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北 신당 열기에 깜짝… "느긋하게 기다려달라" 되레 청중에 자제 부탁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호남에서 대중을 상대로 공개 강연을 한 것은 4·29 보궐선거 당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호남에서 대중을 상대로 공개 강연을 한 것은 4·29 보궐선거 당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호남에서 처음으로 대중을 상대로 한 공개 강연을 가졌다.

    40분 남짓의 강연 도중 총 17번의 박수가 나올 정도로 강연회장이 전국적 개혁 신당 창당을 바라는 열기로 뒤덮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호응해 천정배 의원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신당 창당의 스케쥴과 이념적 지향을 보다 자세히 제시했다.

    야권발 정계 개편론의 진원지인 호남에서 신당 창당을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것이 다시금 확인된 만큼, 이른바 '천정배 신당'은 더욱 탄력을 받고 창당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연회장 뜨거운 열기에 "말씀 안 드려도 되겠다"

    천정배 의원은 4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에서 사단법인 전북지방분권연대 주관으로 열린 '한국의 미래와 한국 정치의 재구성'이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강연 장소인 구 전주MBC사옥(노블레스웨딩홀)에는 160석 정도의 좌석이 준비돼 있었으나, 천정배 의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자리는 모두 동났다. 이에 수백 명의 인원이 서서 들을 정도로 강연은 대성황을 이뤘다. 서서 듣는 사람들이 입구 쪽에 몰린 관계로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강연장 내로 입장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였다.

    현장의 열기에 천정배 의원도 고무된 듯 "오늘 여기의 분위기를 보니 내가 말씀 안 드려도 이심전심으로 새로운 개혁 정치 세력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생각되는데 내 말이 맞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며 강연회장의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새정치, 성찰·소통·반성·책임이 없는 4무 정당" 맹공세

    천정배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성찰·소통·반성·책임이 없는 4무(無) 정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국민들로부터 수권세력으로 대접받지 못한지 오래됐지만, 이를 이끌어온 세력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 왜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지 알아보려는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반성도 없었고,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모르니 책임지는 것도 없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폐쇄적인 계파·패거리·패권주의·기득권… 이것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야당의 모습"이라며 "이런 야당을 우리가 재구성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격렬히 비판했다.

    나아가 "새정치연합은 새로운 전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무능한 정당"이라며 "천정배는 호남과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봉사적 자세를 가진 전사를 키우기 위해 땅에 떨어져 썩는 밀알이 될테니, 여러분은 그런 전사가 돼달라"고 호소했다.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에서 강연회를 개최한 가운데, 강연장에 청중들이 몰린 관계로 다수의 사람들이 입구 쪽에서 서서 강연을 듣고 있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4일 오후 전북 전주에서 강연회를 개최한 가운데, 강연장에 청중들이 몰린 관계로 다수의 사람들이 입구 쪽에서 서서 강연을 듣고 있다.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나라도 호남 정치 복원해 비전 제시"… 自求求國 제안

    이날 강연은 천정배 의원의 정치적 근거지이자 야권발 신당론의 진원지인 호남 지역에서 열렸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분위기와 청중들의 호응이 지난 대전 강연에 비해 훨씬 뜨거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천정배 의원도 보다 과단성 있게 신당 창당의 의지를 내보이며, 전국적 개혁 신당 창당 과정에서 호남의 중요성을 일깨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천정배 의원은 "오랫동안 수도권(경기 안산)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부터 고향인 호남에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쪽팔리는 느낌도 있었고,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한 사람이 왜 고향까지 와서 그러냐는 말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내 고향인 호남의 현실을 직접 보면서 '우리 호남이 너무도 희망을 잃은 땅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내가 부족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이지만, 나라도 호남의 경제적 낙후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호남의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먼저 우리 자신을 구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후) 우리가 앞장서서 개혁을 이끔으로써 대한민국을 풍요롭고 공정한 나라로 이끄는 게 자구구국(自求求國)의 길"이라고 신당 창당의 명분을 제시했다.

     

    ◆"다수당·수권세력될 수 없는 진보 정당 아냐" 선 그어

    한편 신당의 이념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정치권 일각에서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급진적 진보 정당'이 아닌, '대중적 온건 개혁 정당'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천정배 의원은 "우리나라에 여러 진보 정당이 있지만, 지금 한국의 그런 (진보) 세력들이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거나 후년 대선에서 집권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마음 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모습은 그 분들과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 정치적 관심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무너진 새정치연합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야당 세력을 대체하느냐"라며 "새로운 정치 세력의 가치나 비전은 국민 다수가 생각하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새누리당에 비해서는 진보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보수라 하더라도 서로 협력해볼 수 있는, 그런 정치적 지향이 필요하다"고 정의했다.

     

    ◆신당 창당 열기에 '앗 뜨거'… "호남 분들, 인내심 가져달라"

    이날 전북 각지에서 운집한 청중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신당 창당 스케쥴을 밝힐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천정배 의원이 창당 발기인대회를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천정배 의원조차 이처럼 뜨거운 신당 창당 열기는 뜻밖이라는 듯 되레 청중들을 상대로 자제를 요청해야 할 정도였다.

    익산에서 왔다는 참석자는 "이제 곧 총선이 가까워지는데 빨리 세력을 만들고 한국 정치를 새롭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절망에 빠진 대중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일정을 빨리 잡아서 추진력 있게 나가달라"고 조바심을 냈다.

    이에 천정배 의원은 "시간은 다가오는데 나 역시 속으로는 얼마나 급하겠느냐"면서도 "행정적으로는 요즘은 당을 만드는데 한 달이면 되니 아직도 (내년 4·13 총선까지) 시간은 충분하다"고 다독였다.

    아울러 "호남은 개혁 세력의 총본산이다보니 의욕이 흘러넘쳐서 보채는 분까지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비호남에서는 선뜻 새로운 세력에 앞장설만한 분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솔직히 말씀드려서 호남 분들은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려주셔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