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총장 후보자 연이어 퇴짜..결격사유도 밝히지 않아
  • 교육부. ⓒ연합뉴스 사진.
    ▲ 교육부. ⓒ연합뉴스 사진.

    교육부가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 국립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총장 선출방식이 대학사회의 가장 민감한 현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와 부산대 등에 따르면, 부산대 대학본부와 교수협의회는 최근 직전세 총장 선출방식을 유지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산대는 총장 간선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교육부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부산대에서는 교수 A씨가 총장 직선제 유지를 주장하면서 교내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져, 지역사회는 물론 교육계에 충격을 줬다.

    총장 선출방식과 관련된 잡음은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주대, 경북대, 방송대, 한국체육대 등에서는 교수들이 간선제를 통해 1, 2 순위 총장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교육부가 1순위는 물론 2순위 후보자에 대해서도 총장 임용을 거부하면서, 일부 대학의 경우 1년이 넘게 총장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파행 운영을 겪고 있다.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교육부와 국립대 사이의 갈등은 2012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 총장 선출 방식은 전체 교수들이 직접 투표로 총장을 뽑는 직선제가 주를 이뤘다. 1990년대 이후 거세진 ‘민주화’의 영향으로, 대학가에서 직선제 총장 선출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는 심각한 폐단을 초래하면서 대학 사회 내부에서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교수들이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면서, 파벌 형성·금품선거·흑색선전 등의 부작용이 전국 대학 곳곳에서 불거졌고,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교육부 역시 2012년경부터 총장 직선제 폐지 및 간선제 채택을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전제조건 내지 가산점 부여 조건으로 삼으면서, 사실상 직선제 폐지를 강제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국립대학이 총장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바꿨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심화됐다.

    국립대 총장선출방식이 간선제로 바뀌면서 입김이 세진 교육부가, 개별 대학의 총장 선출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예기치 않은 총장 공백 장기화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별 국립대 총장 자리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를 점찍어 둔 상태에서, 각 대학이 선출한 총장 후보들을 뚜렷한 이유 없이 퇴짜 놓고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의 무사안일한 행정도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국립대 총장 선출은 대체로 ‘총장 임용 추천위원회 구성’→총장 후보자 선정→총장 임기만료일 30일 전까지 교육부장관에게 후보자 2인 이상 임용 제청→교육부, 정보기관에 후보자 신원조사 의뢰→교육부 인사위원회 개최, 후보 검증 논의→교육부, 총장 임용후보자에 대해 인사혁신처에 임용 제청 요청→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교육부가 1순위 후보자를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면, 2순위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실시해 그를 총장후보자로 올리면 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경우 2순위 후보자의 임용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2순위자를 올릴 경우 대학사회가 반발한다는 것이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부의 임용거부에 대한 대학가의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다. 실제 공주대, 경북대, 방송대 등에서는 임용을 거부당한 당사자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 측은 이들 후보자들의 임용을 거부하면서, 그 이유를 “신원조회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결격사유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당사자는 물론 해당 대학 교수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직선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간선제가, 교육부의 무능한 행정으로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1년이 넘게 총장 없이 운영된 대학교는 교육의 질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직선제의 폐단을 끊어내고자 간선제를 도입한 만큼, 현재 불거지는 간선제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로부터 총장 후보자 임용 거부 통보를 받은 방송대, 경북대, 공주대 등에서는 11~17개월 동안 총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