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彈돼 새정치서 터질 가능성… 정채웅·조국 '현역 퇴출' 한목소리
  •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3일 전격적으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표정이 복잡하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득표율 3위를 기록했다. 김무성·서청원 두 명은 대표를 놓고 자웅을 겨뤘다는 점에서, 순수한 최고위원 싸움에서는 수석(首席)을 차지했다. 게다가 광역자치단체장인 경남도지사를 역임했기 때문에, 재선(再選)이라고는 해도 정치적 중량감은 그 이상이다.

    게다가 김태호 최고위원의 지역구는 경남 김해을이다. 김해을은 친노의 성지 봉하마을이 있어 야세(野勢)도 일정 부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 지역이다. 텃밭 지역구를 가진 무게감 있는 정치인인 김태호 최고위원의 불출마는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질 때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이는 대권 행보의 일환이기 때문에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딱히 기득권을 버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말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불출마는) 내 정치적 기준과 정치적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재까지 불출마 선언을 한 인물은 없는 셈이다. '586 하방론' '호남 물갈이설' '중진 용퇴설' 등 난무하는 온갖 설(說)들과 현실과의 괴리감이 지나치게 크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가 유탄(流彈)이 돼서 엉뚱하게 새정치연합으로 날아가 폭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지도부와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좋게 말해 '물갈이', 실제로는 공천 학살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태호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명분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채웅 혁신위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현역 국회의원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하면 물러나야 하고, 자발적으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퇴출시키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와 관련, 조국 혁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평가를 받지 않았다"며 "평가를 하게 되면 우등생·열등생의 성적이 나올 것이고, 그에 기초해서 평가가 떨어지는 분들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갈이·낙천(落薦) 등의) 선택은 혁신위의 권한 밖"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혁신위 이후에 차후 만들어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아마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으로 4년에 한 번씩 유권자에 의한 직접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우등생·열등생은 어떤 방식으로 정량평가를 할 것인지, 혹 특정 계파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정성평가가 개입될 여지는 없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무능 현역 퇴출'을 명분으로 선출직공직자평가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또, '현역 물갈이'가 혁신위의 권한이 아니라면서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공평위)·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등을 활용한 '물갈이'는 있을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 셈이다. 

    임미애 혁신위원은 지난달 5일 사견임을 전제로 혁신위가 공평위 구성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바 있어, 향후 '공천 혁신' 및 '물갈이' 시도 과정에서 혁신위~공평위~공심위 간의 연계 고리도 주목된다.

    야권 관계자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오전에) 총선 불출마한다고 하자마자, 벌써 그날 오후부터 '야권 중진은?'이라고 묻는 분위기인데 조짐이 썩 좋지 않다"며 "김태호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야권에 영향을 미쳐 실제로 공천 학살 조짐이 본격화된다면 뒤숭숭한 분위기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