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4일, 기존 日기준 준용하던 것 유럽 안전기준 'EN코드' 도입해 대폭 강화
  • 지난 26일 中후베이성 장저우시에서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추락 사고 직전의 모습. 아이 엄마가 내딛는 발판이 들려 있는 것이 보인다. ⓒ현장 CCTV 유튜브 영상 캡쳐
    ▲ 지난 26일 中후베이성 장저우시에서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추락 사고 직전의 모습. 아이 엄마가 내딛는 발판이 들려 있는 것이 보인다. ⓒ현장 CCTV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26일 中후베이성 장저우시의 한 백화점에서 3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하던 30대 여성이 에스컬레이터의 발판이 무너지면서 추락, 즉사했다. 지난 28일에는 허난성 신양시의 한 호텔에서 10대 소년이 엘리베이터의 철제 벽면이 무너지면서 끌려 내려가 숨졌다.

    중국에서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자 한국 국민들도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상당수가 중국제라는 이야기에다 사회 곳곳에 퍼진 ‘불신’ 탓에 한국에서도 중국 에스컬레이터 추락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이 퍼진 것이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들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2006년부터 에스컬레이터와 관련된 보도의 상당수가 “중국제 에스컬레이터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안전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기사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에스컬레이터 안전관리 담당 기관에 확인한 결과 중국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사고에 대해서는 일단 안심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부품 및 시스템 인증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담당하고, 설치 및 운행 안전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처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맡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운영하는 ‘국가승강기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수는 2015년 6월 말 기준으로 2만 8,244개다. 이 가운데 2000년 이전에 설치된 것은 6,309개로 2만 2,000여 개가 지난 15년 사이에 설치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안전 문제에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 국민안전처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제공하는 관련 통계. 에스컬레이터는 지난 15년 사이 400% 이상 증가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홈페이지 캡쳐
    ▲ 국민안전처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제공하는 관련 통계. 에스컬레이터는 지난 15년 사이 400% 이상 증가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홈페이지 캡쳐


    2011년까지만 해도 언론들이 비판하던,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안전 기준은 과거 일본의 기준을 준용(準用)한 것이라고 한다. 이 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어서, 제조사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제조하고 설치할 때 이보다 훨씬 높은 안전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때문에 각종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언론과 사회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정부는 2012년 3월 14일 에스컬레이터 관련법(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을 대폭 개정, 안전기준을 크게 높였다고 한다. 현재 유럽에서 사용하는 안전기준인 ‘EN코드’를 상당 부분 적용한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뒤 평소 운영할 때 적용하는 안전기준도 상당 폭 강화됐다는 것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측의 설명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할 때 안전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연 1회 정기검사, 주요 부품 교체 시 안전검사, 운행과 관련한 수시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만 에스컬레이터를 정상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안전검사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정기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며, 이를 어기거나 오랜 기간 검사를 받지 않으면 관할 지자체에서 강제로 에스컬레이터 작동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통계를 처음 수집한 1993년에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가 3건에 불과했다. 2004년까지도 한 자리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제 에스컬레이터가 대량 수입돼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2006년부터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연간 40여 건을 넘어섰다. 2008년에는 한 해에 무려 85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2008년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난 뒤에는 2012년까지 50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한 뒤로는 2013년 33건, 2014년 19건으로 해마다 크게 줄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5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에스컬레이터 숫자까지 포함해 비교하면 안전사고가 매우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측은 하지만 “상당히 강화되었다”는 지금의 에스컬레이터 안전기준도 ‘최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스컬레이터의 제조 시 부품부터 시스템 전체에 대한 인증, 설치 전후의 인증, 연례 검사와 수시 검사 등으로 제조단가와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지자, 과거에는 정부의 안전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자체 안전기준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던 제조사들이 최근 들어 정부의 기준을 약간 상회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에스컬레이터 추락 사고에 대한 中정부의 조사결과는 물론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사한 안전사고를 막는 것은 평소의 관리감독을 성실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 중국 에스컬레이터 추락 사고의 경우 안전관리가 소홀한 것이 문제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이용수칙을 지키면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안업체 에스원 블로그 캡쳐
    ▲ 중국 에스컬레이터 추락 사고의 경우 안전관리가 소홀한 것이 문제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이용수칙을 지키면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안업체 에스원 블로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