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 잠수함 대량 전개‥'한-미 전투기 무력시위' 빌미삼은 듯
  • ▲ 이지스함과 링스 헬기의 대잠수함 훈련모습.ⓒ해군
    ▲ 이지스함과 링스 헬기의 대잠수함 훈련모습.ⓒ해군

    북한의 DMZ(비무장지대) 목함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촉발된 남북 군사력 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잠수함 50여 척이 기지를 이탈해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국방부는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 50여 척이 기지를 떠난 상태로, 어디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지를 이탈한 50여 척은 북한군 전체 잠수함 전력의 70%로, 비율로만 따지면 6.25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군은 미군과 함께 각종 감시자산을 통해, 북한 잠수함 기지와 잠수함을 번호까지 메겨가며 추적·관리를 해왔다.

    지난 5월 북한 SLBM 수중 실험 당시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 기지는 한미 정보·정찰·감시(ISR) 자산의 중요 표적"이라며,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떠나면 한국과 미국의 대잠수함 감시전력이, 그 예상 경로와 임무를 포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 자료사진.ⓒ뉴데일리DB
    ▲ 자료사진.ⓒ뉴데일리DB

    우리 해군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대잠전 대비태세를 강화해 왔다. 특히 훈련분야에서는 통합 대잠전훈련을 비롯해 한미 연합 및 한국 해군 단독 대잠전 훈련 횟수를 대폭 늘려왔다.

    따라서 50여 척에 이르는 북한 잠수함의 대규모 기지 이탈은, 우리군의 대(對) 잠수함 경계 작전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뜻한다.

    이와 별개로, 22일 오전 있었던 한미 공군의 어설픈 위력시위가, 북한 잠수함의 대규모 이동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한미 공군은 지상 타격용 무기 없이, 공대공 무장만을 탑재한 상태에서 작전을 펼쳤다.

    이에 대해 북한의 도발의지를 사전에 꺾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정작 중요한 지상 타격용 무장을 갖추지 않아, 사실상 에어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 ▲ (위부터)P-8A와 P-3C.ⓒ미 해군
    ▲ (위부터)P-8A와 P-3C.ⓒ미 해군

    우리 군이 북한 잠수함 전력의 이동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는데 사실상 실패하면서, 군 당국은, 기지를 빠져나온 50여 척에 이르는 북한 잠수함의 현재 위치를, 일일이 확인해야만 하는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됐다.

    우리 해군의 대잠 탐지 전력이, 규모면에서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중인 잠수함은 모두 13척 뿐이다. 이 가운데 실제 북한 잠수함 탐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함정은 7~8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해군이 운용 중인 16대의 P-3C 대잠초계기를 모두 작전에 투입해도, 50여 척에 이르는 북한 잠수함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야간 수색작업이 가능한, E0/IR(전자광학)장비가 달린 P-3CK(P-3C 개량형)가 8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미군이 운용 중인 최신형 P-8A 해상초계기가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지만, 그 수가 적어 몇 대나 북한 잠수함 탐지 작전에 투입될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한편, 북한은 남북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뒤, 휴전선 인근의 포병전력을 오히려 2배 이상 증강했다. 76.2mm 직사화기 등 평상시 갱도나 진지에 숨겨놨던 포병전력을 이동 배치해, 명령만 떨어지면 즉시 사격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