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리자는 비례대표, 정치권 불신의 근원, 일 열심히 한다면 국민이 먼저 나설 것
  • ▲ 국회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서 의원 정수 확대 불가 방침을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론으로 정할 방침으로 알려진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연일 새누리당을 향해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그 결과물을 즐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요컨데 자신들이 제안한 의원 정수 확대안이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은 새누리당이 야기한 정치 불신 때문인데, 새누리당이 이를 이용해 오히려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은 표리부동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의원 정수를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도 한다. 즉,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거부감의 근원인 정치 불신의 해소 대책이 되레 의원 정수 확대라는 기이한 논리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재 결정과 중선관위안을 존중하고, 지금의 정치 독과점 체제의 해소를 위해 달려가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데, 새누리당은 반혁신·반개혁적 발상이라며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아마도 지금의 국회의원'님'들을 국민들이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치불신은 국민이 시작한게 아니고 정치인들이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혁신위원도 29일 트위터에 "일체의 의원 증원을 하지 않고 헌재 결정에 맞추려면 농어촌 지역구를 대폭 줄여야 한다"며 "농어촌 지역구를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비례대표를 대폭 줄여야 해 여성·청년·장애인 등을 위한 자리가 사라지는데 (새누리당은) 이것을 원하는가"라고 공개질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의를 지켜보며 주장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느낌을 감출 길이 없다.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적의 수급을 취하기 전에 상급부터 달라는 격이며, 입사하기도 전에 휴가부터 내겠다는 꼴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나 천정배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은 주장의 모순을 점잖게 지적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28일 TBS라디오 〈열린아침〉에 출연해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것이 국회"라며 "국민들은 300명 국회의원이 일하는 것도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민 정서를 떠난,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의원 정수 증원에는 반대한다"며 "설사 증원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현재의 인원을 가지고 의정 활동을 잘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뒤에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29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현재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의원 정수를 늘려달라고 할 만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덜컥 (의원 정수) 증원부터 이야기해서는 도저히 국민적인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의원을 늘려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게 아니라, 먼저 국민의 신뢰를 되찾은 뒤에 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재·보궐선거를 1년에 한 차례만 실시하도록 했다. 국회 스스로도 국회의원 직을 최대 1년 간은 공석으로 비워놔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만일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일을 열심히 해서 국민들이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큰일이 나겠구나' 싶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면 1년이 아니라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 자리를 비워두겠는가. 300명 모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이런 생각을 품게끔 사력을 다해 일한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국민들로부터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말이 나올 것이다.

    〈뉴데일리〉가 지난해 7·30 재보선으로부터 1년을 맞이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보궐선거 당선자의 지난 1년 간의 의정활동을 취재해 본 결과, 새누리당 김제식(충남 서산·태안), 홍철호(경기 김포) 의원과 새정치연합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등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참으로 우수한 활동을 보여준 의원들도 있었다.

    문제는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그토록 의석을 '배려'하자고 울부짖는 여성·청년 비례대표들 중 일부가 이렇게 일을 잘하는 의원들의 이미지까지 전부 깎아먹고 입법부의 신뢰도를 나락까지 추락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뼈를 깎는' 혁신을 하겠다며 출범한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깎아야 할 '뼈'가 바로 이들 일부 여성·청년 비례대표들이다. 새누리당에게 이들을 위한 자리, 의석을 배정하자고 공개 질의하는 것은 '너희 당 이미지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라' 하는 속내인가 싶을 정도로 이들이 일으키는 폐단은 극심하다.

    차마 그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일일이 거명할 수는 없으나, 여성·청년 비례대표들 중에 막말과 돌출 행동으로 당의 지지도를 깎아먹고 선거 패배를 자초하는 원흉들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을 거둬들이고, 스스로 자성하고 성찰하면서 원래 자신들이 해야 했던 '뼈를 깎는' 혁신 작업이나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