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갤럽 조사 결과 20대 91.1%% “전쟁나면 참전할 것” 응답
  • 지난 20일, 북한은 한국군의 확성기를 향해 위협사격을 한 뒤
    ▲ 지난 20일, 북한은 한국군의 확성기를 향해 위협사격을 한 뒤 "48시간 내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당시 YTN 보도화면 캡쳐


    지난 20일 오후, 북한군의 대남 위협사격으로 시작된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은 25일 오전 1시 무렵,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문을 도출해 내면서 막을 내렸다.

    닷새 남짓의 기간 동안 북한은 “48시간 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거나 해외 각 기관을 동원해 “전면전도 가능하다”는 협박을 계속 해댔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1994년 3월 남북 접촉 당시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은 직후 사재기 열풍이 불고, 해외도피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심지어 육군 7사단의 병장 두 명을 시작으로 닷새 동안 모두 88명의 장병들이 전역을 연기하고, 대치 상황에 대응하겠다고 자원했다.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의 평균 나이는 21.7살. 이를 본 SK그룹, 동명그룹 등은 이들이 전역하면 우선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예비역을 중심으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나도 참전하겠다” “이번에야말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군복 사진을 올리는 것이 대규모로 확산되기도 했다.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문이 나온 뒤 국내 언론들은 국민들이 21년 전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이유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현재의 20대 젊은이들은 국가안보에 대한 관심이 30대나 40대보다 더 높다고 한다.

  • 닷새 간의 남북 대치상황이 끝난 뒤 국내 언론들은 20대들의 흔들림 없는 모습에 매우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5일 채널A의 관련보도 화면캡쳐
    ▲ 닷새 간의 남북 대치상황이 끝난 뒤 국내 언론들은 20대들의 흔들림 없는 모습에 매우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5일 채널A의 관련보도 화면캡쳐


    2014년 국가보훈처가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20대의 65.9%가 “현재의 안보상황이 심각하다”고 답해, 30대의 57.2%, 40대의 57.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2015년 6월 국민안전처가 대학생과 성인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전쟁이 일어나면 참전 또는 지원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응답이 20대의 경우 78.9%로, 30대의 72.1% 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6월,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에서는 "전쟁이 나면 참전할 것"이라고 응답한 20대가 무려 91.1%에 달했다.

    일부 언론은 2010년 비슷한 여론조사에서 “전시 참전 및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답한 20대가 당시에는 69%인 반면 30대는 81.1%였다면서, 최근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연평해전’ 등이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2010년 이후 북한이 저지른 도발을 직접 보고 겪은 20대들이 더 이상 북한 정권을 대화 상대나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 전 세계가 북한 정권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현재의 40대 이상 세대들은 어릴 적부터 ‘애국심’을 고취하는 교육을 받았고, 이에 오히려 반발해 남북 대화협력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30대의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20대를 지내면서 남북 대화협력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경우가 많다. 또한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중고교를 중심으로 한 ‘이념화 교육’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반면 현재 20대는 청소년 시절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과잉’과 ‘꼰대정신’에 염증을 느꼈고, 이런 교사들이 주장하는 것과 실제 생활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직접 체험한 뒤 반발을 하기 시작한 세대다. 또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을 보고, 서방 국가의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북한 체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책’이 아닌 ‘생활’에서 배운 세대다. 

     

  •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재 20대의 안보의식이 투철한 이유를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고 단순해석하고 있다. ⓒ지난 25일 채널A의 관련보도 화면캡쳐
    ▲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재 20대의 안보의식이 투철한 이유를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고 단순해석하고 있다. ⓒ지난 25일 채널A의 관련보도 화면캡쳐


    그렇다고 지금의 20대가 ‘만용’을 부린다거나 전쟁을 우습게 보는 것도 아니다. YTN 등 주요 방송들이 길거리에서 20대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을 때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에) 가아죠. 다른 사람도 다 갈 꺼니까.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난다면 싸워야 한다. 무서워도 피할 수 없으니까.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데 다 같이 참전해야 한다.”

    20대들이 북한 정권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어릴 적부터 국가적 자존심을 배우며 성장한 세대라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40대 중반 이상은 한국이 ‘약소국’이며 ‘못 사는 나라’라고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성장해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90년대 외환위기, 2001년 카드 대란, 2008년 금융위기를 직접 겪었다.

    30대와 40대 초반의 경우에는 미국에 대해 애정과 증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정치적 성향도 좌익과 우익을 오락가락하는 편이 많다.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한 첫 세대이지만, 대부분이 짧은 체류였던 탓에 다른 나라에 대한 선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반면 지금의 20대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과 한국을 같은 선상에 두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경험도 많고 외국어도 능숙하며, 어릴 적부터 모자람 없는 생활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한 이들이 많다. 게다가 ‘준법’에 대한 생각도 예전 세대와는 크게 다르다.

    이런 20대의 눈에는 국가권력 같지도 않은 북한 정권에 한국 정부가 끌려다니면서, 협상 때마다 번번이 손해를 보고 쩔쩔 매는 모습이 이해도 되지 않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차이는 바로 군 경험.

    현재의 40대 중반 이상은 현역으로 복무한 비율이 성인의 3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60대를 넘으면 그 비율은 더 줄어든다. 40대 초반과 30대는 절반을 조금 넘는 사람들이 현역으로 복무했다.

    반면 지금의 20대는 현역 복무 비율이 80%를 넘는다. 현역 복무 비율이 높으니 한국군과 북한군의 전력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아는 편이다. 전쟁에 대한 생각도 오히려 40대 중반 이상보다 깊다. 이런 20대들에게 북한은 그 체제가 존속하는 한 우리의 ‘주적’이라는 생각이 명확하다.

    이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 20대들이 “더 이상 북한 정권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며 각오를 다지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언론들은 20대들을 가리켜 '新안보세대'라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이야말로 국가에 대한 의무를 모두 이행한 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진정한 '시민 세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