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共매체 대기원시보 “텐진 폭발사고, 시진핑 노린 장쩌민 일당 소행” 주장
  • 中SNS '웨이보'와 '웨이신'에서 논란이 된 사진. 장쩌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건장한 남성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습이다. ⓒ中웨이보-중화권 매체 보도화면 캡쳐
    ▲ 中SNS '웨이보'와 '웨이신'에서 논란이 된 사진. 장쩌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건장한 남성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습이다. ⓒ中웨이보-중화권 매체 보도화면 캡쳐


    중국 상하이 증시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은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세계의 시선은 중국 SNS에 퍼지고 있는 한 장의 사진으로 쏠려 있다.

    사진을 보면 장쩌민 前공산당 총서기가 건장한 남성 두 명에게 양 팔을 붙잡힌 채로 끌려가고 있다. 다른 건장한 남성들은 주변의 인파를 통제하고 있다. 처음에는 ‘합성사진’일 가능성도 제기되었지만, 화질이 나빠 판별이 어려웠다.

    해당 사진은 며칠 전부터 中SNS인 ‘웨이보’와 ‘웨이신’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이후 中공산당이 ‘웨이보’와 온라인에서 장쩌민을 ‘검색금지어’로 설정하자, 루머는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과 중국 내의 ‘전문가’들은 이 사진이 ‘합성사진’일 가능성이 높으며,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장쩌민 前총서기를 체포, 숙청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10일 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은퇴한 당 간부의 영향력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사설을 싣고, 최근에는 공산당 간부를 교육하는 ‘중앙당교’ 앞에 있는 장쩌민의 친필 비석이 철거되면서 ‘장쩌민 체포설’은 서서히 힘을 얻었다.

    ‘장쩌민 체포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은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反공산당 매체 ‘대기원시보’의 보도였다.

    ‘대기원시보’는 지난 12일 텐진 폭발사고가 실은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를 암살하려는 시도였으며, 이 때문에 시진핑은 폭발사고 이후 이틀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기원시보’에 따르면, 텐진 폭발사고는 폭발물을 실은 트럭에 의한 테러로, 이 폭탄테러는 당초 연례적으로 열리는 中공산당 고위간부의 모임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뒤 텐진 항만을 견학하는 최고위층을 노려 텐진과 허베이성 사이진지루 열차 궤도를 폭파하려 했으나 회의 참석자들의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텐진 항만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텐진 폭발사고를 조사한 결과를 보고받은 시진핑은 곧 장쩌민과 그의 두 아들을 연금했고, 측근인 쩡칭훙도 가택연금 했다는 것이다.

    ‘대기원시보’는 “시진핑이 장쩌민을 빨리 ‘처리’할 계획은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텐진 폭발사고로 전환점이 생길 것”이라는 ‘중난하이(中南海) 소식통’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중난하이’는 中공산당 최고위 간부들이 모여 집무를 보는 곳을 일컫는 속어다. 한국으로 치면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있는 '광화문' 같은 개념이다.  

    ‘대기원시보’는 “시진핑의 ‘호랑이 사냥(부패 고위관리 척결)’은 원래 점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속도를 내 쩡칭훙을 건너뛰어 바로 장쩌민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 장쩌민과 시진핑이 나란히 앉은 모습. 장쩌민은 시진핑에게는 최대의 정적(政敵)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쩌민과 시진핑이 나란히 앉은 모습. 장쩌민은 시진핑에게는 최대의 정적(政敵)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기원시보’의 보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웨이보’에서는 “텐진 폭발사고 직전에 시진핑에 대한 암살 기도가 있었다”면서 “오는 9월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원시보’ 보도와 中 웨이보에서 나도는 루머는 곧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금융기업에도 전해졌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中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대중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들의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것이다.

    중국 내의 권력투쟁에 세계 증시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공산당 내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이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인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집권한 뒤 자신의 정적(政敵)들을 숙청하는 명분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었다. 장쩌민, 후진타오, 쩡칭훙, 저우융캉, 보시라이 등으로 이어지는 태자당 출신 상해방 일원들이 20년 동안 권력을 잡고 있으면서, 엄청난 돈을 축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를 내는 주체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中공산당 간부들이 지금까지 해외로 빼돌린 부정축재 자금은 최소 1,230억 달러(한화 약 134조 원)에서 최대 4조 달러(한화 약 4,4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 돈은 상하이와 홍콩, 마카오, 텐진, 베이징 등에 있는 외국계 금융기업을 통해 조세피난처로 갔다가, 돈세탁을 거쳐 다시 미국, EU, 일본, 한국, 남미 등으로 빼돌려져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2015년 8월 25일 오후 中상하이 종합지수. 결국 3,000선도 무너졌다. ⓒ네이버 화면캡쳐
    ▲ 2015년 8월 25일 오후 中상하이 종합지수. 결국 3,000선도 무너졌다. ⓒ네이버 화면캡쳐


    이런 막대한 부정축재 자금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이 장쩌민 인맥들이다. 국내에서는 장쩌민 인맥도 태자당이고 시진핑도 태자당이니 같은 인맥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정확하게 장쩌민은 태자당 가운데서도 리카싱 등 화상총회를 등에 업은 상해방의 교집합 인맥이다.

    반면 시진핑은 태생은 태자당이지만, 실제 출세와 권력 획득의 배경은 공산주의청년단(共靑)이다. 시진핑의 배후세력은 모택동 주의에 매우 충실해 장쩌민 측근들의 부정부패에 극도의 증오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시진핑이 中공산당 부정부패의 핵심 인맥들을 숙청한다는 ‘루머’가 퍼지자,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일제히 지금을 회수하는 등 ‘위험 관리’에 나서면서 주요국 증시가 폭락을 겪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장쩌민 체포에 대한 사진과 루머가 나온지 며칠이 지났지만, 中공산당은 여전히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증시 하락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