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민생' 당직자 시리즈로 구성된 민생연석회의 출범 제안민생제일주의 실천 위해 현장 활동가 비례대표 우선 공천 주장도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8일 당 정체성에 관한 6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8일 당 정체성에 관한 6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8일 당 정체성에 관한 6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장고(長考) 끝에 내놓은 혁신안 치고는 뭘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정체성에 관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정체성 혁신안은 그간 '좌클릭' '저(低)클릭' '진보 노선 이동' 등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한 만큼 대단히 휘발성과 인화력이 큰 사안으로 평가돼 왔다.

    이 때문에 애초에는 지난 17일 부산에서 정체성에 관한 혁신안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20일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의결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연기됐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친노(親盧)의 총본산인 부산에서 정체성 관련 혁신안을 발표할 경우 지나치게 급진적인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혁신안에는 정작 이렇다할 내용이 없었다. 후폭풍이나 치열한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좋을지 모르되,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장고를 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새정치연합의 이념은 민생제일주의"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새정치연합에는 오로지 민생제일주의로 통합된 민생파만 존재한다"고 엄숙히 선언했다.

    이어 △갑질 경제 타파 △복지국가 당론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국가경제 성장 △사회·경제적 약자의 정치 참여 구현 △실질적 성평등 실현 △5포 문제 해결 △존엄한 노후의 보장 △장애인 기본권 보장 등을 당론 채택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당론 채택 방안으로 권고한 내용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출범할 때부터 민생 생활 정치를 표방해 왔기 때문에, 당의 기존 강령에 비추어볼 때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런 걸 왜 하느냐"며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는 혁신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유일하게 새롭고 핵심적인 내용은 민생연석회의의 출범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8일 당 정체성에 관한 6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8일 당 정체성에 관한 6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민생연석회의의 출범을 제안하면서, 민생최고위원·민생부대표·민생부의장·민생부원장을 둘 것을 제안했다.

    전국위원회 호선 등의 방식으로 민생최고위원을 최고위원회에 두며, 기존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생부대표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민생부의장으로, 민주정책연구원 수석부원장은 민생부원장으로 명함을 바꿔달게 된다.

    5본부장 체제로 개편하면서 민생본부장이 등장한 데 이어, 민생최고위원·민생부대표·민생부의장·민생부원장 등 일련의 '민생' 당직자 시리즈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민생'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기구가 민생연석회의다.

    민생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마련된 방안을 실천하는 힘이다. 민생의제의 추진을 점검하고 추동력을 마련하는 힘은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제안한대로 민생연석회의라는 옥상옥(屋上屋)의 기구를 만든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에서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되고, 또 후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음으로써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선거전문정당이 아니라 유능하고 실력 있는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언명했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바로 세워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민생을 보살피기 위한 첩경은 정권을 잡는 길"이라며 "일단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거에서 이기는 게 우선인데, 이미 집권당이라도 된 것처럼 민생연석회의를 꾸려 추동한다는 것은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느낌"이라는 일침을 가했다.

    약방의 감초처럼 이번 혁신안에도 공천 관련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 내놓는 혁신안마다 공천 관련 언급을 빼놓지 않고 해서, 혁신위인지 공천제도개선위인지 모를 정도라는 비판을 들었던 바가 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혁신위는 민생제일주의를 엄숙히 선언하면서 이를 책임지고 이행하기 위해 민생복지전문가를 우선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생복지전문가로 예시된 인물상은 현장 활동가,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이다. 이를 비례대표 당선권에 3분의 1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뭘 혁신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가운데, 공천과 관련된 부분만은 디테일하게 제시됐다"며 "당의 문제점은 제도나 기구가 아니라 사람이었는데, 좌클릭 성향의 인물을 대거 공천하게 되면 저절로 당은 좌클릭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