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포병 부대 진지 구축 못하고, 견인포 끌 차량 없어 사람이 끌어서 배치
  • 북한의 열병식에 등장한 '트랙터 방사포'. 처음 등장했을 때 국내 군사전문가들은 일종의 '비대칭 전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나름대로 '최신예 전력'이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북한의 열병식에 등장한 '트랙터 방사포'. 처음 등장했을 때 국내 군사전문가들은 일종의 '비대칭 전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나름대로 '최신예 전력'이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북한의 포격도발이 일어난 지난 20일부터 25일 사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았다. 한국 정부는 한미연합사를 통해 북한군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한편, 북한의 무력도발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질적인 면에서는 한국군이 북한 인민군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나, 유사시 한국의 인명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한국 사회는 긴장했다. 하지만 북한 인민군의 현실이 한국 사회가 긴장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증언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0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지만, 포병 전력을 제 때 제 자리에 구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현재 강원도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북한 인민군 제5군단 포병부대들이 포대 진지를 제 때 구축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남북 간의 전쟁이 났다면 인민군은 손 쓸 새도 없이 떼죽음을 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의 아들이 근무 중인 부대는 강원도 북쪽에 포진해 있는 인민군 제5군단이다.

    이들이 전한 데 따르면, 김정은이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뒤 전방 군단에 ‘완전무장’을 명령했지만, 견인포를 움직여야 할 차량들은 고장이 나거나 연료가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협동농장에 있는, 가동 가능한 트랙터와 민간차량으로 견인포를 이동하려 했지만, 전쟁을 눈앞에 두고 제때 포를 진지로 옮기지 못하는 현실에 인민군 장병들은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의 아들이 근무하는 곳이 인민군 사이에서 이름 없는 곳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이 부대는 2013년 6월 2일, 김정은이 직접 오성산 초소 등 최전방 지역을 돌아보며 격려를 하고, 2014년에는 포사격 시험까지 직접 지휘했던, 인민군 최정예 부대 가운데 하나다.

    북한 인민군의 최전방 정예부대에서 포병이 진지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말은 다른 부대들의 경우 보유한 장비가 가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舊소련군의 영향을 받아 포병이 후방에서 화력 지원을 한 뒤 기갑부대가 전선을 뚫고 진격하고, 다시 포병이 전방으로 이동한 뒤 화력 지원을 하고 기갑부대가 또 전선을 뚫는 형태의 기동 전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포병의 기동에 가장 중요한 차량들이 가동을 못하는 것은 물론 연료까지 부족하다는 것은 남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군의 핵심전력인 포병은 한국을 공격도 하기 전에 그대로 앉아서 전멸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남도 소식통은 “전시체제가 선포된 뒤 인접한 황해북도에 있는 포병들에게는 3시간 이내에 최전방 진지로 투입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20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진지에 투입할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평안남도 소식통이 전한 데 따르면, 서부 전선의 경우 인민군 5군단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전방 진지로 포를 배치하기 위해 동원할 차량이나 트랙터가 없어, 군인 가족들과 인근 협동농장 사람들이 총동원돼, 사람이 직접 포를 끌어서 전방 진지로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이 평안남도 소식통은 “당시 병사들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는데 지금은 작전명령을 제 시간에 수행하지 못한 군 지휘관들이 처벌 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이 같은 보도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 인민군의 연료 부족, 고장난 장비를 방치하는 문제는 이미 20년 전부터 제기되던 문제인지라 사실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만약 ‘자유아시아방송’과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소식통들의 ‘인민군 실태’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대남 군사도발 위협을 할 때가 통일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