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추위,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 '공영방송 이사'로 추천

  • 이승만 대통령이 6.25 전쟁 발발 직후 망명을 타진했다는 얼토당토않은 보도로 KBS가 사면초가에 몰린 가운데, 차기 이사 선정 문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또 다른 갈등이 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자체 심의를 거쳐 전문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선정했다"며 16명의 추천 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공추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자리 나눠먹기의 장으로 전락해선 안된다"며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처럼, 사회적 책무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경력이 풍부한 이들을 차기 이사진에 포함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공추위'는 지난 6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KBS·MBC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로 등재시키기 위해 결성한 이익단체.

    '공추위'는 차기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별도의 추천 인사 명단을 발표하고 후보자 검증 운동 등을 전개함으로써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할 예정이다.

    이날 '공추위'가 공개한 추천 인사들과, 실제로 3개사 이사직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일치하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공추위'가 해당 인사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맡고 만든 명단이니만큼, 적어도 과반수 이상은 신임 이사 공모에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신임 이사 공모를 진행한 결과, KBS 이사직에는 96명, MBC방문진 이사직에는 60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이달 말 전체회의를 통해 KBS 이사를 추천하고 MBC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 연합뉴스
    ▲ 정연주 전 KBS 사장 ⓒ 연합뉴스



    '야당 몫 이사' 후보들만 우글


    문제는 당초 "여야 구성을 아우르는 정치 중립적인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공추위'가 공개한 추천 인사 명단이 '야당 몫 이사' 선임만을 노린 지극히 정파적인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KBS노동조합(제1노조)에 따르면 '공추위'가 공개한 명단에는 정연주 KBS 전 사장의 측근들이 4명이나 포함됐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했었던 인사까지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 KBS 이사 추천 인사 (총 11명)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환경·시민사회)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언론학계)
    변원일 전 KBS 감사(방송경영)
    장주영 전 민변 회장(법률)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전 KBS PD, 언론학계)
    전영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이사장(언론·노동)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예산감시·시민사회)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소장(여성·시민사회)
    조준상 전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현 KBS 이사, 언론계)
    하종강 인천대 강사(노동·시민사회)
    한상혁 변호사(전 방문진 이사, 법률)

    ◇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 인사 (총 5명)

    권정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노동·시민사회)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이사(여성·시민사회)
    이완기 전 민언련 공동대표(언론계)
    최강욱 변호사(현 방문진 이사, 법률)
    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언론계)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공추위가 선정한 '추천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親정연주 인사'는 장해랑, 변원일, 권태선, 조준상 등 총 4명이다.

    KBS노동조합은 먼저 장해랑 교수와 변원일 전 KBS 감사를 거론하며 "야권 이사로 KBS 내부 인사 몫이 최소 1명 이상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명 중에 한 명은 실제로 KBS 이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 전 사장 시절 요직을 독식하면서 조직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린 것도 모자라 이사 자리까지 욕심내는 KBS 출신들의 '노욕'은 기필코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 네이버 프로필
    ▲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 네이버 프로필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1982년 KBS에 입사해 '추적60분' '세계는 지금' '환경스페셜' 등을 두루 거친 베테랑 피디 출신. 2003년 5월 정연주 사장 취임과 함께 비서팀장(당시 비서실장)으로 차출돼 수년간 정 전 사장을 보필해 왔다.

    1994년부터 인사부 부장을 맡으면서 KBS와 인연을 맺은 변원일 전 KBS 감사는 KBS 춘천방송총국 총국장을 거쳐 현재까지 KBS 감사실 실장을 맡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조준상 전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같은 '한겨레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연주 전 사장의 '정치적 동반자'로 분류된다"면서 "30여 년을 기자로 활동했던 권태선씨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에 선임된지 4개월만에 시민단체 경력을 갖고 '환경·시민사회' 몫으로 추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네이버 프로필
    ▲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네이버 프로필

    1978년 한국일보에 입사하며 언론계에 발을 들인 권태선 대표는 1992년 한겨레신문 민족국제부 편집위원으로 합류하며 정연주 전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정 전 사장이 2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 정 전 사장의 데스크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한겨레신문 편집인으로 활약했고 현재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자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고문을 맡고 있다.

    KBS노동조합은 "조준상 전 공공미디어연구소(현 KBS 이사) 소장 역시 시민단체 인사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정연주 전 사장과 함께 한겨레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오래했고, 언론노조의 간부로도 활동한 언론인"이라면서 "그러나 권태선 대표처럼, 얼마 몸담지 않은 '시민단체' 몫으로 추천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준상 KBS 이사는 1984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경제부, 여론매체부 등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03년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에 파견돼 교육정책국장으로 일하던 그는 2006년부터 노동조합 전임자로 돌아섰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대선 캠프 전력'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이다.

    정창수 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문 후보를 지원한 선거 운동 경험을 갖고 있다. 개정된 방송법 제 48조를 살펴보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방송, 통신, 법률, 경영 등의 자문이나 고문의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영방송 KBS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정창수 소장이 KBS 이사로 선임된다면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다.

    '공추위'가 이사 자격조차 없는 인물을 추천 대상에 올렸다는 것은, 이번에 공개한 인사 명단이 방통위에 대한 '압박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