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민족주의 단체, ISIS 조직원 암살…터키군, F-16 동원해 시리아 공습
  • 지난 20일(현지시간) 터키 수루치 지역에서 ISIS의 자살폭탄테러로 31명이 사망했다. 이후 ISIS에 대한 응징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일(현지시간) 터키 수루치 지역에서 ISIS의 자살폭탄테러로 31명이 사망했다. 이후 ISIS에 대한 응징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테러조직 ISIS를 방치한다는 오해를 샀던 터키 정부가 드디어 ISIS 응징에 나서기 시작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24일(현지시간), 터키 정부가 테러조직 ISIS의 시리아 근거지를 전격 공습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ISIS의 조직원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날 전국 13개주에서 ISIS 조직원의 근거지 수백 곳을 급습, 251명의 용의자를 검거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터키 현지 언론들은 경찰이 지난 23일 밤부터 최소 5,000여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 이스탄불에서만 140여 곳의 ISIS 근거지를 급습, 100여 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뿐만 아니라 지난 23일에는 시리아와의 국경 지대에서 ISIS 조직원과 전투를 벌였고, 24일에는 시리아의 ISIS 근거지를 대상으로 첫 공습에 나서기도 했다.

    터키 정부는 24일 오전 3시 12분 동부 디야르바르크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F-16 전투기 3대가 시리아의 ISIS 시설 2곳과 조직원 집결지 1곳을 공습, 35명 이상의 테러범들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지난 23일 터키군과 시리아 ISIS와의 교전 중 숨진 터키군 하사에 대한 복수라며 “터키는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도 단호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터키군이 시리아 ISIS 근거지 공습에 그치지 않고, 남부 아다나에 있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기지 등 2곳의 공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2014년 8월 테러조직 IS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준동한 뒤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터키 정부가 이처럼 ‘응징’에 나서게 된 이유로 지난 23일 시리아와의 국경지역에서 벌어진 교전과 함께 쿠르드族 민족주의 단체들이 ISIS 조직원과 협조자들을 살해하겠다고 나선 일을 꼽고 있다.

    지난 20일, 테러조직 ISIS는 터키 남부 수루치 지역에서 親쿠르드 단체인 ‘터키 사회주의자 청년연합(SGDF)’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살폭탄테러를 저질렀다. 이 테러로 31명이 사망했다.

    쿠르드族 민족주의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은 지난 23일 “수루치 자살폭탄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탄불에서 비누 판매상 ‘뮤르셀 귤’을 처단했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들은 “지난 21일 오후 이스탄불 술탄가지에서 PKK 조직원들이 쏜 총에 뮤르셀 귤이 사망했으며, 경찰은 뮤르셀 귤이 시리아와 터키 국경을 오가는 ISIS 추종세력과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터키 경찰은 ‘뮤르셀 귤’이 ‘셀레프 에부 셀레프’라는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ISIS를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고 한다.

    쿠르드族 민족주의 청년단체인 ‘애국혁명가청년운동(YDF-H)’는 또한 성명을 통해 “뮤르셀 귤이 ISIS에 가담해 시리아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S)’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ISIS 조직원들을 ‘처단’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쿠르드族 민족주의 단체의 보복은 이뿐만이 아니다. 터키 남부 지역에서는 PKK 조직원들이 ISIS 지지자 ‘에뎀 튜르크벤’의 집을 급습, 총으로 쏴 죽였으며, 터키 동부 지역에서는 경찰관 2명을 습격, 살해했다고 한다.

    쿠르드族 민족주의 단체들은 수루치 지역에서의 자살폭탄테러 이후 과격 시위를 벌이며, ISIS에 대한 ‘피의 보복’을 벌이겠다고 나서 터키 정부를 긴장케 만들었다. 수백여 명으로 추정되는 터키 내의 ISIS 조직원과 쿠르드族 민족주의 단체 간의 유혈사태가 벌어질 경우 터키 치안은 극도로 혼란해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터키 정부는 수루치 지역의 자살폭탄테러로 분노한 쿠르드族을 달래는 한편, 이들이 테러조직 ISIS에 대한 보복을 빌미로 무장 분리주의 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ISIS 조직원을 검거하면서 쿠르드族 민족주의 단체 조직원들도 함께 체포했다고 한다.

    터키 정부가 검거한 251명 가운데는 ISIS 조직원뿐만 아니라 PKK, YDG-H, 혁명민족해방전선 조직원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터키 정부는 ISIS 조직원 검거와 시리아 공습에 나섰지만, NATO 회원국과 국내 여론 때문에 터키 정부의 ISIS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