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열어놓은 비행기 길’로 ‘前대통령 부인이 평양으로 가는’ 역사의 코미디 연출
  • ▲ 김대중 前대통령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이희호 씨(오른쪽). ⓒ뉴데일리 DB
    ▲ 김대중 前대통령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이희호 씨(오른쪽). ⓒ뉴데일리 DB


    지난 12일, 김정은이 故김대중 前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의 방북 때 자신의 항공기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김대중 평화센터 측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은 이렇다. “지난 6일 개성에서 북측과 이희호 여사 방북 관련 실무접촉을 할 때 북한 측이 항공편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측과 협의를 맡았던 김성재 前문광부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귀한 분이 오시는데 잘 모실 수 있도록 비행기로 모시라’고 해서 북한 측이 항공편을 제안했고, 원하면 자신들이 비행기를 보내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때로부터 11일이 지난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성재 씨가 한 말은 이렇다. “내달 5일부터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시 우리나라 국적기를 이용하기로 확정했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비행기를 전세기 형태로 이용해 방북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전해진 말은 ‘국내 항공사 중 어느 회사의 비행기를 이용할 것인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북한 아태위원회와 팩스 등을 통해 간접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대면(실무접촉)없이 내주 중으로 방북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모두 확정해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정부는 이 여사의 방북 지원의 일환으로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비용을 남북협력기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말했다 한다. 그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여사 측에서 북측과 최종 협의가 끝나고 요청이 들어오면 생각해 볼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김대중 前대통령의 부인을 두고 김정은은 ‘귀한 분’이라며 ‘오시는데 불편이 없도록 비행기로 모시라’고 지시했다. 초법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김정은이 비행기로 모시라고 했으면 일은 그때 벌써 결정된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탱크나 군함으로 모시라’고 했어도 달리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 언론보도에 비난을 가하며 ‘방북 무산 가능성’을 흘렸고 한편으로는 우리정부의 암묵적 동의와 김대중 평화센터와의 밀담(密談) 끝에 ‘김대중 前대통령의 부인이 대한민국 국적기로 평양을 방문하도록 한다’는 놀라운 결과를 생산해 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고, 결국 ‘김정은이 열어놓은 비행기 길’로 전세기까지 동원해 ‘대한민국 前대통령 부인이 평양으로 날아가는’ 역사의 코미디가 연출되는 셈이다.

    까짓 것, 미군을 몰아내고 우리민족끼리 조국을 통일한다는 6.15선언의 공동창시자인 대통령 부인의 평양방문인데 전세기 한 대가 뭐 그리 대수인가고 자신을 달래기보도 하지만 결과가 뻔한데, 오히려 이에 동조하는 듯한 우리정부의 처사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복수의 통일부 관계자가 “현재 (남북관계의)분위기로는 취재진의 동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4일자 뉴스1)는 말까지 했다고 하니 대한민국에선 기자 한 명 따라가지 못한 채 ‘여사의 평양 내 일정 등에 대해 북측과 이미 원활하게 협의가 완료됐음을 시사한’ 김 씨 성을 가진 어느 센터의 이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한때의 영부인을 평양으로 보낸다는 말인가.

    김정은이 세상이 다 아는 독재자라는 말까지는 부디 않더라도 연료하신 분이 놀아도 너무 놀아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탈북자인 나 혼자만의 생각이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정부가 이른바 새로운 남북관계에 심취한 나머지 김대중 평화센터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기려는 기이한 발상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자유북한방송 -  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