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기막힌 사연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북한의 유명한 속도전떡 (속도전가루는 물에 반죽해 먹는 음식으로 만드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자료사진 / 구글 이미지이미지
    ▲ 북한의 유명한 속도전떡 (속도전가루는 물에 반죽해 먹는 음식으로 만드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자료사진 / 구글 이미지이미지


     남한은 새집으로 이사하면 주변 지인들과 이웃들에게 인사의 의미로 떡을 돌린다.
    특히 개업하거나 집에 좋은 일이 있으면 시루떡을 돌린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딱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풍습으로 간주한다.

    북한에도 명절이나 설날, 추석이 되면 이웃이나 친척들에게 떡을 돌리는 문화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웃들과 주고받던 떡 문화는 이미 사라져버렸다고 남한 정착 탈북민들이 증언했다.

    2014년 8월 남한에 정착한 혜산 출신 박혜림(45세) 씨는 "예전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송편이 담긴 사발을 아들의 손에 이웃집에 보냈다. 떡을 받은 이웃은 고마움의 표시로 맛있는 시루떡이나 순대를 보내왔다. 그때는 떡 한 그릇에 서로의 정을 나누곤 했는데 지금은 언제 떡을 날라봤는지 까마득하다"고 전했다.

    "지금은 도리어 명절만 되면 떡을 들고 마당으로 나가는 아이를 부모가 단속한다. 남들이 보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괜히 어렵게 사는 이웃에게 오해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풍족하면 서로 나누기도 쉽고 이웃 간의 정도 돈독하게 쌓인다. 하지만 하루세끼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웃에게 떡을 나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민 온성 출신 자연옥 씨는 "북한에는 떡을 돌릴 수 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변소(화장실)에 빠진 사람을 위해서다. 북한에는 '똥독은 떡으로 뽑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화장실은 남한과 비교하면 매우 열약하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동네 공동화장실을 이용한다. 화장실 바닥은 나무판자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지나면 바닥에 깔린 나무가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자 씨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화장실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여름에 화장실에 빠지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가 빠지면 그대로 숨지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간혹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대변에서 나오는 강한 독성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지만 화장실에 빠진 이웃을 위해 일부러 떡을 가져다준다. 명절에는 사정이 어려워 떡을 나누지 못했지만, 똥독이 올라 사경에 처한 이웃을 위해 떡을 해온다. 화장실에 빠졌던 사람은 이웃들의 진심이 담긴 떡을 먹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변이 닿았던 부위에 떡을 붙여준다. 그래야 똥독이 빨리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