욱 현 방문진 이사(변호사)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구 방송위원회 출신)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중단 5인(좌측부터) △이인철 변호사(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변호사) △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전 목원대 총장) △김광동 현 방문진 이사(나라정책연구원 원장) △한균태 경희대 부총장(감사 · 전 한국언론학회 회장) ⓒ 뉴데일리



    양사 이사회, 쟁쟁한 전사(戰士)들 합류 기대


    KBS의 구원 투수로 합류한 이사들 못지않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새 이사진에도 쟁쟁한 전사(戰士)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방문진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된 고영주 법무법인케이씨엘 대표번호사는 '부림사건'의 실체를 언론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대표적 우파 법조인.

    현재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은 단순한 '용공조작사건'이 아닌, 실제 공산주의자들이 벌인 '공산화 운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왜곡·오도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나라정책연구원 원장과 미래한국 편집위원을 겸하고 있는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 이사 3연임'으로 차기환 KBS 이사와 함께 야당 측 반대를 가장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초창기 대안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며 좌편향적인 역사교과서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해 왔다.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장과 국가보훈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그는 현재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방문진 신임 이사로 이름을 올린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도 오랜 기간 우파적 친시장주의를 설파해온 대표적 우익 인사다.  

    정통 법조인인 이인철 변호사는 보수 성향의 변호사 모임인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행변)'을 이끌고 있다.



  • 양사 여당 측 '새 이사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되는 투사들이다.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장은 이들을 "방송을 기득권 철밥통 노조로부터 국민에게 돌려줄 일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개혁 인사들"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사의 좌익노조와 야당에서 신임 이사진들을 '극우', '친박' 인사들로 칭하며 총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변희재 인미협회장의 말처럼 '미디어오늘' '피디저널' '미디어스' 등의 좌파 언론은 하루를 멀다하고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의 '뉴페이스'들을 질타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디어스는 13일자 '방통위, 선거 앞둔 공영방송에 극악-극우 인사들 내리 꽂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은 특정 프로그램과 뉴스에 개입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면서 KBS PD협회의 비판을 받았고 ▲차기환 KBS 이사는 극우 성향'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 글을 퍼 날라 자격 논란이 일었으며 ▲조우석 전 중앙일보 기자는 차기환 만큼 (역할을 할) 주목해야 할 인물이라는 시니컬한 평가를 내렸다.

    미디어오늘은 인물별 시리즈 기사를 통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강연을 감동적'이라 평가한 이인호 KBS 이사장을 맹비난하고 ▲이미 '무혐의' 처분된, 임수경 의원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힐난하는 한편, ▲조우석 KBS 이사는 '선동언론인 KBS는 수신료를 받을 가치도 없고, 공공연하게 KBS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사람이라는 시비조의 기사들을 양산한 바 있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지난 21~28일자 기사에서 고영주 방문진 신임 이사장의 전력을 자세히 소개한 뒤 "고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떼쓰는 사람'으로 비유하는 등, 방문진 이사 선임 전부터 '정치적 편향성(극우 성향)' 시비를 몰고 왔던 인사"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27일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광우병 파동이라든지, 국정원이 KAL기를 폭파했다든지 방송이 대한민국 안전이나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나간다면 그런 방송은 없는 게 낫다"고 언급한 것을 '집요하게' 걸고 넘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공영방송 주요 임원 인사권을 지닌 대주주 방문진 수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이사회 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 방영된 MBC PD수첩 '광우병 편'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반정부 촛불시위를 태동시켰던 대표적인 왜곡 방송이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 역시 김현희가 가짜 공작원일 가능성을 거론한, 지극히 비뚤어진 사고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수배로 부풀린 방송과, ▲테러범 김현희가 가짜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늘어 놓은 방송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어째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인가? 

    이들 좌파 언론의 논조를 살펴보면 사실상 '객관성을 잃은' 색깔론 시비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자신들의 주장과 상충되거나 걸림이 되는 장애물은 모조리 제거해 버리겠다는 서슬푸른 글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방송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방문진의 수장으로서 철저히 '국가의 공익'을 우선시하겠다는 각오가 담긴 일성이었다.

    이는 "공정한 보도와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일에서 (KBS 방송이)선도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인호 KBS 이사장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방송은 독립성 공공성을 보장해야 되기 때문에 이사들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평도 비평도 해서는 안된다하는 그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사회는 KBS가 공공성 공정성이 높은 방송이 되는 데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되고 우리들 자신이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은 언제고 멈추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KBS의 이사회와 MBC의 방문진은 자정기능(自淨機能)이 이뤄지는 '마지막 필터'에 해당된다.

    제작 과정에서 올바른 필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후에라도 이를 바로 잡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그동안 양사를 대표하는 일부 이사들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들먹이며 시청자위원회 등에 판단을 떠 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를 보여왔다.

    이전처럼 이인호 이사장이 내부에서 상하좌우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 지속된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사회 선임(추천) 이후 좌파매체들이 앞다퉈 비난에 열을 올릴 정도로 이번에 확정된 KBS와 방문진의 새 이사진은 역대 이사회 중 가장 우파 성향이 뚜렷한 인물들로 평가 받고 있다.

    진용은 갖춰졌다. 누구 혼자 총대를 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은 갔다.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던 역전의 전사(戰士)들이 양 방송사에 집결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갖고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이 또 다시 불거진다면, "공영방송 이사회는 참으로 무능력한 집단"이란 성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어렵게 만든 '새 부대' 에, 정녕 모두가 원하는 '새 포도주'가 가득 담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