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정원 내국인 해킹설 음모론으로 치부되는 이유, '틀릴 가능성'에 침묵했기 때문
  •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 새정치연합은 당초 현장방문을 요청했으나
    ▲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 새정치연합은 당초 현장방문을 요청했으나 "현장방문으로 진실을 알기 어렵다"며 방문이 미뤄졌다. 자료제출건 역시 "임 모 직원이 삭제했다는 자료가 51건 뿐인지 알 수 없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영국 철학자 칼 포퍼는 "반증 가능성이 없는 학문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과학은 자신이 틀릴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자신의 이론에 따라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현상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주장이 만일 틀렸다면, 빛은 휘어지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는 것을 보고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지구를 넘어 우주에도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역시도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면, 큰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은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인류는 아직도 그들의 이론이 모든 우주에, 모든 물체에 통용되는지 검증하지는 못했다. 아직 아인슈타인과 뉴턴의 주장이 옳은지 '완벽히' 밝혀지지는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아이작 뉴턴의 진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주장에 반증(反證)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견은 역설적으로 '내 주장이 틀렸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과감한 예측을 내놓았기 때문에 더 진실되게 받아들여진다.

    점성술보다 과학을 믿는 이유, 대체의학보다 현대의학을 믿는 이유도 이와 같다.

    현대 의학은 '이중 맹검법(double-blind)'이라는 방법을 통해 의심받고 도전받는다. 반증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음으로 인해 신뢰받는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연일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진실을 은폐하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좀처럼 그 주장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주장대로 지난 2005년 국정원 불법 감찰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이번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민간인 사찰 의혹 논란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민간인 사찰 의혹을 거세게 제기하는 새정치연합의 목소리는 왜 음모론으로 치부되고 있을까. 진술에 반증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새정치연합은 지난 달 17일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현장방문을 앞두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 방문은 무산됐다. 현장에 방문해도 진실을 알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 대변인을 자처한 신경림 간사는 "프린트를 해놔도 알 수 없는 암호 자료라 국회의원들이 본다고 해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데다 원본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며 현장방문에 난색을 표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은 지난 3일 "자살한 임모 과장이 복구 가능한 방법으로 51건만을 삭제 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며 "51건만 삭제한 것이 확실해 지면 그 중에서 불법적인 사찰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밝혔다.

    음에는 삭제한 파일에 주목했지만 삭제한 51건의 파일에서 증거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인정한 셈이다.

    나아가 새정치연합 신경민 정보위 간사는 "국정원 사건에 대해 공안부가 주도해선 안된다"며 "지난 번 간첩증거 조작에서 보듯 공안부가 이번 사건을 맡는다면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의 최근 국정원을 둘러싼 의혹 제기는 각종 단계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두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틀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을 향한 의심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이래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비겁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진정으로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정쟁의 도구가 아닌 진실규명을 해야 할 인권 문제로 여긴다면 이에 걸맞는 가설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 야당은 민감한 내용의 국정원의 '로그파일 원본 공개'를 무턱대고 요구했다. 이렇다할 가설도 없이 국정원에 무분별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비과학적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아마도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하드디스크 원본을 넘긴다고 해도 여전히 새정치연합은 "이 하드디스크가 임 모 과장이 다룬 정보의 전부이냐"며 공세를 펼칠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의 예시에서 보듯 당연해 보이는 자연법칙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어디선가 질문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 새정치연합이 지금처럼 반증불가능한 주장으로 의혹만 제기한다면, 국정원 논란을 장기화 하는데 성공할지는 몰라도 점점 설득력을 잃은 주장만 난무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국정원은 정보위 의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사실을 설명하고, 야당도 그것을 계기로 의혹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국회에는 정쟁거리도 있지만 민생 현안도 많이 있다. 상임위를 거쳤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민생 법안이 아직도 많다.

    새정치연합이 좀 더 확실한, 반증가능한 가설 제기를 통해 깔끔하게 검증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19대 임시국회에 민생(民生)에 집중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