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州 WDBJ의 20대 카메라 기자, 리포터 피살…용의자는 해고된 전직 기자
  • 美 버지니아의 지역 방송국 WDBJ의 아침 뉴스 중 총격사건이 생방송 됐다. 사진은 자살한 용의자가 방송국 재직 시절의 모습이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 美 버지니아의 지역 방송국 WDBJ의 아침 뉴스 중 총격사건이 생방송 됐다. 사진은 자살한 용의자가 방송국 재직 시절의 모습이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충격적인 상황이 생방송으로 나갔다. 아침 뉴스를 진행하던 중 카메라 기자와 리포터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된 것이다.

    현재 유튜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美버지니아州의 지역 방송국 WDBJ의 카메라 기자 애덤 워드(27세)와 리포터 앨리슨 파커(24세, 여)는 26일 오전 6시 45분경 프랭클린 카운티에 있는 복합 휴양시설에서 개발 문제에 대해 지역 상공회의소 비키 가드너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30초가량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총소리와 함께 카메라 앵글이 옆으로 기운다. 리포터와 인터뷰이는 비명을 지른다. 총소리는 계속 된다. 방송은 곧 끊어지고 뉴스룸에 있던 앵커는 당황한 모습으로 상황을 수습하려 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난다.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용의자를 놓쳤다고 한다. 몇 시간 뒤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에 사건 영상이 올라온다. 직접 영상을 찍으면서 애덤 워드와 앨리슨 파커, 비키 가드너에게 총을 쏘는 모습이었다.

    애덤 워드와 앨리슨 파커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비키 가드너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애덤 워드의 약혼녀 멜리사 오트 PD는 이 장면을 방송 조종실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 기자들이 피살당하던 생방송 장면 캡쳐. 곧 카메라 기자가 쓰러지고 카메라도 함께 옆으로 기운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 기자들이 피살당하던 생방송 장면 캡쳐. 곧 카메라 기자가 쓰러지고 카메라도 함께 옆으로 기운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사고 직후 카운티 보안관과 주 경찰, FBI 요원들까지 동원돼 용의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5시간 뒤인 오전 11시 30분, 용의자가 탄 차량이 66번 고속도로에서 동쪽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정지를 명령했지만, 용의자의 차량은 더욱 속도를 냈고, 경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격을 가했다. 총상을 입은 용의자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오후 1시 26분 경 사망했다고 한다.

    용의자는 살해된 기자들이 소속된 WDBJ 방송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세)이었다. 기자 시절에는 ‘브라이스 윌리엄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키 180cm에 몸무게 120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흑인이었던 플래내건은 동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근무했던 WDBJ 방송국 관계자와 다른 방송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정신분열적 행동을 보여 다른 직원들과 불화가 심했다고 한다.

    플래내건은 같은 회사 직원들로부터 “언제나 남의 흠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다” “걸핏하면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건다”는 등의 불평을 들었다고 한다. 플래내건에게 살해된 애덤 워드와 앨리슨 파커도 그와 일하다 불편한 관계 때문에 인사 담당부서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 자살한 용의자 플래니건의 트위터. 그는 백인들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플래니건 트위터 캡쳐
    ▲ 자살한 용의자 플래니건의 트위터. 그는 백인들이 하는 말이면 무조건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플래니건 트위터 캡쳐


    플래내건은 이 일로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해고됐지만, 그는 자신이 해고된 것이 “백인들의 인종차별적 태도 때문”이라며 “내가 그들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당국에 신고했지만, 방송국은 그들을 그대로 고용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본 미국 사회는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면서도 가해자인 플래내건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인종차별 금지 원칙’을 두려워해 솔직한 말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백인 남성이나 여성이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아인, 여성, 동성연애자의 특징이나 문제점을 꼬집는 발언을 할 경우에는 ‘인종차별금지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만,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아인, 동성연애자가 백인을 비하할 경우에는 거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이 같은 ‘인종차별금지법’이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