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일꾼이 진짜 일꾼… 물갈이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 정치권 주변을 위성처럼 빙빙 돌던 정치 낭인들이 줄을 대서 지역구 공천을 받거나 비례대표에 꽂히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다시금 눈에 띄고 있다. 이에 다가오는 20대 총선에서만큼은 반드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줘 이같은 모습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구태의 반복에는 시민사회단체나 직능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들과 관련된 공천 비율을 높이라면서 각 당 지도부와 연쇄 회동을 갖는 등 총선을 앞두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대의대표(代議代表)란 유권자의 뜻으로 선출되는 인물을 말함일진데, 위에서 내리꽂아주고 다시 자신을 꽂아준 인물을 위해 충성하는 구정치의 행태를 청산하지는 못할 망정 이러한 구태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단체협회 등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지역구 여성 공천 30%를 법제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비율을 지키지 못했을 때 국고보조금을 깎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하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 이 단체 관계자들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아예 정당의 후보 등록 전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마이크를 끄고 나가버리려고 했으며, 여성단체 관계자들의 만류에 다시 자리에 앉은 뒤에도 "(지역구에서) 당선될 노력부터 하라"며 "권력에 줄을 대면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역구민에게 먼저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김무성 대표의 일관된 입장은 접견 단체의 성격이나 친소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6월 9일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대화의 장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이명희 한국현대사학회장, 김정수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상임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자리에서 △환노위 분해·해체 △보편적 복지 철폐 △교육감 직선제 폐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보수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를 거의 모두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며 맞장구치다가도 "보수단체 인사들을 공천하라"는 요구에는 표정을 굳혔다.

    그는 "전반적으로 시민사회단체는 시대를 앞서가고 선거는 현재의 민심을 표출하는데, 정당이 시대를 앞서가려 하다가는 선거에서 진다"며 "(애국보수시민단체 인사들이) 남다른 애국심과 정의감으로 여러 훌륭한 활동들을 하시더라도 지역에 내보내면 떨어지고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게 현실이고 선거는 현실"이라고 냉정히 선을 그었다. 

    또, 이날 일찍이 "공천의 30%를 여성에게 보장했다가 나가서 떨어져버리면 우리 당이 망하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이들을 당에서 일관성 있게 공천하는 민주적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7·14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은 이후, 실제로도 언행일치의 공천을 하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는 전반적으로 열세 지역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서울 관악을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경기 성남중원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거물'의 전략공천설이 많이 흘러다녔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당협위원장을 맡으며 표밭을 묵묵히 갈아온 오신환 의원과 신상진 의원을 공천해 선거 승리를 이끌어냈다.

    지난 4·29 재보선 과정에서 애국보수 성향의 한 후보는 중앙정치권에서 이념전의 선봉에 설 것임을 자임하며, 국회의원이 지역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애국보수진영 인사들이 새누리당이 지역에 밀착해 '저공전'을 잘 치러낼 인사가 아닌, 이념 싸움 등 '고공전'을 잘 치러낼 인사를 공천해야 한다는 말도 하곤 한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하지만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지금 19대 국회에서 이른바 애국보수 진영을 위해 가장 선봉에서 맞서 싸운 인물을 꼽는다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인데, 김진태 의원은 지역 발전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이 지역구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해 강원도를 대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 강원도를 위해 국비 6조 원을 유치했다.

    이외 지역구인 춘천을 위해서는 △레고랜드 춘천 유치 및 연륙교 기공식(200억 원) △강원디자인센터(300억 원) 춘천 유치 △창조경제혁신센터(28억 원) 춘천 유치 △봉의초 체육관 신축(20억 원) △강원사대부고 과학관·체육관 신축(89억 원) △강원대 강의동 개보수(51억 원) △춘천교대 미술관 신축(47억 원) △춘천 의암호 둘레길 예산확보(50억 원) 등의 예산을 따냈다.

    지역구를 위한 활동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도, 국가·사회적인 문제에도 차질 없이 대응했다는 말이 된다. 춘천시민들처럼 제대로 된 대의대표를 뽑으면, 이것은 잘하고 저것은 못하고가 아니라 이것·저것 모두 잘하는 일꾼을 두게 되는 셈이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이 과목만 잘하고 저 과목은 못하는 것이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 의원 연찬회를 통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완전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하기로 다시금 뜻을 모은 만큼, 시대 변화에 따른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제다. 지난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과 당원의 수준을 대표가 믿지 못하는 것인지 몰라도, 좀처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렸던 새정치연합 의원 워크숍에서 혁신위가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시민배심원단 △공론조사 경선 △안심번호법을 전제로 한 국민여론조사 △모집선거인단 경선 △숙의선거인단(유성엽안) 등이 보기로 들어갔을 뿐, 정작 다수 의원들이 원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보기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기타 란에 별도의 방식을 적어낼 수 있도록 했지만, 당내에 이석현 국회부의장·주승용 최고위원 등 오픈프라이머리 수용을 공개적으로 외친 목소리가 많았는데도 보기에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범친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원하지도 않고, 최재성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내정됐을 때 큰 내홍을 일으킨 바 있는 시민배심원단 제도는 떡 하니 보기에 들어가, 역시 혁신위가 이미 뜻한 바가 따로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유권자인 국민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뽑아서 여의도로 보낸 '그들의 대표'가 아니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성인군자가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진정한 대의대표라고는 할 수 없다"며 "당에서 온갖 평가와 심의·관리를 거쳐 '인위적인 물갈이'를 하고 사람을 꽂아 보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당과 시민단체 사이에 경계선이 희미하다보니, 벌써부터 친노들에 줄을 대서 국회로 진출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더라"며 "묵묵히 지역에서 지역구민들과 접촉하고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인물들을 공천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