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회피 계속하면 결산소위 의결 거부도 권력욕 도취로 비칠 수밖에 없어
  • ▲ 지난 22일 전북 부안으로 야유회를 가서 노래 한 곡에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며 부안군수에게 노래 부를 것을 권유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2일 전북 부안으로 야유회를 가서 노래 한 곡에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며 부안군수에게 노래 부를 것을 권유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정회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이 단호한 표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안민석 의원은 이른바 '특수활동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88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있지만, 누가 무슨 용도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이른바 '묻지마'"라고 규탄했다.

    이어 "기관장의 촌지 등 사적 용도로 부당하게 사용되는 일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며 "예결위에서 특수활동비의 성역을 허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지난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에 예결위 내에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소위 구성을 촉구했지만 지금까지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며 "특수활동비 개선소위의 구성 없이는 결산소위에서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말인즉슨 조목조목 옳은 말이다. 특수활동비는 국민이 납부한 혈세에서 예산 배정이 되는데도, 그간 세부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감사원과 국회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지급한 상대방으로부터 영수증을 교부받아 첨부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현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어 그야말로 '눈 먼 돈'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된 특수활동비를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고, 또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이 말을 하필이면 안민석 의원이 했다는 점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뉴스통신사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안민석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시의 시·도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호남향우회 회원 등 180여 명과 함께 전북 부안군 고사포해수욕장으로 야유회를 떠났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야유회에서 오찬 술자리를 벌이면서, 영접 나온 김종규 부안군수에게 직접 "군수가 노래를 하면 부안에 예산 100억 원을 내려주겠다"고 권유했다. 이외에도 안민석 의원은 "야당 예결위 간사는 여당 예결위원장과 동급" "(예결위) 간사가 되고나니 현직 장관도 굽실거리고 국회의원도 눈을 맞추려고 한다" "권력이 무엇인지 알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사양하던 김종규 군수도 안민석 의원의 '예산 압박' 때문인지 결국 마이크를 잡고 '안동역에서'를 열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지역구민을 데리고 간 야유회장에서 노래 한 곡을 뽑은 군수에게 유흥업소 팁 주듯 국민 혈세 100억 원을 꽂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이 한심스럽다. 예결위 야당 간사가 되니 나랏돈이 마치 자기 쌈짓돈처럼 생각됐음일까. 장관도 굽실거리고 국회의원도 눈을 맞추려고 한다며 권력감에 도취된 모습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나랏돈을 제 돈 쓰듯 '예산 얼마'만 외치면 군수가 노래도 부르고 세상 천지에 안 되는 일이 없는데, 새누리당이 감히 건방지게 제도개선소위를 만들자는 자신의 요구에 묵묵무답이니 얼마나 분했을까. 결산소위원장답게 권력을 행사해,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서는 모습이 하나 같이 가관이다.

    새누리당이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소위 구성 요구에 묵묵무답인 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침묵은 안민석 의원 자신의 침묵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안민석 의원은 취재진의 수차에 걸친 사실 확인 및 해명 요청에 "바쁘다"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뉴데일리〉도 지난 24일 수 차례 안민석 의원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신이 불리한 일에는 침묵을 지키고, 남에게만 응답을 강요하는 것이 안민석 의원의 정치의 방식이며 소통의 방식인가. 부안 야유회에서 '노래 한 곡에 100억 원' 사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지점이 있으면 당당히 해명을 하고, 사실과 부합한다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다.

    안민석 의원이 '노래 한 곡에 100억 원'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속하고 해명과 사과를 회피하는 한, 특수활동비를 '묻지마'라고 규정하며 사적 용도로 부당하게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주장은 공허한 목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결산소위에서 의결을 안 하겠다는 으름장도, 특수활동비의 성역을 허물겠다는 선의로 해석되기 보다는 "권력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권력욕에 취한 예결특위 야당 간사이자 결산소위원장의 '깽판'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국민의 비웃음 앞에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지 말고, 안민석 의원은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당당히 사과한 뒤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