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유지의 핵심역할 맡은 기관 국장급, 최소한 5명 이상 한국 망명”
  • 2014년 핵심 측근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김정은. 동아일보의 8일자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들 가운데 몇 명은 어느 순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4년 핵심 측근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김정은. 동아일보의 8일자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들 가운데 몇 명은 어느 순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일 조선일보의 보도를 시작으로 YTN, 동아일보 등이 연이어 “북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탈북, 제3국 또는 한국으로 망명 중”이라고 보도하자,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는 사실”이라며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일 동아일보가 “북한 정찰총국, 보위부, 당 조직지도부의 외화벌이 담당 간부들이 잇따라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익명의 대북소식통’을 인용,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대남 업무를 맡아 남북회담에도 나왔던 실세 A,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연계된 해외사업 기관의 B, 정찰총국에서 해외공작을 담당한 C 등 북한 핵심 간부들이 탈북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들 대부분은 2014년 탈북해 올해 한국에 왔으며 최소 5명”이라면서, 이들이 직급이 대부분 부부장(한국의 차관에 해당) 바로 아래인 국장급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와 접촉한 대북 소식통은 “이들 모두 북한과 해외를 오가다 탈북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북 소식통은 “이들은 모두 비리, 부패가 아니라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두렵고 신변에 위협을 느껴 탈북했다고 우리 정부에 진술한 것으로 안다”면서 “북한의 간부들이 지시 불이행 등으로 체포되거나 숙청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탈출 용도로 달러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들은 모두 비리나 부패가 아니라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두렵고 신변에 위협을 느껴 탈북했다고 우리 정부에 진술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간부들이 지시 불이행 등으로 체포되거나 숙청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만일에 대비해 탈출하기 위한 용도로 달러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북 소식통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근거 중 하나로 최근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화벌이 일꾼 사상조사’를 제시했다.

    통일부 등 한국 정부도 “북한이 해외에서 근무 중인 외화벌이 일꾼들을 점검하고 있는 동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확인해준 사실도 내놨다.

    실제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뒤 해외에서 생활하는 북한 노동당 간부와 인민군 고위간부들, 중국과의 국경에서 활동하는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 미국이나 한국 등으로 망명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해외거주 외화벌이 일꾼’과 유학생에 대한 사상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거주자에 대한 사상 검증은 2014년 7월부터 9월까지 벌어진 데 이어 최근에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외에 오랜 기간 거주하는 외교관들의 경우에는 가족 대부분을 북한으로 보내라는 지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8일 보도한 탈북 간부들은 과거 탈북해 한국으로 온 간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현재 북한 내 최고 실세 가운데 하나인 김덕홍이 이끌고 있다. 김덕홍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과 서로 ‘충성경쟁’을 하면서 곳곳에서 월권행위를 할 정도로 위세가 막강하다. 이런 곳의 국장급 간부가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다는 것은 김덕홍의 신상에까지 위협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로 알려져 있는 정찰총국은 인민군 정찰국, 노동당 작전국,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舊35호실)이 통폐합돼 만들어진, 막강한 대남공작기관이다. 천안함 폭침, 3.20해킹과 소니 픽쳐스 해킹 등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한 각종 해킹,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과 개인정보 해킹이 모두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정찰총국은 산하에 해외에 무기와 관련 기술을 밀매하는 ‘청송연합’이라는 ‘외화벌이 사업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핵심 간부가 탈북해 한국으로 왔다는 것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고사포 처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큰 사건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권력층의 ‘문고리 권력기관’으로, 여기에는 북한 최고권력계층의 2세대, 3세대들이 포진하고 있다. 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일과 그 자녀들의 실제 모습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북한 내부 권력층의 인사 문제를 총괄관리한다.

    이곳의 국장급 인사라면 김정은과 주변의 권력 관계에 대해 거의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숙청을 당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아무튼 동아일보의 8일자 보도는 현재 한국 정부와 정보기관이 공식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최근의 북한 고위층 탈북 및 한국 망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부 언론들은 “사실과 다른 보도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엄청난 ‘비대칭 전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