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중립화, 좌경(左傾) 세력의 상투적 전술!

    舊소련은 NATO 해체, 美日안보조약 파기, 일본 중립화,
    아시아 非核지대안 등을 제안했는데
    모두 중립화 전술의 일환이었다.

    김필재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공소장에는 김대중이 일본에서 조직한
    한민통(한국민주통일연합, 反국가단체)의 발기문 내용이 아래와 같이 적시되어 있다.

    <1973년 8월13일 한민통의 발기대회를 열고...(중략) 피고인이 同대회에 참석하여 연설을 하고 한민통의 결성을 선언하기로 하는 한편, 한민통의 강령을 ▲파쇼적인 일인체제를 분쇄하고 민주헌정질서를 회복한다 ▲경제의 대외의존성을 지양하고 민족경제의 자주적 발전을 도모한다 ▲비동맹 다원외교를 실시하여 국위선양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한반도를 중립화하고 남북연방제에 의한 점진적 통일을 실현한다 등으로 정했다>

    위 한민통의 발기문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남북연방제 통일’과 함께 ‘한반도를 중립화’한다는 대목이다.

    해군 장교출신의 공산주의 이론가인 김영학 씨는 ‘중립화’를 좌경(左傾)세력이 “세계 공산화를 위한 준비단계에서 중간 지대를 형성하여 자유진영의 힘을 분산시키며 부동세력을 조성하고 그들을 흡수하여 동조세력으로 키워나가는 한편 자유진영의 힘을 약화시켜 격파하고자하는 속셈”이라며 전형적인 공산주의 전술로 보았다.

    舊소련은 NATO 해체, 美日안보조약 파기, 일본 중립화, 아시아 非核지대안 등을 제안했는데 모두 중립화 전술의 일환이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아프리카와 제3세계 등지에 진출하며 우호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모두 양두구육(羊頭狗肉)적인 그들의 중립화 전술이다.

    육군 장교 출신의 60~70년대 공산주의 이론가인 전두열 씨는 중립화 전술의 구체적인 투쟁방식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했다.

    <1. 그들(공산주의자)은 中立者(중립자)들이 그들을 도와주기를 요구하지 않고, 다만 中立者가 그들의 敵을 도와주지 않기만을 희망한다.

    2. 그들은 中立者들이 그들에게 附和雷同(부화뇌동)해오길 요구하지 않고, 다만 中立者들이 그들의 적을 반대해주기를 희망한다. 

    3. 그들은 中立者들이 쌍방을 돕지 않기를 요구할 뿐이고, 쌍방을 모두 반대해 주기만을 요구한다. 즉 中立者들이 쌍방에 대해 똑같이 비판하고, 똑같이 排斥(배척)해 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공산혁명 과정에서 중립자들은 일단 공산당 세력이 猖獗(창궐)하고, 정국(政局)이 동요되면 자연적으로 공산당에게 부화뇌동하고, 합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실례는 중국에 있어서 1935년 이후의 ‘抗日救國同盟’(항일구국동맹)의 각종 활동이 그것이었고, 抗日전선 말기 및 전후의 ‘民國同盟’의 각종활동 역시 공산당의 중립화 전술에 춤춘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自體에서는 중립, 또는 중간노선, 제3의 路線(노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레닌은 일찍이 이 문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이 獨自(독자)의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나 ‘프롤레타리아 이데올로기’의 어느 것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중간 길은 있을 없다. 따라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여기면 그만큼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게 된다.>

    金大中의 '3단계 통일론'의 실체

  • ▲ 1994년 8월14일자 <동아일보> 캡쳐
    ▲ 1994년 8월14일자 <동아일보> 캡쳐

     6.15공동선언 제2항은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남한의 연합제 안이 노태우 정부 시절의 ‘남북연합’ 인가 아니면 김대중 前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 시절부터 주장해온 ‘3단계 통일론’(남한주도 흡수통일 반대)에 등장하는 ‘남북공화국연합제’인가의 여부이다.

    김대중 정권과 그의 정책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권은 6.15공동선언 2항 ‘남측의 연합제안’은 노태우 정부시절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나오는 ‘남북연합’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남측의 연합제’는 노태우 정부의 ‘南北연합’이 아니라 ‘남북공화국연합제’라는 사실을 2000년 6월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김 前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했다.


    당시 김 前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북쪽에서 통일얘기를 하면서 연방제를 주장했는데 연방제는 군사와 외교권을 중앙정부가 갖고 내정은 지방정부가 갖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구상해 온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金위원장이 배석한 김용순 비서와 한참 얘기한 끝에 ‘낮은 수준의 연방’ 얘기가 나왔다. 내용적으로 연합제와 같은 얘기다. 그래서 접점이 나오기 시작했고, 앞으로 연구하고 학자들도 이것을 토대로 연구하도록 합의한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이번 합의 중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분단 55년의 과제인 통일방안에 의견을 접근한 의미 있는 합의다.》(원문: 인터넷 '동아일보' 2000년 6월16일자 보도)

    6.15공동선언 2항 ‘남측의 연합제’가 김 前 대통령의 ‘남북공화국연합제’로 해석되는 이유는 또 있다. 6.15공동선언 2항은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다”고 규정했는데, 노태우 정부의 ‘南北연합’과 ‘낮은단계연방제’는 공통점이 없다.

    노태우 정부의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회복을 위해 분단과 미래의 통일 사이에 ‘남북연합’이라는 중간단계를 설정, 민족사회를 하나로 잇고 그 다음으로 통일국가를 이루는 최종단계로 구성되어있다.

    통일의 중간단계인 ‘남북연합’에서는 최고의사 결정기구로 ‘남북정상회의’와 쌍방정부의 대표로 구성되는 ‘남북각료회의’ 그리고 남북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남북평의회’를 설치하며, 연합체제하에서 남북이 서로 합의한 사안을 처리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통일의 최종단계는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민주연방제와 같은 느슨한 연방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단일국가’로의 통일이다. 구체적으로 “민족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하나의 민족공동체로서 각자의 자유와 인권과 행복이 보장되는 민주공화제”이며 입법기관은 지역성을 대표하는 상원과 주민대표성을 반영하는 하원으로 구성하는 양원제를 제안했다.

    노태우 정부의 통일방안과 북한의 통일방안을 비교하면 노태우 정부가 ‘남북연합’이라는 과도기적 통일형태 다음으로 민주공화제를 갖는 단일국가로의 통일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반면 김대중 前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은 통일의 최종단계를 중앙집권제 또는 여러 개의 지역 자치정부들을 포함하는 연방제를 채택했다.

    여기서 ‘3단계 통일론’의 ▲제1단계는 1민족, 2국가, 2체제, 2독립정부, 1연합의 ‘남북공화국연합제’이다. ▲제2단계는 연방제이다. 이는 1민족, 1국가, 1체제, 1연방정부, 2지역 자치정부로 구성된다. ▲마지막 제3단계는 완전통일 단계로서 중앙집권제 또는 여러 개의 지역 자치정부들을 포함하는 연방제를 채택하는 단계이다.

    구체적으로 김 前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은 “오늘날의 세계적인 추세가 지방분권화-지방자치화를 향해 나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연방으로부터 중앙집권적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개로 세분화된 연방제 즉, 미국이나 독일식 체제로 나갈 것인지 여부는 그 때에 가서 국민 의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낮은단계연방제 옹호론자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에서 6.15선언 2항에 대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제2항이야말로 통일국가 형태에 대한 논란을 제거한 절묘한 타결”이라며 김 前 대통령의 통일방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북은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중 첫 단계에 해당하는 ‘남북연합’을 공식적으로 거치든 안 거치든, 조만간 ‘국가연합’ 단계로 나아가리라고 추측해 본다. 그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나의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건대, 구체적으로는 남북 현 정권의 일정한 안정성을 보장하고 남북 간 주민이동의 적당한 통제를 인정하는 국가연합 형태 말고는 다른 합의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물론 이 정도의 변화에 대해서도 남북한 기득권세력들의 엄청난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6.15공동선언 제2항의 ‘남측 연합제’가 노태우 정부의 ‘남북연합’이 아니라 김 前 대통령의 ‘남북공화국연합제’라면 이 선언은 김대중-김정일 사이의 ‘연방제’ 합의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前 대통령의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그 명칭(남북공화국연합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식 ‘연방제’를 수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대한민국 憲法은 제3조 영토조항을 통해 ‘한반도 내 唯一(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이 주체가 되어 不法점거단체인 북한을 통합하는 통일’을 지향한다. 아울러 제4조 통일조항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憲法에 의한 통일은 대한민국과 북한의 ‘수평적’ 통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북한이 통합되는 ‘수직적’ 통일, 즉 자유통일(흡수통일)을 뜻한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