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당산동 그룹·정동영에 조경태·김동철 등 원내 움직임도 긴박박상천 대표 빈소에서도 신당 화두… "9~11월 무렵 가시적인 움직임"
  • 4일 전북 전주에서 강연회를 열고 신당 창당의 의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일 전북 전주에서 강연회를 열고 신당 창당의 의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낸 무소속 천정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전주 강연을 통해 신당 창당 의지를 분명히 드러냄에 따라, 잠시 소강 상태였던 야권발 정계개편과 신당 창당 논의가 다시금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정배 의원은 4일 4·29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호남(전라북도 전주)에서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호남 민심이 이반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고, 펄펄 끓는 물과 같은 신당 창당 열기가 극명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북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역 민심은 들끓고 있는데 여의도 사람들(국회의원)은 눈치만 본다"며 "과거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나 YS(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가 민심과 관계없이 신당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민심이 정치인들을 신당으로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그 말대로 민심이 신당을 원하고 있다는 게 재차 확인됐기 때문인지, 전국적 개혁 통합 신당을 향한 제세력(諸勢力)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친노(親盧, 친노무현)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원칙의 정치인' 고(故)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빈소에는 5일에도 비노(非盧, 비노무현)와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대거 모였다. 이 자리에서는 분당과 신당에 관한 논의도 일부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조문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김태랑·조재환 전 의원이 '신당 창당이 살 길이다. 그래야 정권교체를 한다'는 말을 했다"며 "박상천 전 대표와 김태랑·조재환 전 의원은 민주당과 열우당이 통합할 때 '친노와 통합하면 민주계는 없어지고 먹힌다'며 동교동에서 마지막까지 반대했었는데, 맞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그 분들은 그런 (신당 창당)파고 나는 경계인"이라며 "(민주당의) 김민석 전 의원도 아무 말 않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5일에는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박주선 의원 등이 조문 행렬에 합류했다. 박주선 의원은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고, 당이 (이래서)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신당이 다시 야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6일에는 새정치연합 대구·경북 지역 당원들이 대거 집단탈당할 것으로 알려져 당내외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신당을 추진하는 여러 세력 중 지난달 16일 탈당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대표 사퇴와 친노 계파 청산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혁신위에 걸고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 무산될 경우 신당 창당 등 독자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 대표 사퇴와 친노 계파 청산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혁신위에 걸고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 무산될 경우 신당 창당 등 독자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달 9일 116명이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집단탈당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중도개혁민생실용정당 창당 준비 모임인 국민희망시대는 4일 여의도 성우빌딩에 창당추진사무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야권 통합 신당 창당 추진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희망시대는 정대철 상임고문, 박주선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희망시대 임종천 대변인은 "사무실에는 국민희망시대 실무자 10여 명이 상주하게 된다"며 "신당추진위원들도 수시로 상주하면서 각기 다른 신당 추진 세력들과 교류를 통해 일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건너 마포 민주당 쪽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민주당에는 지난달 29일 안선미 전 포항시장 후보 등 115명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합류한 가운데, 이 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민석 전 의원은 최근 잇달아 언론 인터뷰를 하며 공개적인 정치 활동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마포 민주당과는 반대편인 당산동에서 여의도를 노려보며 '정계 개편'의 칼날을 갈고 있는 당산동 그룹도 있다. 염동연·이철 전 의원이 주축인 당산동 그룹은 지방 순회 강연을 하며 신당 구상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는 천정배 의원 측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의원이 4일 강연을 진행한 전북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내년 4·13 총선에서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이 전북 전주 덕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고, 이강래·장세환·장영달 전 의원도 '무소속 연대' 내지는 신당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조경태 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 신당 제안을 했으며, 안철수 전 대표는 "좀 더 지켜보자"고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관계인 김한길 전 대표가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는 설(說)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표가 살신성인을 해야 한다"며 대표 사퇴를 요구해 파란을 일으켰던 김동철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표를 직접 만나 대표 사퇴와 박원순·안철수·안희정 등 대선 주자급이 연석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철 의원은 지난 6월 30일에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창일·김영환·박지원·신학용·주승용·최원식 의원 등과 회합한 자리에서 혁신의 미비를 전제로 신당 창당을 주장했던 바 있다.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세력들이 각개약진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언제쯤 어떻게 통합된 흐름을 보여주기 시작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야권 신당 창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우리끼리만 하자'는 식의 각개전투로는 안 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여러 세력 사이에 상호 간의 연결고리가 있고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9월에서 11월 사이에는 (통합 신당으로 가는) 가시적인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