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정동영 힘모아야 한다"지만, 정작 당사자는 '정치 지향 달라 글쎄'
  •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 덕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정동영 전 의원이 내년 4·13 총선에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 덕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정동영 전 의원이 내년 4·13 총선에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 출연해 "전북 지역민들이 새정치연합에 대해 실망하고 있고,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며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가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과연 사실일까. 전북에서부터 야권발 정계 개편의 불꽃을 키우려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강연회가 열린 4일, 전주에서 시민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은 한목소리로 새정치연합을 '민주당'이라 지칭하며 이에 대한 실망감을 피력했다.

    개인택시기사 박모 씨는 "내가 완주에 사는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완주군수도 무소속이 됐다,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떨어져 버렸다"며 "민주당은 이제 재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택시기사 이모 씨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고 떡고물이 좀 떨어지나 했는데 전매청이며 코카콜라며 그나마 있던 것도 다 옮겨가고, 새만금 개발도 안 됐다"며 "40년 넘게 민주당만 찍어 왔는데 지역에 도움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전북도청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모 씨도 지난해 6·4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더 이상 여기는 민주당이 공천하면 무조건 당선되는 곳이 아니다"라며 "친노라면서 '앞으로 나란히' 시키는 계파정치에 사람들이 모두 신물이 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천정배 의원과 함께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계자는 "원래 민주당의 뿌리는 호남인데 노무현 대통령 때 친노가 생기면서 갈등이 심해져 이에 실망을 느낀 50대 이상 분들 사이에서는 구 민주당에 대한 향수가 깊다"며 "호남 지역에 대한 홀대를 새정치연합에서도 개선을 못해 질타하는 여론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출신의 '큰 인물'로 새정치연합 당권파(범친노계)에 가담해 있는 정세균 전 대표를 향한 쓴소리도 터져나왔다.

    전북도의원을 여러 차례 지냈던 인사는 "(정세균 대표가) 애초부터 잘했으면 이런 지경까지 올 것도 없지 않느냐"며 "전체적인 민심이 40~50년 동안 몰아줬던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천정배 의원은 "내가 만나 본 광주시민 열의 아홉은 개혁적 전국 정당을 만들라더라"고 했는데, 전주의 여론도 그에 못지 않았다.

    박모 씨는 정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화제에 오르자 "으따, 날씨가 엄청 더워부려"라고 말문을 돌리는가 싶더니, 곧 "신당이 나오면 아주 좋지, 그러면 여기 유권자들이 거시기, 호응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모 씨도 '호남선 KTX'가 충청북도 오송까지 돌아갔다 호남으로 오는 것을 가리켜 "충청도가 멍청도라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사실 멍청한 건 우리"라며 "(신당이 생겨서) 균형 있게 뽑아줘야 발전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당이 생긴다고 하기 전에는) 새누리당 (의원)이라도 하나쯤 있어야 된다는 여론이 내 나이대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있어서 고창 출신인 정운천 씨가 (전주 완산을에서) 30% 넘게 나왔다"며 "되레 젊은 사람들을 (택시에) 태워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민주당이지, 무슨 소리냐'라고 화를 낸다"라고 웃었다.

     

  •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 덕진에서 강연회를 진행한 가운데, 전북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청중들이 운집해 강연을 듣고 있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 덕진에서 강연회를 진행한 가운데, 전북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청중들이 운집해 강연을 듣고 있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처럼 바닥 민심이 신당 창당의 움직임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날 열린 천정배 의원의 강연회장에 운집한 참석자들의 전언은 한층 자신감에 차 있었다.

    강연회 참석자 김모 씨는 "전남·광주 뿐만 아니라 전북도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내년에 총선을 치르면 여기 표심이 어디로 갈지는 뻔하다"라고 단언했다.

    전북발 '천정배 신당' 태풍에 있어서 한 가지 변수는 내년 총선에서 역시 이 지역, 구체적으로는 전주 덕진 출마를 준비 중인 정동영 전 의원의 존재다. 전주 시민들은 대체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힘을 모아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개혁 신당을 건설하는 큰 그림을 함께 그려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박모 씨는 "정동영이 (내년 총선에) 나오려면 신당으로 나와야지, 무소속으로는 좀…"이라고 말을 흐리며 "신당으로 나와야 전주 유권자들이 호응을 많이 해줄텐데, 민주당을 갈아야 하니까"라고 부연했다.

    천정배 의원의 강연회에 참석한 김모 씨와 배모 씨도 "정동영 의원도 자중해야 할 부분이 있긴 한데, 힘은 당연히 (천정배 의원과) 모아야 한다"며 "그게 전북의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라고 한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전주) 덕진에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해준 게 하나도 없는데…"라며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이모 씨조차도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막상 나오면 그래도…"라고 '그래도'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천정배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에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은 개인적으로 친구 같은 분이며 같이 (신당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다"면서도 "정치 지향점이 달라 선뜻 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는 천정배 의원이 신당의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온건·합리적인 개혁 신당'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 의원은 같은 날 오후에 열린 강연회에서도 "내가 마음 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모습은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정도의 진보"라고 정의했다.

    사실 정동영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보다 더 급진적인 스탠스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둘 사이에 정치적 접점을 찾는 과정이 다소 지난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천정배 의원 측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힘을 합쳤으면 하는 화두는 아직 때가 이르다"며 "새정치연합을 거부하는 분들끼리 뭉쳤으면 좋겠지만, 두 분 다 매머드급이라…"라고 말을 흐렸다.

    한편, 천정배 의원 역시 이와 같은 바닥 민심을 파악한 듯 이날 오후 강연을 통해 내년 4·13 총선에서 전북 지역의 신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천정배 의원은 강연에서 "아마 지난 4·29 보궐선거가 광주에서만 있었고 이 곳 전주에서는 없었기 때문에 (전주시민들이) 위대한 선택을 하실 기회가 없었던 뿐일 것"이라며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새로운 개혁 정치 세력을 열화와 같이 지지해서 확고히 자리잡는 계기가 이곳 전주에서, 호남에서 시작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