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아웃소싱' 벗어던지고 '직접 담판' 승부수 던졌지만, 수 다 읽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5일 최고위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일괄 타결을 제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5일 최고위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일괄 타결을 제안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일괄 타결할 수 있다는 '빅딜' 제안을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방안처럼 모든 정당,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며 "김무성 대표의 방안은 기득권 지키기 오픈프라이머리"라고 비난했었다.

    2·8 전당대회 때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표의 말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말바꾸기' 논란을 무릅쓰고 혁신위에 힘을 실었던 문재인 대표지만,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돌연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는다면 새정치연합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받을 수 있다고 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애초 자신이 전당대회 때 공약했던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을 무슨 큰 양보라도 되는 것처럼 내거는 것도 기묘한 일이고, 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받으면 불과 아흐레 전 자신이 '위헌'이라고 공박했던 오픈프라이머리의 위헌성이 없어지는 것인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러한 '오락가락' 입장 전환은 차치하고,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막 미국에서 귀국한 이 시점에 문재인 대표의 '빅딜' 제안이 던져진 의도와 배경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야권 관계자는 "(일괄 타결의) 방식은 정개특위 내에서의 논의든 여야 (지도부)가 만나든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논의의 장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것은 정개특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여야 지도부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는 뜻"이라며 "미국에서 돌아온 김무성 대표에게 양당 대표가 선거제 논의를 풀자는 제안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내에서의 협상이 아닌, 여야 지도부 협상으로 논의의 수준을 격상시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문재인 대표는 이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의원 정수의 확대 없이, 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만 조정하자는 중앙선관위 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24일 발표된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말한다. 당시 중선관위는 지역구 의석을 200석,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조정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비율을 2 대 1 로 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5일 문재인 대표의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5일 문재인 대표의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수용이나 관철이 불가능한 안(案)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역구가 46석이나 일거에 줄어들기 때문에, 새누리당~새정치연합 양당 내에서도 당장 당론으로 묶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은 "(지역구 200, 비례대표 100 안은) 혁명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관철할 수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 헌정사에서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 것은 1963년 6대 국회와 1981년 11대 국회가 전부로, 두 번 다 정치관계법이 국가재건최고회의와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구'에서 처리됐다. 정상적인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지역구 의석을 46석 줄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는 근거다.

    문재인 대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자신도 관철할 수 없고, 김무성 대표도 수용할 수 없는 중앙선관위 안을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혁신위에 '아웃소싱'을 해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고 했는데, 세련되지 못하게 의원 정수 확대를 띄우는 바람에 되레 문재인 대표가 부담이 커졌다"며 "'아웃소싱'을 중단하고 직접 전면에 나서 김무성 대표와 담판을 짓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은 어차피 관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와 주고받기식 논의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의원 정수가 20~30석 늘어나는 방향으로 타협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 것"이라며 "(의원 정수 확대에) 책임을 나눠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귀국하고, 새누리당이 의총을 소집해 20대 국회에서 의원 정수 확대 불가를 당론으로 정해버리게 되면 지도부 담판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구상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며 "시기적으로도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는 승부수"라고 분석했다.

    다만 모처럼 혁신위를 대신해 정치 협상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는데도, 그 수가 이미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같은 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원 정수에 대해 369명·390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로 늘려야 한다는 말이 (야당에서) 나와 공분을 샀는데 (문재인 대표가) 거부 반응을 인식해서 다행"이라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부득이 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여야 지도부 간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자는 것은 결국 '부득이한 의원 정수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의도를 단숨에 간파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모처럼 야당 대표가 제안한 것인만큼 신중하게 잘 검토해보겠다"면서도 "5선 의원으로서 그동안 경험한 바는 비례대표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치발전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