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中 청년이 보낸 그림 올리며 "책 읽으며 휴가 보내요"


  • 정치권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중국보다 미국"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청년의 따뜻한 편지를 공개해 관심이 쏠린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그렇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친박(親朴)계 내부에선 김 대표의 '미국 중시'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청와대 관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요즘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과 보고서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면서, 한 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자뤄한(賈羅漢)이란 이름의 중국 청년 팬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쓴 손편지와 박근혜 대통령 초상화, 책갈피 등의 사진이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중국 청년은 손편지에서 "박 대통령은 내 우상으로서 언제나 내게 격려가 돼줬다"며 "난 대통령에게서 사람은 꾸준하며 스스로 강해져야 하며 배우는 것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임해 사회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또 약속을 지키고 정직하며 진실 되고, 강인하며 자신감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자기 수양을 하며 심신을 닦고, 교양을 쌓아야 하며 지혜와 의지로 정확히 실천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문구를 노트에 적어놓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은 그러면서 "이 기회를 빌어, 제가 정성스럽게 고른 중국 우표와 책갈피를 보내드리니, 마음에 들어하셨으면 좋겠다"며 "대통령님의 초상화를 연필로 스캐치했다. 실례가 됐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


  • 박 대통령은 이 글을 게시하면서 아울러 "늘 하루가 짧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다"며 "장마가 지나가니 폭염으로 잠을 못 이루는 분이 많은 것 같다.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새로운 마음으로 재충전하는 시간들이 되시길 바란다"고 안부 인사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올린 휴가 근황 글에는 게시 20시간 만에 '좋아요' 9천여 개, 댓글 2,300여건이 달리는 등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중국 팬의 편지를 공개한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여야가 방미 중인 김무성 대표의 발언으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중국 팬의 편지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한 야당 의원은 "김 대표의 미국 중시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할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뜻을 지금 이 시점에서 내비치면서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너무 나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김 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친박계 내부에서도 김 대표의 '미국 중시'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미국보다는 중국' 발언은 여당 대표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면서 "김 대표의 F-22 구매 발언 등 각종 논란을 보면서 컨텐츠 부족 내지는 준비가 안 된 대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