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적은 사회가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고 행복해"

  • 광복70년 특별기획으로 준비한 KBS미래포럼의 두번째 토론마당 <갈등 승화의 길, 세계의 시선으로>가 28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국내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이 진행하는 토론은 동티모르 독립의 주역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라모스 호르타’와 미국 내 최고 권위의 갈등해결기구인 CBI(Consensus Building Institute) 대표 ‘데이비드 페어맨’,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함께했다. 이번 토론에서는 세계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사회갈등을 분석하고,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갈등을 ‘긍정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요인지수’는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반면,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갈등 발생 요인은 높은 데 비해 관리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갈등관리 방법은 무엇일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도 심각한 갈등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다문화주의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는 유럽이 그 예다.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이주민들과 내국인과의 갈등 문제를 통해 영국의 사회갈등을 진단하는 ‘유럽의 값비싼 경험으로 배우는 갈등관리’라는 제목의 강연을 펼쳤다. 더불어 다민족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사회를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갈등이 적은 사회가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고 사회적 협력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유한다고 합니다. 사회적 신뢰의 정도는 경제 성장의 보호자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한 사회의 갈등수준은 갈등요인이 많을수록 높지만, 민주주의 성숙도, 갈등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경우 완화될 수 있다.

    미국 최고 권위의 갈등해결기구 CBI 대표인 데이비드 페어맨 씨는 갈등관리시스템의 필요성과 사회갈등 중재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갈등 이슈와 관련해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도와줄 중재자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떤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협상안, 법안, 정책들이 협의되고 사회 다수의 사람들이 새로운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2년 독립을 이룬 신생국가 동티모르는 16세기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된 이래 정치적 억압과 폭력의 긴 역사 속에서 고통받아 왔다. 특히 1975년부터 24년간의 인도네시아 점령기를 겪었던 동티모르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의 불씨가 내재돼 있다.

    그러나 199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라모스 호르타 前 대통령은 한 사회가 갈등 승화를 통해 통합에 이르는 방법으로 화해와 용서, 신뢰를 당부했다.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를 수용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동티모르는 많은 분쟁을 겪으며 어려움을 해결해 왔습니다. 하지만 보복적인 정의를 구현하기보다는 화해를 통해서 이뤄냈습니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나 갈등은 존재한다. 문제는 갈등을 새로운 발전 에너지로 승화시키는가, 그 반대인가로 결정된다.

    토론에 참여한 유럽과 미국, 제3세계 출신의 연사들은 한국 사회가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적 신뢰’라는 신뢰자본을 구축하고 ‘합리적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으로 <갈등 승화의 길, 세계의 시선으로>편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