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전선 지켜내고 순직한 영웅… 손수건 꺼내 묘비 정성껏 닦기도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7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알링턴 국립묘지 내에 소재한 월튼 워커 중장의 묘역을 찾은 자리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수 워커 장군의 묘비를 정성껏 닦아내고 있다. 이후 김무성 대표는 한국식으로 큰절을 두 번 올리는 재배를 하며, 워커 장군의 낙동강 전선 사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7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알링턴 국립묘지 내에 소재한 월튼 워커 중장의 묘역을 찾은 자리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수 워커 장군의 묘비를 정성껏 닦아내고 있다. 이후 김무성 대표는 한국식으로 큰절을 두 번 올리는 재배를 하며, 워커 장군의 낙동강 전선 사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연합뉴스 사진DB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큰절' 방미 행보가 연일 화제다. 김무성 대표는 27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고(故) 월튼 워커 중장의 묘역에서 한국식으로 재배(再拜)를 올렸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더블트리 호텔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만찬에서도 큰절로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한미동맹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양국 간의 결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통큰 행보로 평가된다.

    방미 이틀째를 맞이한 김무성 대표는 이날 래리 키너드 참전용사회장, 6·25 참전 상이용사인 윌리엄 웨버 대령 등과 함께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아 참전비에 참배했다.

    김무성 대표는 참배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름과 역사도 모르는 나라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 미군 3만6940명이 전사하고 9만2134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대한민국은 이 분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주 방어전에서 오른팔과 다리를 모두 잃은 웨버 대령을 가리키면서 "웨버 대령의 꿈이 기념공원에 유리벽 기념관을 세워 전사한 전우들의 이름을 모두 새기는 것"이라며 "관련 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 의원들이 로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방미 당시 워싱턴 첫 일정이기도 했다.

    그는 6·25에서 목숨을 잃은 월튼 워커 중장의 묘비 앞에 이르자, 손수건을 꺼내 워커 중장의 묘비를 정성껏 닦은 뒤 "한국식으로 큰절을 하겠다"며 동행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두 번 큰절을 올렸다.

    월튼 워커 중장은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진두지휘를 맡았던 6·25 참전 장성으로, 휘하 장병들에게 내린 "Stand or Die"라는 사수(死守) 명령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 의회에서조차 논란을 일으켰던 사수 명령이었으나, 워커 중장은 꿋꿋이 "낙동강 방어선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며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전쟁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커 중장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전황이 반전된 1950년 12월 23일, 역시 6·25에 참전한 아들 샘 워커 대위의 은성무공훈장 수상을 축하하러 이동하던 도중 타고 있던 지프가 전복하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 해 안타까움을 샀다.

    지금의 워커힐(Walker Hill)이라는 지명은 6·25에 참전했다 순직한 월튼 워커 중장을 기리기 위해 명명한 곳이다.

    쉐라톤 워커힐 호텔 본관 정문 앞에는 "오늘 우리가 장군을 특별히 추모하는 것은 한국전쟁 초기 유엔군의 전면 철수를 주장했던 미국 조야의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서 유독 장군만이 홀로 한반도 고수를 주장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공산화를 방지하여 우리의 오늘을 가능케 한 그 공덕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비문이 있다.

    김무성 대표도 우리나라를 지켜낸 워커 장군 묘역 앞에서 "워커 장군은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장본인으로 대한민국의 최고 영웅이자 은인"이라며 "우리나라의 운명을 지켜주신 장군께 존경의 뜻을 모아 인사했다"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김무성 대표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를 병문안했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인 유미 호건 씨와 결혼한 '한국의 사위'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림프암으로 투병 중이다.

    김무성 대표는 메릴랜드주에 록히드 마틴 사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F-22기를 판다면 우리가 얼마든지 사겠다"고 농담으로 호건 주지사를 위로했다.

    이어 지난 5월 호건 주지사가 6·25 참전용사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단체관람했다는 점을 가리켜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상기했다는 이야기를 서울에서 전해듣고 나 역시 가슴이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호건 주지사는 한국의 정치 지형 등을 거론하며 김무성 대표를 향해 "대선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호건 주지사의 병문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당 외교'의 시동을 건 김무성 대표의 일정은 방미 셋째날부터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김무성 대표는 28일(한국시각) 미 의회와 국방부를 찾아 존 매케인 상원 외교위원장, 스테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로버트 워크 국방부 차관 등과 면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