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역별 비례대표제 반대, 野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입장 완강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27일 열린 제9차 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27일 열린 제9차 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선거구 획정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좀처럼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선거구 인구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 △오픈프라이머리 등 '게임의 규칙' 자체를 재설정하는 안건들을 다루는데다, 최근에는 의원 정수까지 '불판'에 올려지면서 정개특위 차원에서 합의를 볼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협상과 결단을 통한 정치적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지만,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미국 순방 중에 있어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당분간 정개특위 논의는 답보 상태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개특위는 28일 오후 제10차 공직선거법심사소위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공선법 위반 사범의 처벌 등 자잘한 논의들만 진행됐을 뿐, 정작 여야 간의 대립이 첨예한 사안들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선법심사소위원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회의 도중 잠시 취재진과 만나 "작은 것, 일반적인 것들도 중요하다"며 "어차피 언젠가는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소위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의원 정수 확대 등 민감한 사안들은 논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개특위는 전날에도 공선법심사소위를 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했지만 전혀 논의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의원 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이고 이를 전제로 한 의원 정수 확대에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해야 한다. 적어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1 정도로 할 필요가 있는데, 현행 300석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려면 지역구가 200석까지 줄어드는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 현행 지역구 의석 수(246석)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369석 안(지역구 246+비례대표 123)이나 이종걸 원내대표의 390석 안(지역구 260+비례대표 130)은 이로부터 비롯됐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의원 정수 확대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공선법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좋은 제도이지만 의원내각제와 궁합이 맞는 부분이 있고, 이 정도의 개편은 이원집정부로 갈 것이냐 대통령제로 갈 것이냐와 맞물려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改憲)급의 변화를 수반하는 안건이기 때문에 정개특위 공선법심사소위 차원에서 합의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정개특위 위원도 "'끗발' 없는 사람들끼리 논의해서 결론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와야 일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정치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의 양당대표·원내대표 2+2 회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현재 미국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내달 3일 새벽에야 미국에서 귀국할 예정이다. 따라서 양당 지도부 간의 정치 협상을 위한 사전 접촉은 빨라도 내달 4일부터야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늦어도 8월 13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 선거구획정위는 2개월 간 선거구 획정 작업을 거쳐 10월 13일에 다시 국회로 획정된 선거구 개편안을 보내올 예정이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가 내달 3일 귀국한 이후 8월 13일 선거구획정위에 보낼 가이드라인을 최종 마련할 때까지 '최후의 열흘'이 내년 총선의 룰을 결정할 분수령이자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달 3일 김무성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양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마지막 조율 작업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여야 간의 이견이 너무 크고 열흘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고 밝혀,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모두 무산될 가능성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