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공정성·객관성 위반한 해당 보도에 '주의' 조치 의결

  • '6.25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망명을 요청한 게 사실이었다'는 허위 보도를 낸 KBS-1TV의 <KBS 뉴스 9>와 이와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YTN <뉴스10 2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전쟁 이틀 후 이승만 정부가 일본 정부에 '6만명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는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소개한 <KBS 뉴스 9>와 YTN <뉴스10 2부>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 및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보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주의(벌점 1점)'는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 대상이 되는 법정제재 조치. 이날 전체회의에선 방심위원 전원(9인)이 만장일치로 중징계인 '주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1TV <KBS 뉴스 9>는 충분한 검증과 반론의 기회부여 없이 일본 야마구치현 자료를 근거로 한국전쟁 이틀 후 이승만 정부가 일본 정부에 ‘6만명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는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소개하고, 해당 자료에는 존재하지 않는 망명요청일을 ‘1950. 6. 27.’로 자막고지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 "원문에 없는 '외무성(1950.6.27)' 날짜 삽입"


    <KBS 뉴스 9>는 전쟁 발발 65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24일,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망명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었다"는 황당무계한 기사를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KBS는 "당시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가 한국전쟁 발생 이틀 뒤인 6월 27일,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가 6만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전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일본 야마구치 현청 원문 기록에는 "6월 27일에 외무성 전보를 받았다"는 대목이 빠져 있었다. 

    KBS가 인용한 야마구치 현청 원문을 살펴보면 다나카 타쓰오 지사가 외무성 전보를 받은 시점은 북한군이 부산을 위협할 당시인 1950년 8~9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대미문의 조작 방송이 전파를 타자, 온라인에선 KBS를 성토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다수의 시민단체들은 KBS에 대해 '책임있는 사과'와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로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KBS는 7월 3일 "전쟁 발발 이틀만이라고 할 근거인 6월 27일이라는 날짜는 문서 내용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뉴스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또 "지난달 24일 보도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정부 요청설과 관련해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 공식기록이 아니'라며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리포트 기사는 KBS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 ◆ '오보' 수준 넘은 '역사조작'..이래도 잘못 없다?

    역사왜곡·날조 보도한 KBS, "반론 보도한 것도 굴욕적!" 적반하장

                                                                           2015-07-18

                                                                           조광형 기자


    ◇ 반론보도 몇 줄에 제2노조 '펄쩍'‥"굴욕적이다!"

    지난 6월 24일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6월 27일, 일본 정부에 망명정권 수립을 타진했다"는 기사를 방송해 파란을 일으킨 KBS는 시민 단체들로부터 "일본 야마구치 현 기록에는 6월 27일이라는 날짜 자체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지난 3일 "전쟁 발발 이틀만이라고 할 근거인 6월 27일이라는 날짜는 문서 내용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뉴스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같은 기사를 통해 "지난달 24일 보도한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정부 요청설과 관련해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 공식기록이 아니'라며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겉으로는 유감 표시와 정정, 반론 보도의 형식을 띄고 있었으나 진정한 의미의 사과 방송은 아니었다. 게다가 '날짜 표기 문제'만 잘못으로 인정, 여전히 기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저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상대방의 반대 주장을 실었을 뿐, 애당초 진실을 알리거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제2노조)는 '누구를 위한 굴욕적 반론보도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을 전한 우리의 보도는 마치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한 당초 보도가 전체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처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도하고 굴욕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고 펄쩍 뛰었다.

    무엇이 굴욕적인가?

    KBS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감 표명을 담은 기사의 제목도 <이승만 기념사업회>가 '망명 정부 요청설'을 부인했다는 뜻이지, KBS 보도국에서 '망명 정부 요청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사과 표명을 한 것도 아니고, 형식적인 반론 보도에 그친 스트레이트 기사가 '굴욕적'이었다는 것은 KBS 기자들의 '교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 '오보' 수준을 넘어선, 조작(造作)된 자료 뭉치

    지난 6월 24일 방송된 KBS의 기사가 '오보'였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기사는 '오보'가 아닌, 조작(造作)된 자료 뭉치일 뿐이다.

    사실을 착각해 '실수'로 잘못된 기사를 내보낸 것이라면 얼마든지 용인(容認)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원문에는 없던 '허구의 날짜'가 기사에 들어갔고, 당시의 날짜를 유추해볼 수 있는 결정적인 문단은 아예 빠져 버렸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날조된 내용'을 기사에 담아 내보냈다면, 과연 이것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KBS는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가 6월 27일, 외무성을 통해 '한국 정부가 6만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현에 세우고 싶어한다'는 전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일본 야마구치 현청 원문 기록에는 "6월 27일에 외무성 전보를 받았다"는 대목이 빠져 있었다.

    KBS가 인용한 야마구치 현청 원문을 살펴보면 다나카 타쓰오 지사가 외무성 전보를 받은 시점은 북한군이 부산을 위협할 당시인 1950년 8~9월을 가리키고 있었다.

    … 釜山の北のね,洛東江の川の所まで北朝鮮軍 ママが来てね。それで,このまま行ったならば,釜山は第二のダンケルクになると。そういった時にどうするかという問題ですが,外務省の方から電報が入って ね,韓国政府は六万人の亡命政権を山口県に作るということを希望しとると。


    하지만 KBS는 해당 원문에서 "북한군이 부산의 북쪽, 낙동강까지 진격해 들어왔다"는 대목을 삭제한 뒤 "한국 정부가 6만 명의 망명정권을 야마구치 현에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는 번역 문구만 방송에 내보냈다.

    그렇다면 KBS 기자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6월 27일'이라는 날짜를 특정하고 해당 기사에 삽입을 했을까?

    이것은 지난 1996년 4월 <경향신문>이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한, <6·25때 한국 망명정부 日 야마구치縣에 구상>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미국 외교관계>라는 책 속에는 '한국 지도부는 절망하고 있으며 (한국 측에서)대통령과 내각을 망명정부로서 일본에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자신에게)문의해 왔다'는 무초 전 주한미대사의 전보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초 전 대사가 해당 전보를 국무부에 타전한 날짜는 1950년 6월 27일이었다. 결국 무초 전 대사가 전보를 친 날짜가 '이승만 정부의 6.27 망명 요청설'로 와전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3년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다. <일본 망명정부 구상한 이승만, 선조와 닮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오마이뉴스>는 "6월 27일 새벽에 수원 천도를 결정할 때에 이승만은 존 무치오 주한미국 대사에게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울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었다"고 밝혔다.

    또 <오마이뉴스>는 "<미국 외교관계>에 수록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존 무치오 대사는 '한국 지도부는 절망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내각은 망명정부가 되어 일본으로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왔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앞에서 언급한 이승만 대통령의 발언은 출처 불명. 두 번째 인용한 존 무치오 대사의 발언은 오래 전 <경향신문>에서 보도했던, <미국 외교관계>라는 책자에 실린 내용이었다.

    그런데 <경향신문>과 훨씬 나중에 쓰여진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화자(話者)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선 <경향신문> 기사에선 '한국 지도부 중의 누군가가' 대통령과 내각을 망명정부로서 일본에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했다고 기록돼 있으나, <오마이뉴스>는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이' 직접 일본으로 이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 ◇ 원문 확인 없이 번역된 기사 옮기면서 실수 범해


    누군가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말과, 대통령 스스로 망명 가능성을 물어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은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인용, '이승만 대통령이 실제로 망명 정부 수립을 일본 측에 요청한 사실이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전파했다.

    이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이 '원문'을 보지 않고, 번역된 기사를 단순히 옮겨적으면서 발생한 오보였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기록된 실제 원문은 아래와 같다.

    He despaired of saving anything and inquired possibility President and Cabinet moving to Japan as “government in exile.” I made no commitment.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과 내각을 망명 정부로 일본에 세울 수 있는지를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He'는 신성모 국방장관을 가리킨다. 영문 기록을 보면, 망명 정부 가능성을 타진한 화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신성모 장관이었다.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대통령과 내각을'이 올바른 번역이고, '대통령과 내각은'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해당 전보에 이승만 대통령의 '의중'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쟁 발발 이틀 만에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망명정부 수립을 타진한 게 사실이었다"는 보도는 정확도에서 한참 벗어난 대형 오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KBS의 단독 보도는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현 지사가 외무성을 통해 받았다고 알려진 내용에, 무초 전 주한미대사가 국무부에 타전한 날짜를 교묘히 합성한 '조작물'이었음이 드러났다.

    있지도 않은 가공의 날짜를 덧붙여 억지로 짜맞춘 기사가 '명백한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자국의 역사를 깎아내린 '허위 기사'를 내보내고도, '최종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는 KBS의 뻣뻣한 태도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