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문재인과 級 떨어지는 일부 최고위원으로는 총선 못 치러"
  •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28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5선의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 왼쪽은 같은 5선의 정세균 전 대표이며, 오른쪽으로는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문재인 대표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28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5선의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 왼쪽은 같은 5선의 정세균 전 대표이며, 오른쪽으로는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문재인 대표다. ⓒ연합뉴스 사진DB

    왜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해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조기 선대위' 체제로 가자는 목소리가 나오는지 알 수 있었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였다.

    새정치연합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들과 당내 4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이 함께 하는 연석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은 매주 수요일마다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지만, 새정치연합이 이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것으로 두 번째다.

    이석현 국회부의장(5선·경기 안양동안갑),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5선·경기 의정부갑), 정세균 전 대표(5선·서울 종로),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4선·대전 서갑), 신기남 전 당의장(4선·서울 강서갑), 김성곤 전 전당대회준비위원장(4선·전남 여수갑), 김영환 의원(4선·경기 안산상록을) 등 당내 계파를 넘어 많은 다선 의원들이 간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다만 당의 대주주 중 한 명인 김한길 전 대표(4선·서울 광진갑)는 불참했다.

    이날 돌아가면서 모두발언을 한 중진의원들은 당내외를 향해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정세균 전 대표는 "우리 주승용 최고위원이 와 계시니 참 좋다"며 "그간 걱정이 많았죠?"라고 따뜻하게 안부를 물었다. 이어 "지난 월요일, 주승용 최고위원이 오셔서 우리 당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과 당원 동지들이 안심하게 됐다"며 "옛날에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는데 이제는 절대 이가 빠지는 일이 없이 촘촘하게 지도부가 지도력을 잘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신기남 전 의장도 "5선 의원(이미경 의원)이 발언 사양했는데 4선 정도가 (발언을) 해도 되나 모르겠다"고 농을 던지며 말문을 열더니 "두 대표(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다 오고, 특히 내 해군 장교 동기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와서 자리가 꽉 찼는데 정말 고맙다"고 거들었다.

    김성곤 전 위원장도 "유일한 호남 4선"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더니,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를 고려한 듯 "호남을 다니다보면 얼마 전까지 거세게 불었던 분당·신당 바람이 많이 잦아들어서 다행"이라며 "다음 달에 있을 우리 민주당의 6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당 밖에 있는 민주당 인사들까지 우리 당 중심으로 새롭게 큰 집을 짓고 총선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덕담했다.

    이처럼 당내를 향해서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를 소재 삼아 단결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좌중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한 반면, 당외를 향해서는 지리멸렬하게 혼란스런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정종섭 행자부장관 해임 요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희상 전 위원장은 "선거 주무장관인 정종섭 장관이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을 외쳤는데,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포문을 열었으며, 박병석 전 부의장은 "대통령이 행자부장관을 즉각 해임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해임건의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합세했다.

    정세균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오렌지를 어륀지라고 할 정도로 영어를 중시하는 정권이었는데, 우리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는 국어가 중시되는 것 같다"며 "북측의 유감 표명에는 주어가 있다고 하고, 선거를 총괄하는 정부부처 장관이 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을 외친 것에는 주어가 없다고 친절하게 한 문장 한 문장 해석까지 해준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가 직면해 있는 냉엄한 현실이 '우리말 겨루기' 퀴즈를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지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중진의원들의 명확한 메시지 전달에, 뒤이은 최고위원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발언을 생략하고 중진의원들과 보조를 맞춰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한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중진의원들께서 좋은 말씀하셨으니 생략하고, 신상과 관련한 말씀만 드리고자 한다"며 "그동안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걱정해주셔서 고맙다"고 자세를 낮췄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우리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에 환영하고 감사한다"며 "김성곤 선배 말씀대로 민주당 창당 60주년 기념 사업을 계기로 화합과 단결의 에너지를 모으겠다고 중진연석회의 자리에서 선배들께 각오 말씀드린다"고 화답했다.

    반면 초선 국회의원인 문재인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들은 회의 석상의 분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모두발언을 해, 언론을 통해 전달돼야 할 메시지를 간결하게 하지 못하고 혼란을 부추겼다.

    문재인 대표는 △경제 위기 진단 △여당은 총선 승리에만 관심 있다며 비난 △대통령을 향해서는 경제 위기 관리를 진두지휘할 것을 촉구 △북한 나선시 태풍 피해에 인도적 지원 제안 △남북 재난재해공동대책기구 구성 제안 등 백화점식으로 현안을 나열해, 주안점을 두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명히 전달하지 못했다. '초선 의원'의 한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는 지적이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에 따른 당의 화합과 단결 △연찬회 '총선 필승' 건배사한 정종섭 행자부장관 해임 요구라는 중론과는 달리, 노동개혁으로 시작해서 세월호 사고 500일로 끝나는 혼자 만의 이야기로 메시지의 초점을 흐렸다.

    이처럼 중진의원들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초점이 또렷한 반면, 문재인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들의 메시지는 그렇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 분리경선'을 실시한 것으로부터 그 까닭을 찾았다.

    이 관계자는 "통합경선을 하다보니, 차점으로 당선된 최고위원들이 최다득표를 한 대표최고위원을 흔들어 지도체제가 자꾸 붕괴되는 것에 모두가 질증이 났다"면서도 "그래서 분리경선을 했더니 최고위원 경선이 '마이너리그'가 돼서 '급(級)'이 너무 떨어지는 인물들이 지도부에 일부 포함된 것이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4·29 재·보궐선거 때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여러 차례 했지만 선거에 아무 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급 떨어지는 인물들이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고 초점을 흐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일주일에 세 번 공개 발언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지금 지도부로는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가 없다"며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 정치력과 경륜 있는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